[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화폐의 종말 : 지폐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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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화폐의 종말 : 지폐 없는 사회
  • 승인 2017.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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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효

이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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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가는 석학 케네스 로고프가 말하는 경제의 미래

최근 한국은행이 2017년 상반기 ‘동전 없는 사회’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중에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 결제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의 등장으로 전자금융환경이 성숙하고 있어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쓴 신간 ‘화페의 종말’은 이러한 사회 흐름을 읽어낸 책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동전’을 없애기로 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고액권 지폐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종이화폐의 폐지는 어떠한 이점이 있는 것일까? 우선 저자는 대규모 익명성 자금이동을 어렵게 하여, 탈세와 범죄를 줄일 수 있고, 지폐의 폐지는 향후 제한 없는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논증하고 있다.

우선 1부에서는 지폐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부제로 지하경제에서 마약, 뇌물, 자금세탁의 용도로 현금이 사용되어짐을 논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국외로 인신매매와 매춘, 불법이주와 불법이민자의 착취에도 현금이 사용되어 이러한 불법적 거래가 가능해짐을 보여주고 있다. 테러조직의 자금마련도 음성적인 현금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고액권 지폐는 확실히 탈세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2부에서는 유동성함정을 탈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을 주장한다. 금리가 제로금리 한계로 향할 때는 유동성함정에 대처하기 어려움을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아베노믹스 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은 잃어버린 20년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함이다. 즉 중앙은행은 실질금리를 제로금리이하로 낮추어 미래물가를 상승시키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 소비를 촉진시키고, 대규모 정부지출을 통해 오히려 더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고,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3부에서는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의 출현이 금융 감독과 규제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되며, 전자화폐의 출현이 지폐의 축소와 상충되지 않음을 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책을 덮으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그러한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일이다. 화폐는 상품화폐, 금속화폐, 지폐의 순으로 진화해 왔다. 지폐는 애초에 금본위제와 연동되는 태환지폐였다가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계기로, 더 이상 금 태환 비율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73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폐기하고, 불태환 지폐 형태로 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지금의 지폐는 금속과 지폐를 연결하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의 돈인 셈이다. 그 이후 각 중앙은행의 통화량 공급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하였다.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일어났고, 화폐와 노동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갈수록 뛰는 물가로 기업은 노동시장을 유연화 해야 했고,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줄거나 위태로워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안한 것이다. 유동성함정은 이러한 불안함의 반영이다. 미래가 불안하니 돈을 안 쓰는 것이다. 당장에 소비를 미루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투자를 늘리기 때문에 금값은 73년 이후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헌데 지폐를 없애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자? 거래의 투명성 또한 그렇다. 모든 현금흐름을 누군가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도 엄연히 헌법17조에 명시된 자유권적 기본권임을 국가가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값 1만6000원)

 

이현효 / 경남 김해시 활천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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