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63> - 『天機大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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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63> - 『天機大要』①
  • 승인 2017.01.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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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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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접근방식의 불안 심리

근간에 입수한 역술참고서이자 의약상관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명은『천기대요』로 되어 있으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술에 관한 대표작으로 觀象監에서 편찬한 『增補參贊秘傳天機大要』와는 본문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마 대략 이를 토대로 작자가 주요 골자만을 간추려 다시 엮어 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자작 초사본이어서 서발이나 목차는 들어 있지 않으며, 초사기도 따로 적혀 있진 않으나 충청도 지역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겉표지에 ‘癸卯三月十六日’이라는 연기가 쓰여 있는데, 아마도 지질이나 전존상태 등으로 보아 육십갑자 계묘년에 해당하는 1843년이나 혹은 1903년경에 작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문에는 婚姻吉日로 부터 시작하여 讀經日, 佛供日, 十惡大敗日, 開基日, 立柱吉日 둥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중 주거와 관련하여 伐木吉日로 부터 上樑吉日, 入門吉日, 방구들과 아궁이를 수리하는 修突吉日, 修竈凶日, 그리고 昇屋吉日, 移家入宅吉日, 作厠吉日 등 갖가지 금기와 길흉일이 적혀 있다.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주택과 거처에 각별한 관심이 기울여졌음을 알 수 있다.

본문 가운데 의약과 관련한 내용으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避病方을 들 수 있다. 질병을 피하는 방향을 말하는데, 丙丁일에는 東行, 무기일엔 南行, 경신일엔 북행, 임계일인 서행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 돌림병이 빈번하게 유행하고 멀리 떨어진 외방지역에 여행할 때, 산람장기나 풍토병에 이환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이러한 속설에 의지하여 따르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의약 관련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기재되어 있다. 먼저 병자의 생사여부를 판단해보는 病人生死占이 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총 149푼에서 먼저 하늘 몫 1개, 땅 몫 2개, 양수 6, 음수 6, 七星 몫 7개를 빼고 나서, 다시 병자의 나이 수를 뺀 나머지 수를 3으로 나누어서, 나머지 수가 1개면 吉, 2개면 苦痛, 3개가 남으면 죽는다는 식이다. 참으로 엉뚱해 보인다.

또 病中生死法이 있다. 생년의 12지별로 병든 날을 가려 생사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도 매우 단순하게 배열되어 있다. 예컨대, 병자가 쥐띠인 경우(子生), 庚日이나 午日에 병을 얻으면(得病), 죽는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소띠는 丑日과 酉日, 호랑이띠는 寅日과 辰日, 토끼띠는 申日과 亥日, 용띠는 丙日과 午日, 뱀띠는 亥日과 子辰日 등으로 구분하여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는 病解論이 들어 있는데, 사계절에 따라 질병의 예후를 판단하는 요령을 시귀로 압축하여 제시해 놓고 있다. “春當戊己猶難活, 夏至庚午亦不生, 秋當甲乙難救命, 冬逢丙丁失魂情.” 표현은 은 각기 다르게 꾸며져 있으나 바꿔 말하자면 각각 해당하는 날에 죽거나 악화되어 일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이다.

또 病解조에는 각각 日辰의 12지별로 병든 증상과 예후, 빌미가 된 귀신이나 물리치는 방법 등이 드러나 있는데, 대부분 祈𧟄法에 해당하는 것들이어서 의약이라기보다는 주술적인 民間醫俗이라 할 수 있다. 午日病의 경우로 1가지만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四肢不安, 두통, 복통 같은 증상이 보이는데, 고기 맛이 변질되어 빌미가 붙은 것으로 성주신(成造)이 화가 나서 3~4일 만에 병이 들게 된 것이니, 北方神位에 죄를 빌고 성주신에게 술과 밥을 進設해 놓고 부모와 동생이 祝願하고 寅日에 동쪽으로 물러나오면 차도가 보일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이 올바르지 않을 때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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