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67> - 『新字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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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67> - 『新字典』
  • 승인 2017.03.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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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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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쓰임에 맞춘 新出漢字

일제강점기 六堂 崔南善(1890~1957) 등이 주축이 된 朝鮮光文會에서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으로 전통문화를 정리하고 새 시대에 걸 맞는 신지식을 보급할 목적으로 펴낸 이 자전에는 『康熙字典』과 『全韻玉篇』등 기존의 자전과 『字典釋要』등을 참조하여 문자지식을 집약해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통용 지식 이외에도 새로 정리된 내용이 첨부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俗字部’를 들 수 있다.

우선 ‘朝鮮俗字部’라고 명명된 내용을 중심으로 의약 관련 문자지식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湯劑의 1회분 복용량을 종이에 싸서 포장하는 단위로 ‘첩’이 있다. 보통 1회 복용량을 포장하여 1첩이라고 부르고 1일 분에 2첩을 쓰고 재탕하여 3회 복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10일 분량으로 作貼하여 포장할 경우, 이를 1劑라고 한다.

원문을 보면 “帖 [톄]: -紙 톄지, 見公私文字. 又音( [텹], 藥一封曰一-, 見醫方”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를 뜯어보면 종이를 말할 때는 ‘체지’라 하고 의서에서 약 1봉을 말할 때 1첩이라고 말해, 용례에 따라 각기 발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기록해 놓았다.

또 “症 [증]: 病之徵驗 증셰, 古皆作證.”이라 하여 병을 징험할 수 있는 증세를 나타날 때, 이 글자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옛글에서는 모두 ‘證’자를 사용하다가 훗날에서야 비로소 이 글자(‘症’)를 쓰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病症’이나 ‘症勢’라고 쓰는 이 글자가 단지 조선에서만 사용된 글자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또 하나 흥미로운 글자풀이가 있다. ‘쇠 철’자로 쓰이는 ‘鉄’이다. 이 글자는 요즘에도 같은 뜻으로 쓰이는 ‘鐵’자의 약자로 통용되곤 한다. 그런데, 『신자전』에서는 음을 [석]이라고 달았고 풀이를 ‘無痘痕’이라 했으며, 한글풀이는 ‘곱상스럽을’이라 하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쏭달쏭한데, ‘見官簿軍籍’이라 출전을 밝혀놓았다. 곧 관청의 등록부나 군적대장에 軍丁의 용모를 구분하여 기재할 때, 쓰였던 일종의 약호 같은 것으로 활용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추정은 다음의 사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縛’자이다. 이 글자는 자서에서 ‘묶을 박’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동일한 음에 ‘有痘痕’이라는 설명에다가, 한글풀이로 ‘얽을’이라 하였으며, 역시 ‘見官簿軍籍’이라 했다. 이를 앞의 ‘鉄’자와 대비하여 보면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 없이 얼굴이 깨끗한 壯丁은 미소년이나 好男子를 뜻하는 표기로 석(鉄)자를 사용하였고 이와 반대로 천연두를 앓고 난 후유증으로 얼굴이 얽었다는 의미에서 이 박(縛)자를 써서 표기했던 것이다. 세속의 표현으로 어려서 두창을 앓아 얼굴에 심한 상처가 남은 곰보를 ‘박박 얽었다’고 말한 기억을 되살리면 이 말이 여기서 유래함을 추정할 수 있다.

또 ‘䅯’은 ‘기장 당, 수수 당’으로 자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穀名蜀黍 옥수수 〇 강낭이 見俗書’라고 하여 원래의 의미에서 파생하여 조선에선 옥수수를 뜻하는 글자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본초에선 玉蜀鬚라는 명칭이 쓰이지만 짧게 한 글자로 표현하기 위해 이 ‘당’자를 끌어 쓴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재미난 경우는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키는 글자로 남자의 음낭을 뜻하는 글자가 있다. ‘閬’자가 바로 그것인데, 원래 ‘솟을 대문 랑(낭)’으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풀이는 ‘腎囊 불알 見俗書’라 했으니 조선시대 항간에서 이 글자로 남성의 囊丸 혹은 고환을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䑋’은 ‘살찔 양’자로 일반 자전에 올라 있는데, “[양] ‘牛胃 쇠양 見東醫寶鑑獸部, 又僞作양”이라 하여 소의 위를 뜻하는 우리만의 글자를 창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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