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69> - 『政和本草』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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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69> - 『政和本草』②
  • 승인 2017.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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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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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에 갓을 씌워, 본초 길라잡이

원래 이 책의 모본이 되었던『證類本草』는 전31권에 별도로 목록 1권이 더 있었다. 하지만 1116년 趙孝忠 거듭 교정하여『政和新修經史證類備用本草』로 펴내면서 30권으로 개편하였다. 이외에도 ‘증류본초’ 계열의 본초서로 조선에서 간행한 것 만해도 『經史證類大觀本草』, 『重修政和經史證類備用本草』, 『紹興校定經史證類備急本草』 등이 있으며, 여러 종류 판본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이들 조선 판본의 대부분은 일본에 건너가 수장되어 있다. 목록에 나타나는 것으로는 內閣文庫(선조연간 활자간본), 宮內省圖書寮, 武田杏雨書屋, 前田尊經閣, 東洋文庫, 靜嘉堂文庫, 岩漱文庫(이상 조선 전기 乙亥活字 인본) 등에 수장되어 있다. 특히 내각문고본은 31권15책으로 선조10년경 활자간본인데, 책의 안쪽에는 ‘太醫院’이라고 새겨진 藏書印이 날인되어 있어, 대한제국 시기까지 황실 전의들이 사용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의 체제를 살펴보면 藥種마다 각 조문 아래 藥論, 附方 등의 내용을 배치해 두었는데, 기본적으로『嘉祐本草』를 밑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확충하여 수록하였으며, 아울러『本草圖經』을 덧붙여 다시 만들었다. 각 약물마다 가장 앞쪽에는 약초그림을 먼저 제시하였고, 이어서 『가우본초』와 『도경』의 문장을 넣었다.

마지막에 ‘雷公曰~’ 혹은 ‘海藥云~’, ‘外臺秘要云~’ 등을 시작으로 하여 증보된 附方의 내용을 실었다. 이 경우, 검은색 칸을 글자 위에 씌워 구별하였다. 이것을 ‘墨盖子’라 하는데, 본문과 추가된 내용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선 전기 『향약집성방』의 체제에서 이와 유사한 용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대략 고려말~조선초에 많이 적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전서의 내용을 분류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처음 2권은 序例인데, 권1에는 雷公炮炙論序, 권2에는 諸病通用藥을 증보했다. 여기에는 약간의 약명과 병명이 추가되었다. 나머지 29권에는 1744종의 약을 玉, 石, 草, 木, 人, 獸, 蟲魚, 果, 米穀, 菜部로 나누어 수록하였고, 이름은 있으나 쓰이지 않던 약물까지 자세히 다루었다.

권별 수록내용을 파악하기 좋게 늘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권1에 序例上, 衍義序例, 권2에 序例下, 권3에서 권5까지 玉石部가 실려 있는데, 上品, 中品, 下品으로 나뉘어 차례대로 실었다. 권6~7에는 草部上品이 상, 하로 나뉘어져 수록되었고, 권8~9에는 草部中品(상, 하), 권10~11에는 草部下品(상, 하), 권12~14에는 木部인데 역시 상품, 중품, 하품으로 구분하여 게재해 놓았다.

또한 권15는 人部 약재가 실려 있어, 사람의 몸에서 비롯된 약재도 귀중하게 다루어 치료용도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권16~18에는 獸部가 실려 있는데, 역시 상, 중, 하 3품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 권19에는 禽部三品, 권20~22에는 蟲魚部로 역시 3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권23에는 果部三品, 권24~26에 역시 米穀部 3품이, 권27~29에는 菜部 3품이 차례대로 수록되어 있다. 끝으로 권30에는 有名未用, 권31에는 本經外草木類가 들어 있다.

이 책에는 기존의 내용 외에 蜀本草와 方書, 經史, 筆記, 地誌, 詩賦, 佛書, 道藏 등 243종의 서적에 있는 관련 약물자료들이 모두 收合되어 있으며, 또 470여 종의 약물을 새로 증보하여 수록 약물수는 1746종에 달하였다. 인용된 각종 서적들 중에는 현존하지 않는 책들이 많이 들어 있으며, 약명, 약성, 효능, 주치, 형태, 채취 이외에도 歸經이론이 새로 첨가되었다. 또 280종 이상의 약물 포제법을 기재하였고 3천여 개의 단방경험과 1천여 조의 方論을 수록함으로써 당대 의약지식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식치융합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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