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치료 효과 객관적 지표 통해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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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치료 효과 객관적 지표 통해 증명”
  • 승인 2017.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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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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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침치료, 뇌 구조 변화시켜 통증 개선 밝힌 김형준 박사.

하버드의대 공동연구진과 침치료 후 뇌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 수행

편두통 및 만성요통 등에 침치료 효과 뇌영상기법 통해 측정하는 연구 기획 예정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최근 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의대 공동연구진이 뇌영상기술을 접목한 임상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정중신경 전도속도를 향상시키고 뇌 구조를 변화시켜 통증을 개선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진짜침만이 손목에서 측정한 정중신경 전도속도를 회복시켰고, 뇌 일차감각영역 지표인 검지-중지 거리도 회복시켰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형준(44‧한의학연구원 임상연구부) 박사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의계에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의대 본과 2학년 때부터 동의보감을 번역하기 시작해, 졸업 2년 후인 2005년에 「대역동의보감」을 출간한 경험이 있다. 출간 후 기자나 환자들을 만나 보면 한의학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의학은 현재의 모습을 지양하고 과학화 돼야 한다는 의견도 꽤 있었고 이런 사람들은 동의보감 번역이 현재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곤 했다. 한의대 입학 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공학도 친구들은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 줬다.

그때까지는 한문 서적을 현대어인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대학원 전공도 과학사/의학사 쪽으로 선택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문득 한의학적 내용을 현대 과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뇌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서 뇌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다.

 

▶어떤 내용의 연구였는지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한미 공동연구팀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 Carpal Tunnel Syndrome) 환자를 대상으로 침치료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환자를 모집해 진짜침과 가짜침 치료를 수행한 것이다. 환자의 주관적 설문 평가에서는 치료 후 진짜침이나 가짜침 모두 증상을 완화시켰지만, 오직 진짜침만이 손목에서 측정한 정중신경 전도속도를 회복시켰고, 뇌 일차감각영역 지표인 검지-중지 거리도 회복시켰다. 즉 객관적 지표는 진짜침 치료 후에만 호전됐다. 또한, 치료 종료 3개월 후, 오직 진짜침을 맞은 환자들만이 치료 효과가 유지됐다. 이 연구는 침치료 효과를 객관적 지표를 통해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한‧미 연구팀은 79명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56명은 진짜침(verum acupuncture) 치료군에, 23명은 가짜침(sham acupuncture) 치료군에 배정했다.

진짜침 치료군은 다시 통증부위인 손목에 주로 침을 맞는 근위침 치료군과 아픈 손목의 반대편 발목에 침을 맞는 원위침 치료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8주간 16회의 침과 전기침 치료를 실시했으며, 치료 전후로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정중신경 전도속도(잠복기)를 측정하고 ‘보스턴 손목터널증후군 설문(BCTQ)’으로 통증 경감도를 조사했다. 또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와 DTI(확산텐서영상) 촬영을 통해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를 측정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처음에는 이 결과가 아닌 다른 결과를 공동연구자인 비탈리 내퍼도 교수에게 보여줬다. 그때 내퍼도 교수는 “재미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일단 연구를 시작하면 작은 것이라도 먼저 논문 출간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하버드 교수는 그런 논문은 필요 없다고 말하며, 꼭 임팩트 팩터(IF)가 크건 작건,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를 하자고 했다. 그 뒤로 1년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채 데이터 분석만 하다 보니 결과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까봐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1차감각영역에 집중해 보자는 내퍼도 교수의 조언에 따라 데이터를 파다보니 이런 결과를 얻었다.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방이 아직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임상의학은 기술적인 부분, 예술적인 부분이 있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과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기전을 밝히는 것은 다른 측면의 일이다. 한의학이든 양방의학이든 임상의학은 비과학적인 부분 혹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이 부분의 기전을 연구하고 임상시험을 통해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2013년부터 2년 여간 미국 하버드대학으로 파견 연구원으로 다녀왔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뇌구조적 네트워크 변화에 관한 연구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침치료 후 뇌구조 변화에 관한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 통증환자의 뇌기전과 침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랩에서 데이터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파견됐을 당시 그곳에서 한의학과 침 치료를 받아들이는 인식은 어떠했나.

한국과 비슷하다. 자신은 통증이 있을 때 침을 맞아 보았고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침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보완대체의학에 호의적이고, 침을 맞아 본 후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내퍼도 연구실 사람들은 손목이 아프거나 등에 통증이 있을 때 내게 침치료를 부탁하기도 했다. 침을 경험하고 효과를 본 사람들은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통증 치료라는 점에서 침치료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편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보건복지부 국제협력연구 기획과제를 수행중이다. 손목터널증후군 뿐만 아니라 편두통, 경항통, 만성요통 등 통증에 침치료를 수행하고 그 효과를 뇌영상기법을 통해서 측정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기획이 잘 되어 앞으로 하버드 의과대학 및 마르티노스 센터와의 협력연구를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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