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짜증이 겹쳐오는 바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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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짜증이 겹쳐오는 바로 그 순간
  • 승인 2017.04.2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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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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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운전을 하다 보면 짜증스러운 순간을 많이 만난다. 갑자기 끼어든 차로 인해 신호를 놓치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끼어든 차에 대한 원망이 분노로 바뀌기 십상이다. 운전이 아니더라도 의도치 않게 일이 지연되는 경우를 누구나 겪는다. 엘리베이터를 아깝게 놓치고 나서 지하철이 내 앞에서 떠나기도 하고, 출근을 하려고 문을 나섰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기도 하다. 인생에서 만나는 의도치 않은 Break들, 그런 Break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튜브의 Ted강의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몸도 바뀐다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심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붉어지며 혈관이 수축하는 등 여러 가지 교감신경이 항진하는 반응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반응에 대해 우리의 부정적 생각을 바꿔보자는 내용이었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건강한 대응을 하는 유익한 것>이라고 교육을 받은 실험 대상자들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 참가자들에 비해 혈관이 수축되지 않고 이완되었고 다른 신체 반응들도 긍정적으로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니 우리 몸의 반응도 바뀌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였다.

인생의 Break moment에서도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의 반응이 바뀔 수 있다. 짜증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이 계속 꼬이면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감정과 예측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꼬이는 일이 겹쳐서 온다는 것은 ‘나에게 주는 신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떤 장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이 아닐까? 혹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만나지 못하도록 일부러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배나 비행기, 기차나 지하철에 타지 못하게 하려고 지연시키는 인생의 큰 힘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대형 사고에는 이런 이야기가 꼭 소개된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인해 거기에 못 가게 되서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인생에서 일이 꼬이거나 뭔가 풀리지 않을 때 ‘우리가 만약에 만났을지도 모르는 화(禍)를 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재난이나 대형 사고에 앞서 쥐나 작은 생물체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그곳을 떠난다고 한다. 타이타닉호의 출항 전, 배에서 내린 쥐떼나 지진이 나기 전 생물체들의 대규모 이동 현상이 그런 예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인간에게도 원래 그런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면서 탁해진 마음이 그런 예지력과 예감을 둔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이런 직감(直感)이 없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꼬이는 일이 계속 닥쳐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쉬면서,이런 순간들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뭔가 조심 하라는 Sign이 아닐까?’ ‘큰 불행을 피하게 만들어 주려고 나를 도와주는 큰 힘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

짜증스러운 일이 아침부터 생기고, 하는 일마다 뭔가 매끄럽지 못한 그런 날이 있다. 혹은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이 내 마음같이 안 되고 자꾸 break가 걸리는 시기를 만나기도 한다. 몸이 자주 아프고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기분이 우울하기도 한다. 이런 순간이나 시기가 바로 우리가 느껴야 할 Break의 시점이다. 영어 단어의 Break가 <멈추다>, <깨트리다>의 뜻도 있지만  <휴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현실에서 자꾸 제동이 걸리면 그 순간은 바로 템포를 늦추고 천천히 돌아가거나 쉬어야 할 때 일 수 있다. 

1924년 현진건이 발표한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는 이상하게 운이 계속 좋은 날의 마지막에 아내의 죽음을 만난다는 내용도 있다. 이처럼 운이 이상하게 좋은 날에도 잠깐 숨을 고르고 템포를 늦출 필요가 있다. 좋은 운이 겹쳐서 오는 것도 우리를 어딘가로 이끄는 힘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쓰고 선물과 음식을 베푸는 일로 흐름을 바꿔보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 일에 대해 반응하는 우리의 해석이 다를 뿐이다. 인생에서 마주치는 Break의 순간에 우리는 2가지의 선택과 마주한다. ‘나를 위해 일부러 템포를 늦추게 하는 장치들이구나.’라고 생각하거나 ‘짜증이나 화를 내면서 더 빨리 가려고 애쓰는 것’ 

2가지 선택 중에 정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그 순간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할 뿐이다. 하지만 앞서 스트레스에 대한 Ted강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긍정적 해석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살아가는 매 순간 마다 우리는 짜증나는 순간들과 만날 수 밖에 없다. 이 때, 우리의 마음 속에서 ‘어, 뭔가 천천히 가라는 신호인가?’ ‘사고를 피하게 만든 소중한 Break인가?’ ‘우연히라도 마주칠 뻔한 나쁜 인연을 피하게 만들어 준건가?’ 라는 생각들을 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마음 속 짜증은 어느새 <다행이다>는 마음으로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가(佛家)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이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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