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침상으로, 나아가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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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침상으로, 나아가 세계로”
  • 승인 2017.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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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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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이승민 전임의

 

침 치료 활용 결과물 나왔지만 연구비 줄어…임상에서 협진체계 원활하지 않은 것도 아쉬워
국제무대에서 많은 임상 경험과 연구 해보고 싶어…이를 위해 근거 구축 필요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이 과제를 APART(Acupuncture for Preventive, Adjunctive and Rehabilitative Treatment in Cardiovascular Disease Models) 프로젝트라고 불렀어요. APART는 ‘떨어져있다’는 뜻도 있지만 한 글자만 떼어보면 A PART, ‘한 부분’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로의 한 부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승민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전임의.

23일 열린 제7회 의과·한의과 협진 심포지엄에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협진 실험연구 발표가 끝나갈 무렵, 발표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리고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까지 덧붙이며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협진 연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단다. 이승민 전임의(31·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본원 한방병원에서 침구과 전문의 수련 과정 후 2015년도부터 침구과 연구 펠로우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경희대 한의대 침구과 교실에서 박사과정(지도교수 이상훈)도 같이 밟고 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한국의 한의대로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외국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운 좋게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중 한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후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어 한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주변에서 만류도 많이 했고, California 주 Gray Davis 장학생(California 학생 중 시험 성적 상위 1%에게 주는 장학금)으로 미국 대학교 진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주재 중 오랜 기간의 서양의학 치료에도 차도가 없던 아버지가 한의 치료를 받고 완치되셨던 기억과 미국에서 우연히 발목을 접질려서 고생하다가 한방 치료로 낫게 되었던 경험들이 내 선택에 조금 더 확신을 주는 계기들로 작용했다. 
 

▶2014년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진이 발간한 책의 침구학 부문을 집필했다. 수련의와 대학원 과정을 하면서 국제의학 서적 1저자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도교수인 이상훈 교수님이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원 및 강사로 근무하시며 통합의학 서적 2권의 챕터를 집필하셨는데, 귀국 후에도 존스홉킨스 내과 교수님으로부터 새로운 통합의학서적에 대한 집필 의뢰가 들어왔고 당시 지도학생이었던 나에게도 참여기회가 주어졌다. 바쁜 수련의 기간 중이었지만 지도교수님과 같이 집필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보람이었고 쉽지 않았지만 평소 품어왔던 한의학의 세계화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근 열린 의과·한의과 협진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했다. 어떤 연구였는지 대략적인 설명을 한다면. 
2013년도부터 경희대학교 침구과 이상훈 교수님과 부속병원 순환기내과 김원 교수님, 우종신 교수님이 양·한방 협력연구를 진행하셨는데, 나도 이 과제의 연구원으로서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 중 시간 관계상 허혈-재관류 손상 동물 모델에서 진행했던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허혈로 인해 유발된 심근 손상이 전침을 이용해서 전처치나 후처치를 할 경우에 유의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람으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심근경색으로 인해 허혈 상태가 발생하여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침 치료를 수술 중과 후에 같이 해주면 재관류로 인해 발생하는 손상 부위를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모델에서 침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진행했던 연구와 적당한 대조군을 설정하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까지 공유했다. 침구과와 순환기내과 연구팀에서 지난 5년간 이 주제 외에도 심뇌혈관 질환자에서 침 치료가 혈관내피기능과 관상동맥 혈류예비력에 미치는 영향, 심방세동 환자들의 심율동 전환술 후 부정맥 재발률이 침 치료로 줄어들 수 있는지, 그리고 침치료의 허혈-재관류 손상에 의한 혈관내피세포 기능 부전에 대한 효과 확인 등 다양한 탐색 연구가 진행됐었다. 


▶전침 치료를 했을 때 실제적인 효과는 어떤 편인가. 
전침 치료를 했을 때 심근세포 괴사율과 심근 기능 회복률이 치료를 받지 않은 쥐에 비해 현저하게 좋아지는 것이 재현성 있게 확인되었다. 현미경으로 보면 혈관재생도 활발해지고 혈관의 탄력성 회복도 빠르다. 그런데 이 결과는 허혈-재관류 손상 동물 모델에서만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 시킬 수는 없고 다른 질환 모델이나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한지, 어느 시점에서 얼마만큼 좋아지게 할 수 있는지 등은 아직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구조적인 변화가 동반되거나 만성적으로 진행된 심장 질환일수록 침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양방 협진을 통해 한약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었는데 기간이 종료돼서 아쉽다고 했다. 구상중인 다른 연구 계획이 있나.
한약에 대해 더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발표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임상에 필요하고 양·한방 협진에 도움이 될 연구를 진행할 준비가 됐는데, 관련 연구비 지원이 줄어들어서 아쉬웠다는 거였다. 고혈압에 있어서 침 치료의 활용을 기초실험부터 임상까지 유의하게 끌어냈던 미국 UC Irvine의 롱허스트 교수, 펑리 교수, 그리고 티젠에이 루이 박사팀도 20년간 한 우물을 파서 이룩해 낸 결과였고, 파킨슨 치료에 있어서 침 치료의 활용을 탐색했던 박히준 교수님과 박성욱 교수님 연구팀도 약 10년간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결과물들이었는데 한 분야의 지원이 5년도 안돼서 줄어드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심혈관질환은 암과 함께 전 세계 사망 원인 1, 2위를 다투는 질환이지만 아직 한방 치료가 많이 활용되고 있는 질환은 아니다. 지난 5년간 교수님들 및 연구원분들과 탐색 연구를 하며 한방 치료가 예방 및 재활치료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 병원에서 심장 수술 후 회복률 개선을 위해 전후에 할 수 있는 침 처치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싶다. 한국 의료계는 현재 여러 가지로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국제협력 연구로 확대할 수 있으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환자들은 한 쪽의 진료보다는 협진을 더 선호하나. 병원 내에서 협진이 체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인지 궁금하다. 혹은 협진체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모든 환자들이 협진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의 침 연구 참여 경험이나 침 치료 경험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협진 치료를 선호하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로 좁혀지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distrust), 불만족(dissatisfaction), 혹은 주치의의 권유나 진료 의뢰(doctor's referral)가 있을 때인데, 그 차이는 질환별로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심장질환의 침 치료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은 주로 담당 주치의의 권유로 오게 되었는데, 참여한 분들은 침 치료가 기혈의 순환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당연히 협진 치료가 좋지 않겠냐고 긍정적으로 답변을 해주시곤 했다. 

아쉬운 점은 역시 경희대 의·한의 연구팀처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상에서 협진체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 질환의 어떤 상황과 시점에서 의뢰를 해주는 게 좋을지, 서로 배우고, 공부하고, 지속해서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연구 펠로우 및 박사과정 학생으로 지원하면서 개인적으로 정했던 연구 모토가 “From bench, to bedside & across borders”(연구실에서 침상으로, 나아가 세계로)였다. 기초와 임상연구가 서로 보완해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진행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적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임상 치료와 이를 위한 근거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사 학위 취득 후 국제무대에서 많은 임상 경험과 연구를 해보고 싶은 게 현재 꿈이자 목표다. 

이번 기회를 빌어 평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이상훈 교수님, 김원 교수님, 우종신 교수님, 이경혜 박사님 이하 선후배 연구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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