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스룬이 쉽게 풀어 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 胡希恕 金匱要略講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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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스룬이 쉽게 풀어 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 胡希恕 金匱要略講義
  • 승인 2017.07.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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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행

이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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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희서 금궤요략강의』에서,

“계지는 기가 위로 치받는 것을 다스리죠.” (계지가계탕방 조 해설)

“복령은 심계를 다스릴 수 있는데, 잠을 잘 자도록 하는 처방에도 많이 들어가죠.” (복령계지감초대조탕방 조 해설)

“기가 치받는 게 없는 경우에는 심하에 반드시 비(痞)가 있다고 했는데, 상한론에서도 보았듯이 바로 인삼증입니다.” (腹滿寒疝宿食病脈證治第十 해설 중)
 

『펑스룬이 쉽게 풀어 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에서,

시호거반하가괄루탕방증, “본 방증의 변증요점은 소시호탕방증에 구역하지 않고 갈증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경우이다.”

시호계지건강탕방증, “본 방은 소시호거반하가괄루탕증에 기가 상충하고 미결(微結)이 있거나 혹은 체표가 조화롭지 않은 외불화(外不和) 병증을 다스린다.”

 

일본 에도시대 고방파인 요시마스 토도(吉益東洞)는 『약징(藥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계지의 치료목표는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桂枝主治衝逆也)”

“복령의 치료목표는 두근거림에서 근육이 떨리고 놀라는 것까지를 아우른다.(茯苓主治悸及肉瞤筋惕也)”

“인삼의 치료목표는 가슴아래가 막히고 단단한 것, 막히고 굳은 것, 머물러 맺힌 것이다.(人蔘 主治心下痞堅痞硬支結也)”

 

요시마스 토도의 『방극(方極)』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호거반하가괄루탕의 치료목표는 소시호탕증인데 갈증이 있고 구역하지 않는 것이다.(柴胡去半夏加括樓湯 治小柴胡湯證 而渴 不嘔者.)“

“시호계지건강탕의 치료목표는 소시호탕증인데 구역하지 않고 심하가 막혀있지 않으며 (기운이) 치솟아 오르는데 갈증이 있고 배 가운데 박동이 있는 것이다.(方極 治小柴胡湯證 而不嘔 不痞 上衝而渴 腹中有動者.)“

 

무언가 느껴지지 않는가? 기시감. 처음 호희서의 글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시호계지건강탕에 대한 해석을 보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자.

『상한론』147조, 傷寒五六日 已發汗而復下之 胸脇滿微結 小便不利 渴而不嘔 但頭汗出 往來寒熱 心煩者 此爲未解也 柴胡桂枝乾薑湯主之

유도주(劉渡舟)는 시호계지건강탕증을 소양증이 있으면서 하리, 복창만 등의 태음병도 나타나는 경우에 사용한다고 하여, 대시호탕이 소양증과 양명위실증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치료하는 것과 함께 서로 의미를 밝혀 주는 관계가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호희서(胡希恕)는 시호계지건강탕증은 대변이 굳다고 보았다. 이것은 시호계지건강탕 조문의 해석에서 연유한다. 상당수 의가들은 조문상의 흉협만미결(胸脇滿微結)을 복진, 혹은 흉협부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유모토 규신(湯本求眞)은 이를 흉협고만이 경미한 것으로, 육연뢰(陸淵雷)는 흉부동통, 습성흉막염으로 보았다. 하지만 호희서는 이를 흉협만(양)미결(胸脇滿(陽)微結)로서 해석하여, 단순한 흉협부의 증상이 아닌 병기(病機)로서 이해한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148조가 陽微結에 대한 조문인데, 그는 147조와 148조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148. 傷寒五六日 頭汗出 微惡寒 手足冷 心下滿 口不欲食 大便硬 脈細者 此爲陽微結 必有表 復有裏也 脈沈 亦在裏也 汗出爲陽微 假令純陰結 不得復有外證 悉入在裏 此爲半在裏半在外也 脈雖沈緊 不得爲少陰病 所以然者 陰不得有汗 今頭汗出 故知非少陰也 可與小柴胡湯 設不了了者 得屎而解.

이 조문을 호희서는 소시호탕증과 시호계지건강탕증의 감별에 활용한다. 대부분의 의가들이 148조를 소시호탕의 연관조문으로 해석하는 것과 달리, 그는 148조는 147조와 이어지는 것으로서 양미결의 해결을 위해서는 소시호탕보다 시호계지건강탕이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호희서와 유도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본다. 유도주가 내경과 상한론을 한데 묶어 이해했다면, 호희서는 상한론 조문을 서로 비교해 가며 그 안에서 이해한 측면이 많다. 대개 호희서의 글은 질박하다. 분돈탕 조 해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처방은 저도 아직 써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분돈병이라는 게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안 해 본 것은 안 해 봤다고 말하는 것. 상한방은 질박하기에, 그 처방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대개 그러하다. 『후시수 경방의안집』, ‘효천치료의 특별한 경험’ 부분에서는 “천식을 치료하는데 어찌 마황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건 마황증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간단하게 대답하였다는 일화가 보인다. 이 것은 할머니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데 석고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야마와키 토요(山脇東洋)에게 조언하던 요시마스 토도의 일화를 떠오르게 한다.

비록 호희서의 약물 해석과 방증의 해석 중 『약징』과 『방극』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할지라도, 그가 요시마스 토도의 의서를 연구하여 인용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느꼈던 이 ‘기시감’이란, 후시수와 요시마스 토도 모두 의학을 관념적으로 보지 않고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의 측면으로 끌어오려는 자세를 공유하기에 느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과연 호희서가 본 모든 것이 육경팔강(六經八綱)이었을까?

호희서는 무엇보다도 방증을 중요시 한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 후에 방증을 설명하고 조직하기 위해 육경과 팔강의 이론을 끌어와 설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후시수 경방의안집』에서 만성해수 환자에 대해 수련의가 “이 환자는 외감해수입니까? 아니면 내상해수입니까?” 라고 질문하자, “환자의 기침은 외한내음(外寒內飮)에 속하는 것으로 소청룡가복령탕방증이다.”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이 환자에 대해 처음부터 태양태음합병으로 설명하였는지 아닌지는 이 글에서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호희서의 진료에서 환자의 병태에 대한 병기해석과 치료를 위한 방증 파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나아가 약물 하나의 증까지 뚜렷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이유로 나는 『후시수 경방의안집』과 『호희서 금궤요략강의』에서 파악되는 호희서의 질박한 풍모와, 『펑스룬이 쉽게 풀어쓴 《상한론》의 육경과 방증』에서 빙세륜(馮世綸)의 말을 통해 파악되는 이론가로서의 풍모는 다소 다르다고 느낀다. 이 ‘느낌’의 차이는, 아마도 스승의 임상 경험을 집약하고 이를 체계화시켜 후세에 전승하는 것을 자기 사명으로 삼은 제자, 빙세륜의 노력으로 인하여 생겨난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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