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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우리 토론할까요?
2017년 07월 14일 () 07:53:34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우리 사회와 한의계에 꼭 있었으면 하는 문화가 있다. 다양한 의견 충돌이 매일 수 없이 발생하는 곳에는 꼭 필요한 문화다. 우리 사회의 토론은 의견과 신념차이로 논쟁을 하다가, 결국에는 감정싸움으로 번진다. 토론은 사라지고 감정의 대립만 가득하다.

특히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가 더 공격적이다. 상대가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된 배경과 이유를 들어볼 생각은 없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도 의견의 대립은 첨예하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민주사회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 인종이 공존함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 간 대립은 훨씬 뿌리가 깊다. 그들이 의견을 대립하는 상황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랑하는 OOO씨 혹은 존경하는 OOO씨...당신의 의견을 잘 보았어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중략) 이렇답니다.... 우리의 의견은 이런 부분에서 다르지만 제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아주기 바라요. 당신을 아끼는 △△△로부터’
대략 이런 느낌의 글이었다. 그들의 의견 차이는 정말 극명했고 토론은 치열했지만 실제로 만나면 대립했던 순간과는 별도로 인간적인 관계는 깨지지 않았다.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의견이 대립하면 대부분 감정적인 관계까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의견차이지만 점점 감정대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참 많다고 한다. 토론장에서는 극한의 대립을 하다가도 토론의 장을 떠나서는 함께 웃고 관계를 잘 유지한다.

낯선 풍경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의견이 대립하고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아온 인간관계까지 깨질 필요는 없다. 서로의 생각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의 같은 부분은 무엇인지를 확인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면 훨씬 나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다른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한의학에서도 정기가 허약한 사람의 치료에 있어서는 선보후사(先補後瀉)의 치료 원칙이 있듯이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 때도, 먼저 존중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국회에서 ‘존경하는 OOO의원님’을 먼저 붙이는 관례가 있는데 아마 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정착된 에티켓 중의 하나로 보인다. 이렇게 존중의 호칭을 먼저 붙이고 본론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훌륭한 습관이다. 극렬한 충돌이 일상화된 장소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존중의 호칭 하나만으로도 불필요하게 격앙되는 감정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훌륭한 사회라는 반증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만 충돌도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리고 의견의 충돌, 잘못된 점에 대한 지적이 충분히 있어야만 더 나은 단계로의 진입, 더 정확한 지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반대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거나, 논쟁이 감정다툼으로 이어지는 사회나 조직은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충돌은 매우 아름다운 불협화음인 셈이다.

다만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것을 극단의 대립이 아니라 제3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OOO씨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제시해주신 의견 중에 ....이런 부분은 저와 생각이 일치하지만 ....이런 부분은 저와 생각이 다르시네요. 저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생각은 다르지만 우리의 생각이 만나서 더 나은 결론에 이를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런 표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TV토론에 나오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토론의 장에서 흔히 만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통해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나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어 더 큰 실수를 막을 수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건전한 충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익명의 인터넷 공간이 더 독해지고 있다.

다름을 존중하는 우리 사회와 한의계가 언젠가는 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같으니까 말이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른 것이 정상이다. 다른 상대방을 존중해야 훨씬 더 나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르다고 적은 아니다. 우리 모두 Rel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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