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우리는 서로에게 자극과 동시에 버팀목이 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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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우리는 서로에게 자극과 동시에 버팀목이 되는 존재”
  • 승인 2017.07.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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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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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1989년생 쌍둥이 형제 한상준·한상훈 한의사

 

지역사회와 한의사 집단에 좋은 영향력,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 주는 한의사 되고파
 

◇(왼쪽부터)한상준, 한상훈 한의사.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똑같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 12년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모습으로 자라난 것도 모자라 전공과 직업까지 같다. 이쯤 되면 하늘이 맺어준 ‘운명 공동체’가 아닐까. 가요계에 쌍둥이 가수 ‘량현량하’가 있다면, 한의계에는 이들이 있다. 민족의학신문이 창간된 1989년에 태어나 각각 가천대와 원광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활동하고 있는 쌍둥이 형제 한상준(28), 한상훈(28)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한상준(이하 준): 쌍둥이 한의사의 형, 한상준이라고 한다. 가천대 09학번이고 광동한방병원에서 일반 수련의 과정 이후 전북 임실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한상훈(이하 훈): 쌍둥이 한의사의 동생, 한상훈이라고 한다. 원광대 09학번이고 전북 진안에서 공중보건의 3년차로 근무하고 있다. 
 

▶형제가 함께, 그것도 같은 학번으로 나란히 한의대에 입학했다. 한의대로 진학한 계기가 있나. 
준: 어릴 적부터 장래 희망 란에 항상 ‘한의사’를 써왔었다. 이모부가 한의사로 왕성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봤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고, 아버지도 한의학에 관심이 많으셨다. 물론 내 나이 때 선생님들이 다 그랬듯, 드라마 ‘허준’이 결정적이었다. 

본인을 문·이과 통합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사에 비해 비교적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한 한의사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을 했다. 한의대 입학 전 공대에 다녔었는데, 한 학기였지만 그쪽은 내 적성이 아니라고 느꼈다. 

훈: 나란히 한의대에 입학한 것은 아무래도 집안 분위기가 크다고 본다. 원래 아버지가 한의학에 관심이 꽤 많으셨고, 이모부도 한의사여서 한의학에 친숙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리고 입학할 당시의 어린 생각으로는 의대에 가서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수련 받느라 또 고생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굉장히 철없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 덕에 한의대에 온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또래 한의사들에 비해서 한의학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큰 편이다. 한 명이 의대에 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둘 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존심도 센 편이라 많이 싸웠을 것 같아서 지금이 훨씬 좋다. 친구들이 의사인건 별 생각이 안 들고 잘 지내는데, 왠지 형이 의사인 걸 생각하면 약간 아찔하다. 
 

▶보통의 형제들보다 우애가 깊어 보인다. 실제로 어떤 편인지.
준: 음. 옛날에는 특별히 그런 생각을 안 했었는데, 요즘에 다른 친구들을 보니 형제들끼리 데면데면한 경우가 많더라. 쌍둥이는 극과 극인 것 같다. 아주 친하거나, 서로 원수처럼 지내거나. 우린 다행스럽게도 전자에 가깝다. 쌍둥이는 형제이자 친구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진, 여행, 요리, 쇼핑 등 취미도 비슷한데 심지어 직업까지 같아서, 할 이야기가 정말 많다. 둘이 있으면 심심할 일은 없다. 요즘도 집에서 가끔 어린애들처럼 뒹굴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훈: 아무래도 나이도 같고, 하는 일도 같아서 다른 형제들 보다는 서로 간에 접점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기도 하고 대화거리도 많다. 게다가 둘 다 말이 많은 편이라 맥주 한 병씩만 놓고 앉아 있어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렸을 때는 진짜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별로 싸울 일도 없더라. 내가 형보다는 성격이 센 편이라 형이 져줘서 안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은 항상 형에게 감사해하고 본받으려하고 있다.
 

▶‘쌍둥이’여서 일어났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준: 둘이 같이 터키 여행을 갔었다. 터키 사람들이 한국인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쌍둥이라서 너무 신기했나 보다.  터키분들에게 사진요청을 엄청 많이 받았다. 가족, 커플,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까지. 신기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사진 찍자 하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금 우쭐하기도 했다. 우리 형제가 아쉽게도 한국보다 터키에서 통하는 것 같다.(웃음) 

그때 여행 다니면서 싸우기도 엄청 싸웠다. 대학생 때 나는 서울에 있고 동생은 전주에서 떨어져 지내다가 오랜만에 그렇게 단둘이 있으니, ‘우리가 언제 이렇게 달라져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사사건건 부딪히더라.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말이다. 공보의가 되어서는 나도 전주 쪽에 있어서 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적응이 되었는지 요즘엔 거의 싸울 일이 없다. 

훈: 초, 중, 고를 같이 나오고 전공도 같아서 서로의 친구들에게 많이 목격되는 편이다. 친구 중에 반갑다는 표현을 아주 거칠게 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형과는 전혀 일면식이 없었는데 난줄 알고 살짝 때린 적이 있다. 형한테 미안했지만 그 이후로 둘이 인사하고 지내더라. 우리는 나이 먹고 서로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아직도 아닌가보다. 공중보건의 교육 같은 데에 가도 ‘어! 아, 동생분 이시구나’ 이럴 때가 많다. 

‘쌍둥이 한의사’ 희소성 有…블로그는 하나의 브랜딩이자 우리를 드러내는 소통 창구
 

▶블로그도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여행, 운동, 맛집 등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은 인턴 때였다. 주변에 선배들을 보니 개원을 앞두고 부랴부랴 블로그를 준비하시는데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가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 홍보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블로그 자체의 효용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녀온 기록, 영화나 책에 대한 소감 혹은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 등을 장황하게, 또 솔직하게 쓰고 싶은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너무 공개적이라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게시물을 업로드 할 때에도 내 친구들이 관심 없어 하는 주제를 올려서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소심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블로그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검색 기반의 유입 시스템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블로그에 올린 정보가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내가 쓴 포스팅이 가장 먼저 뜨는 것을 보면 짜릿하다. 블로그는 ‘나(우리)’라는 사람에 대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쌍둥이 한의사’ 라는 점이 희소성이 있지 않나. 그 희소성이 브랜딩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 건강 관련 포스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많이는 못 하고 있다. 요즘엔 한창 카메라에 빠져서 카메라 얘기를 많이 포스팅 하는 중이다. 요즘 어느 것에 관심 있는지가 블로그에 그대로 드러나니까, 우리를 드러내는 창이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훈: 형이 서울에서 일할 때 블로그를 시작한다길래 코웃음을 쳤었다. 그런데 그 블로그가 어느새 하루 방문자 수가 400번 정도 카운팅 되고 있더라. 재미있어 보이고, 나를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자세한 명함이 될 것 같아서 같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슬쩍 숟가락을 얹은 셈이다. 우리 블로그가 포스팅 개수가 많지는 않은 것에 비해 활성화가 잘 된 편인데, 내가 생각하는 ‘꿀팁’은 포스팅 시 사진의 퀄리티다. 블로그나 SNS는 굉장히 시각적인 매체들이라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요새 어지간한 맛집 검색하면 포스팅이 한 두 개가 아닌데, 그 중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이웃추가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사진이 충실한 포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너무 공들여서 쓰지는 않는다. 재밌자고 하는 일인데 나한테 너무 부담이 되면 안 되기도 하고, 매체의 특성에 맞게 가볍고 재밌게 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소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지 궁금하다. 
준: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이 나누는 편이다. 동생과 같이 많은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한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통증과 다이어트 쪽에 관심이 많은데, 신기하게 동생도 나와 비슷하다. 각자 듣고 좋은 강의는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괜찮은 책을 사서 같이 보곤 한다. 실습이 필요한 부분은 서로 실습 모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여러모로 효용가치가 많은 동생이다.(웃음)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언젠가 동생과 공동 개원을 할 생각도 어느 정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한의원 어떤 원장님은 이런 점이 좋더라’ 하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훈: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만 원론적인 토론을 하는 편은 아니다. 굉장히 실용적인 쪽으로 대화를 나눈다. ‘어떤 강의를 듣고 왔는데 어떻더라, 어떤 한의원에 가보니 어떻더라’ 뭐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한다. 둘 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데는 소질이 없어서 공보의 때 강의라도 많이 듣자는 주의였다. 이것저것 듣다가 요즘에는 나름대로 정착을 해서 통증,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 
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라는 뜻인데, 나는 ‘풀뿌리 한의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저변이 확대되려면 자신이 진료하는 지역 사회에서부터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본다. 

양심적인 마인드로,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고, 재현성 있는 치료 결과를 내주는 한의사들이 각 지역에 많아진다면 그 뜻이 모이고 모여 전 국민적인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나아질 것이다. 그런 진료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라 생각하고,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좋은 영향력을 지역사회에, 한의사 집단에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훈: 고등학교 선생님이 ‘정해진 미래’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하시더라. 인구학의 관점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하고 있는 책인데 느낀 점이 많았다. 앞으로 다가올 극심한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서 우리 한의사의 역할이 아주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배워서 Cure의 관점에서 바라볼 질환과 Care의 관점에서 바라볼 질환을 잘 구분하고,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준: 동생이 공보의 연차가 빨라서 나보다 먼저 사회(?)에 발을 내딛는데,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많이 배워서 나한테도 가르쳐달라고 하고 싶다. 어딜 가든 잘 할 동생이라 걱정은 없다. 

훈: 인터뷰를 하다 보니 한의사로 살아가면서 형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의지하는 것도 큰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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