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누가 그에게 녹조 라떼를 먹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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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누가 그에게 녹조 라떼를 먹일 것인가?
  • 승인 2017.08.1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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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mjmedi@http://


도서비평┃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著 이외수
干 해냄출판사

지난주 아이들을 데리고 충남 태안의 별주부 마을에 다녀왔다. 독살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독살은 밀물 때 올라온 물고기들을 썰물 때 못 빠져나가도록 둑을 쌓아 고기를 잡는 별주부 마을의 전통 어로 방법이다. 

같이 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린 힘을 합쳐 물고기를 잡았고 우럭, 방어, 서대, 꽃게 등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큰 물고기도 있었지만 치어들도 많았다. 복어, 학꽁치, 꼴뚜기 치어들은 나도 처음 보는 것이어서 신기하기만 하였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잡은 꽃게와 소라게를 가지고 온종일 놀았다. 어머니 같이 포근한 서해안 갯벌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문제는 집에 가려는 데 발생했다. 막내 녀석이 모두 다 데리고 집에 가져가서 키우고 싶어 했다. 집에 가면 모조리 죽는다는 것을 예상했지만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소라게 한 마리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과 함께 소라게에게 ‘튼튼이’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소라게 키우기’를 검색하여, 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인공 해수도 만들어 넣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에 막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튼튼이가 안 움직인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튼튼이는 자기 집인 소라 껍데기에서 나와 축 늘어진 채 죽어 있었다. 

아이들과 아침부터 장사를 지냈다. 집 앞의 땅을 파서 묻어주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다시는 자연에서 잡은 동물들을 데리고 오지 말자고 약속했다. 작은 생명이라도 하찮게 다루면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교육하였다.

우리는 주변에서 생명경시풍토를 자주 경험한다. 키우기 힘들다고 애완동물을 버린다든지, 도로와 철도를 만들기 위해 산과 강을 파괴한다든지, 한 마리 가축에게 전염병이 돈다고 해서 주변 농장까지 몰살시키는 것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나온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식물과 대화할 수 있다. 식물과 채널링이라는 것을 통해 대화하여 문제 해결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식물의 어려움을 주인공이 도와주기도 한다. 주인공은 고양이 이마에 못을 꽂아 학대하는 사람을 나무에 빙의시켜, 고통을 유발하여 개과천선하게 한다. 그리고 탐욕에 눈먼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어 벌주기도 한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에 독자는 후련하다.

이 소설은 SNS에서 이미 연재되어 인기를 끌었었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법망을 피해 다니거나, 법 위에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벌주고 있는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에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보복을 위해서는 법을 통해 처벌을 받게 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바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힘을 빌려 응징하여, 스스로 후회하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반성하게 한다.

주인공이 4대강의 주범 MS(절대 MB 아님)에게 보복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MS 일당에게 공개적으로 녹조 라떼를 먹이고, 초록색 강에서 수영하게 하여 자신들이 했던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닫게 하였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4대강을 정비하고,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는 사업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강바닥에는 진흙과 부유물이 쌓여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었다. 강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어민들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일자리를 잃어버렸고, 강물은 정화과정을 거쳐 수돗물로 공급되지만 직접 음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버렸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반성한다. 경제성장과 부동산개발에 사로잡혀 눈이 멀었었다. 매년 복구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니 언제나 회복될지 기약도 없다. 미물이라도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4대강 사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많은 물고기들을 비롯한 동식물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자연은 녹조 라떼로 우리 모두에게 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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