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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18>
마음의 방 그리기(Mentalizing the Rooms of Mind)
2017년 09월 15일 () 06:36:38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 형 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와 성찰은 모든 인류의 탐구정신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다. 당신이 지구상의 가장 신비로운 섬을 발견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이라는 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 박완서 선생의 『한 길 사람 속』 이란 에세이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인간이라는 심연의 바닥을 본 사람은 없다. 오죽해야 예로부터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일컬어져 왔을까.” 그럼에도 에세이는 사람 속(마음)에 대한 관찰과 성찰 그 심연을 들여다보기 위한 성실한 보고로 가득하다.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의 사전적 의미를 우선 살펴보자. 마음은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을 말하며,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드는 감정이나 의지, 생각의 작용이나 태도를 말한다. 또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이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이기도 하다.   


임상에서도 마음을 공간적 개념으로 구조화 시킨 예가 있다. 일본 정신과 정신보건지정의이며, M&L 심리치료 마스터 트레이너인 유수양 선생에 의해 처음 소개된 ‘마음의 방 그리기(Mentalizing the Rooms of Mind, MRM)’가 그것인데 복잡하고 추상적인 마음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구체화시킴으로서 통찰을 얻게 하는 심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음의 방에 관한 이해를 돕고자 필자의 어릴 적 집 구조를 소개하고 싶다. 먼저 부모님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가득했던 안방. 지금은 별세하신 아버지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방이다. 그 앞에 집을 출입할 때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마루. 모두의 공간이었고 이곳은 손님을 제일 편히 맞이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옆에는 남도의 푸른 바다와 싱싱함이 늘 춤추던 어머니의 부엌이 있었다. 그 사이에 내게도 방이 있었다. 비록 할머니 방 한 켠이긴 했어도 앉은뱅이 책상까지 자리했던 나의 방. 할머니의 콩나물시루와 함께 내 꿈이 자랐던 공간이 생각난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들어선 아래채엔 늘 친구들과 손님으로 뒤엉켜 지냈던 사랑방 같은 곳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각 방마다 추억의 모양과 빛깔이 고유하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다. 경험과 시간이 쌓이며 자리한 생각, 감정, 기억들이 각양의 방을 만들고 자리하고 있다. 행복, 기쁨, 우울, 슬픔, 화, 가족, 사건, 감사의 방… 이렇게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이 중 유독 마음을 크게 차지하는 방이 자라게 되고, 그 방이 내 마음의 다른 방을 숨기고 유일하고 전체인 것처럼 느껴질 때, 그 방은 ‘증상의 방’이 된다. 우울의 방이 가장 크게 차지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동양의 도가와 선사상 등의 광범위한 영향을 받은 프리츠 펄스(Fritz Perls)는 개체와 환경을 하나의 전체적인 통합체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게슈탈트(Gestalt) 심리치료’를 개척하였다. 이를 통하여 개체를 여러 개의 심리적인 요소로 분할하여 분석하는 대신에, 전체 장(field)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전경’과 ‘배경’ 이론을 정립했다. 


대상을 인식할 때 관심 있는 부분은 지각의 중심 부분으로 떠올리지만 나머지는 배경으로 보낸다. 우리가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볼 때,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리 풍경은 전면으로 부각되고 창틀은 뒤로 물러가며, 다음 순간 창틀에 관심을 가지면 창틀은 전면으로 떠오르고 거리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처럼 어느 한 순간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부분을 ‘전경’이라고 하고, 관심 밖에 놓여있는 부분을 ‘배경’이라고 한다. 


마음의 방을 그리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방을 그려놓지만, 이중 하나의 방이 전경이 되면 나머지 방들은 다 배경으로 처리되어 버린다. 


7살 아들의 과잉행동, 공격성향으로 내원한 A씨의 마음의 방을 보자. 그녀의 마음의 방은, ‘시댁’, ‘친정’, ‘아들’, ‘남편’, ‘공부’, ‘운동’, ‘유치원 엄마 친구들’ 이렇게 7개의 방이 있다. 이 중 마음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방은 ‘아들 방’이었다. 과잉행동, 공격성, 충동성, 과격한 말, 친구관계 소외, 생활습관 이런 부분을 문제로 보았다. 아들의 방은 마음의 80%정도나 차지한다고 했다. 다른 방들의 히스토리도 자세히 들어보니 아들 방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부하고 운동하는 방은 유일하게 A씨가 원하는 방이었다. 이것도 최근에서야 시작했단다. 그러나 그녀에게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게 하는 방이었다.   


조금 떨어져 마음의 방을 보고, 그 상태에서 잠시 몸을 이완시키고 호흡을 천천히 따라가 보자고 제안했다. 물이 흐르지 않고 잔잔해지면 밑바닥이 보이듯 잠시 멈춰서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자고 했다. 눈을 살짝 감고 한 동안 호흡을 따라가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내가 아들의 방에만 너무 매몰되었구나. 다른 방들도 많은데….’  또 ‘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눈으로 아들을 봤고, 나의 눈으로 남편을 봤고,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구나. 내 자신이 중요하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그녀는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문제투성이고 엉망진창 얽혀있는 방들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후 그녀는 마음의 방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 마음의 방에는 하나의 방만 존재했다. ‘나’ 라는 방을 발견한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발달심리학 교수였던 로버트 케건(Robert Kegan)은 인간의 심리적 성숙을 세 가지 마인드(mind) 단계별로 소개하였다. 첫 번째는 사회화된 마음(socialize mind)으로 사회화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얻어낸 마음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정,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구조적 시스템에서의 생존전략이다. 두 번째는 자기 주도적 마음(self-authorizing mind)으로, 성장해가면서 자기의식에 대해서 자기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전의 가족 혹은 사회의 신념체계에 고착되어 있던 사회화된 마음에서 벗어나 그것을 의식화(mentalizing)하여 내 자신, 내 세계에 대해서 주도권을 갖게 되는 단계이다. 그 다음 단계는 자기변용의 마음(self-transforming mind)으로 ‘나는 이제 내 삶을 이렇게 바꿔가고 싶다’고 선언하고 바꿔가는 삶,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마음의 방 그리기는 사회화된 마음(socialized mind)에서 자기 주도적 마음(self-authorizing mind)으로 이행하는 첫 단계이다. A씨는 기존에 시댁, 친정, 아들, 남편, 공부, 운동, 유치원 엄마 친구들 7가지 마음의 방은 기존 A씨가 살아왔던 방식으로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하는 상황으로 설정을 해놓고 그것에 맞춰 살아왔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아들도 마찬가지로 내가 다 책임 져야하는데, 크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힘들어 더 우울해지고 분노 표출이 많아 졌던 것이다. 이런 생존 전략으로서의 굳어진 마음에서 삶의 주도권을 자신이 확보하도록 돕는 첫 단계가 마음의 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나만의 방을 갖게 되었을 때, 그 때부터 심리적 성장은 시작이 된다. 


이렇게 ‘마음의 방 그리기’는 막연했던 내 마음의 문제들을 시각화, 도식화, 구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보다 더 객관적으로 내 마음을 관찰 수 있게 만들어주고, 마음의 변화와 경과를 시각적으로 의식화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임상적으로는 관계성 확립을 통한 진단평가 및 경과 관찰의 유용한 도구로써 저변확대가 기대되는 심리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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