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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참 좋다
2017년 09월 22일 () 07:15:06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원래 인생은 고통이며 견디는 것일까? 견디면 노년이 행복해질까? 견디고 견디다 병들면?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견디는 것이 인생이다’와 같은 주제의 책들이 많이 보인다.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강조하던 책들이 유행을 하다가 그렇지 않은 현실에 실망하며 나타난 트렌드로 보인다. 원래 인생은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속 편하다는 책들. 슬프다. 원래 인생은 고통이니까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받아들이란다. 

긍정적 생각을 하면 좋은 결과를 만나게 된다는 <시크릿>류의 책들이 준 좌절은 이런 식의 <받아들임>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진짜 인생은 고통이 대부분이며, 직업으로서의 일은 견디는 것이 당연할까? 마음속에서 강한 저항감이 올라온다.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느낀 기분이 무엇인가? 너무 서둘러 준비한다고 기억이 안날지도 모른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출근할 때를 기억해보면 ‘아 또 출근이구나, 쉬고 싶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던 것 같다. 한의원을 하든, 직장인이든, 자영업을 하든 아침이 상쾌한 사람은 참 드물다. 언제가 부터 나는 이런 꿈을 꾸어왔다. 그 꿈을 위해 지금 긴 휴식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꿈은 바로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 아~ 듣기만 해도 참 좋다.

자기 전에 ‘내일 아침이 빨리 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인생. 얼마나 좋은가. 어릴 때 우리는 이런 기분을 자주 느끼며 살았다. 어느새 이런 기분은 일상에서 사라져버렸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에나 약간 느끼려나.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본다. 그 때 주목하게 되는 기분, 그것은 ‘참 좋다’는 느낌이다. 그런 순간이 많아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참 좋다’는 기분을 오롯이 느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슴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머리로 애써 생각해보는 상황이랄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살아간다는 안심감,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다는 상대적 느낌을 마치 나의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내 인생>에 대한 생각은 사치처럼 느끼고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참 좋다’ 는 느낌을 많이 느끼고 싶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나마 지금이 좋은거구나 라고 생각하는 ‘그나마 좋다’ 말고, 진짜 ‘참 좋다’는 느낌을. 순전히 나의 몸과 마음이 좋은 느낌.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순간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그 느낌. 

‘참 좋다’는 느낌에 집중해서 살고 싶다. 힘든 시험을 치른 후 동네 목욕탕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아 오늘 저녁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내일 아침에는 늦잠을 자도 돼’ 하는 그런 느낌,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은 음악을 검색한 후에 집에서 10번 이상 들어볼 때의 그런 느낌,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스토리의 영화를 다 본 후의 그 잔잔한 느낌, 외국 여행에서 늦은 아침을 맞이한 후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의 그 공기 느낌,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는 그런 느낌, 이런 느낌들에 집중해보려 한다.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가 가지고 태어난 고유한 코드와 그 코드들에 꼭 맞춘 듯한 시간과 장소, 음악, 영화, 미술 등 타인의 창조물들을 만날 때. 그런 순수한 느낌에 집중하다보면 느껴지는 ‘참 좋다’ 는 그 순간. 그 순간이야 말로 행복의 비결이자 건강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재능과 거리가 먼 일이 직업이 되면 힘이 든다. 많은 에너지의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연어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인생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참 좋다’ 는 느낌을 느끼기 어렵다. 몸의 이곳저곳이 아프고 아침이 두렵다. 일상이 힘들다보니 나의 타고난 재능은 빛을 잃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간다. 일상에 몰입하지 못하고 ‘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의 길을 계속 걸어간다. 그렇게 힘이 빠져간다. 그렇게 늙어간다. 그리고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한다.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의 해답은 ‘참 좋다’는 느낌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느낌이 내게도 아직은 구름 같다. 멀리서 보면 보이는데 만질 수가 없다. 그 느낌을 알고, 어떨 때 참 좋은지 기록해 둔다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나의 진짜 재능과 만날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받은 나의 재능과 코드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인생이 내가 진정 찾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침이 기다려지는 인생>, 듣기만 해도 좋다. 또 다시 읊조려 본다. 꼭 만져보고 싶은 구름 같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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