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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소명(召命)과 천직(天職)
2017년 10월 20일 () 07:06:39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잠잠하던 마음도 사람이나 상황을 만나면 생각과 감정이 피어오른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편하다, 좋다.’ 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불편하다, 보고 싶지 않다.’ 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 반응을 통해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를 발견한다.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그제 서야 알게 된다. 평소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나’는 다를지도 모른다. 머리로 생각하는 자아상은 ‘왠지 그래야만 하는 생각 속의 나’ 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나의 본질과는 다른 것들을 걷어내다 보면 진짜 나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어쩌면 살다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상황들은 거짓을 걷어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의 역사 속에 단 한 순간도 의미 없는 과정이 없다. 이런 과정은 문득 피카소의 황소그림을 연상시킨다.
   
피카소는 그럴듯한 황소를 그린 후에 마지막에는 황소의 뼈대만 남겨두었다. 예술과 삶의 본질이 극도의 단순함에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본질이 아닌 것을 지우고 또 지워서 진짜 만 남기는 이 그림은 심오(深奧)하다. 이렇게 ‘나 다운 것, 본질(本質)’을 찾다보면 어느 순간 소명(召命)과 만난다. 내가 지금 이 시대에, 하필 이곳에 태어난 이유가 곧 나의 소명(召命)이다. 소명(召命)을 알고 살아가는 분들은 고된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다. 그들에게는 일이 곧 휴식이고 휴식이 곧 일이다.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인생이다. 소명을 알고 일을 가지면 그것이 바로 천직(天職)이 된다.

천직(天職)을 만난 분들의 인생은 더하고 가져서 풍요로워진 것이 아니라, 덜고 줄여서 진짜를 만난 과정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불편하면 그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불편한 일과 환경에 처해 있으면 주저 없이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찾아간다. 억지로 견디면서 짧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과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집중한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덧붙여진 쓸데없는 것들을 덜어내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간다. 무엇이 좋은지, 언제 행복한지를 알아가는 것만큼,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피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어쩔 수 없이 달고 살았던 많은 것을 하나, 둘 덜어 내다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나와 만나게 된다. 그러면 애써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지 않아도, 굳이 웃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힘이 나고 신이 나서 하루하루가 즐거운 스스로를 발견한다.

사실 머리보다 몸이 더 솔직하다.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배탈을 일으키고 불편한 사람과 있으면 심장이 먼저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몸의 신호도 잘 들어줄 필요가 있다. 억지로 적응하며 살려고 했던 머리를 내려놓고, 몸의 반응에 귀 기울이면 판단이 더 정확해진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조금 더 긴 기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장소에 머무는 동안 나는 행복했는가?’ ‘이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 나는 편안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답이 나온다. 이런 신호를 잘 살피고 종합하면 조금 더 솔직한 나와 만나게 된다. 맞지 않는 것과 억지로 같이 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만남은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면 다음에 그런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고, 매일 출근하기 가 너무 싫다면 다음엔 그 일을 피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매일 만나는 모든 경험은 결국 나를 알기 위한 과정이다. 

모두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 우리가 똑같은 형태의 집에 살고, 비슷비슷한 일을 하며 그렇게 재밌지도 보람되지도, 그렇다고 큰돈을 벌지도 못하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이 슬퍼서 이 글을 써본다. 

최근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沒入:throw)해본 적이 있는가? 깊은 몰입과 집중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스스로를 발견한 사람만이 가지는 최고의 특권이다. 피카소는 알았다. 이런 특권을 가지려면 많은 것을 버리고, 극도로 단순해야 한다는 것을. 소명(召命)의식이 별거 있나? 그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발견하는 거지. 그 이유를 알고 내게 부여된 재능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곳에 쓰는 일이 천직(天職)이다. 소명(召命)을 알고 천직(天職)을 발견하는 날까지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참아내자. 만날 수 있음을 믿는다면 언젠가 만난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志在有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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