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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 ‘황도순’, ‘황도연’으로 개명한 사실 널리 알리고 싶었다”
▶이사람: ‘황도순-황도연’ 연구하는 임상한의사 3인.
2017년 11월 02일 () 08:05:46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다량의 고서(古書) 서로 돌려보며 정보 공유…고증과 실물 통한 연구 지속할 것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방약합편의 저자 황도순이 황도연으로 개명한 사실을 장서각에서 발견하고 이런 중차대한 것을 발견한 기쁨을 많은 한의사들에게 같이 나누고자 지난 5월부터 민족의학신문에 연구 결과를 게재하고 있는 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원장. 이들은 출신학교도, 나이도,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고서를 통해 연을 맺게 됐고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왜 고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연재글이 이어질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왼쪽부터)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원장.

▶세 분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말해 달라

한기춘: 우리는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 고서 애호가로서 알게 된 사이다. 제가 블로그에 올린 고서 사진을 보고 형님(최순화)이 처음 연락을 했고, 그 뒤로 친분을 쌓으며 계속 고서수집과 연구를 하던 중에 유사한 연구자를 한 명 더 알게 됐는데 바로 구미에서 경희한방민속박물관을 하고 있는 동생(서정철)이다. 그래서 셋이 친교하게 되고, 삼국지처럼 의형제 결의도 맺어 지금은 친형제처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삼형제는 모두 다양한 주제로 한의 고서를 소장하고 있어 따로 도서관을 가지 않아도 논문 쓰는데 필요한 참고문헌을 상당부분 자체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도 소장하지 못한 한의 고서도 삼형제 중 한 명은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서로 돌려 보며 공유하고 있다.


▶‘황도순-황도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삼형제의 우애를 새긴 전각 도장(雲龍 한기춘, 普光 최순화, 瑞友 서정철)

원래 惠庵(혜암)의 의학적 성과로 봐서는 醫宗損益(의종손익)이 아주 중요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간의서라고 할 수 있는 방약합편에 대한 연구 위주로 이루어진 것이 오랫동안 답답한 심정이었다. 의종손익을 읽다보면 惠庵(혜암)의 심오한 의학사상이나, 어의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래서 기존의 황도연에 대한 연구 방향과 내용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고, 여러 가지 문헌을 찾아서 고증하던 중에 우연히 御醫(어의) 黃道淳(황도순)이 黃度淵(황도연)으로 개명한 사실을 최초로 장서각에서 발견하게 됐는데, 이런 중차대한 것을 발견한 기쁨을 많은 한의사들에게 같이 나누고자 연재 기고를 결심하게 됐다. 또한 소수의 학회지 구독자가 아니라 다수의 신문 독자로 하여금 ‘황도순과 방약합편’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게 하고 개원의들도 임상만 아니라 의사학 연구도 깊이, 더 세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한의사 회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다행히 <민족의학신문>에서 연재를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다시금 감사드린다.

 

▶임상한의사로서 임상연구가 아닌 역사적 인물과 고서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임상이 아닌 의사학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순화: 의서나 의인에 대한 연구는 마치 고고학과 같아서 새로운 물증이 나타나면 기존 학설을 버리고 다시 새롭게 정의해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 고서를 통해서 시대상황을 통한, 그 인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그 학술사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게 됨으로써 한의학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기춘: 임상이 없는 이론이나, 이론 없는 임상은 조화롭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전부를 배울 수는 없지만 현재 만들어진 한의학 이론들의 배경에는 역사가 숨겨져 있다. 한의학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튼튼한 이론으로도 발전할 수 없고, 좋은 이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결국 임상도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사학은 몇몇 분들만 하는 게 아니라 임상 여부를 떠나 한의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를 했는데 어려웠던 점이 궁금하다.

한기춘: 공동연구 3명이 모두 임상가로서 바쁜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시간을 쪼개서 연구한다는 점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고 더구나 지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기회가 잘 없었다. 낮에는 진료 중 틈틈이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한 의견교환과, 저녁마다 전화 통화를 해가면서 수많은 토론과 교정을 통해서 연구했던 점이 힘들었다.

최순화: 막상 연구를 하다 보니 실제 惠庵(혜암)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해 충분한 자료가 없어 어려웠고, 고서 자료가 국내 유일본(소장처가 국립중앙도서관 등)인 경우 자료를 손수 확인해야 하는데 임상가로서 폐문을 해야 하는 고초가 있었다. 최근도서는 많이 인쇄되고 널리 퍼져 자료를 쉽게 볼 수 있으나, 고서는 그렇지 못해 특히 方藥合編 甲申涂月(방약합편 갑신도월) 판본의 실체를 확보하지 못해 좀 더 정밀한 비교를 못해서 아쉽다.

 

▶반대로 보람됐던 점은

최순화: 첫 단추를 꿴 연구자가 잘못 기록을 하면 그 권위에 눌려,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후학자가 연구에 인용하다보니 잘못이 침소봉대 되어 모든 한의사가 잘못 알게 된 사실을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는 단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이 보람이다.

한기춘: 조선후기 최고의 의사였던 혜암은 호로 불리기를 원해 책에 본인의 성명을 밝히지 않았던 것인데, 그걸 모르는 후대의 연구자들이 임의로 황도연이라고 하면서 많은 곡해가 있었던 것을 바로 잡고, 혜암의 일대기와 저서를 연구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현재까지 지면에 소개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혜암은 조선 말기에 어의로서 활동했고 은퇴 무렵에 의종손익과 의방활투를, 사후에 아들을 통해서 방약합편을 편찬해 후대에 커다란 공을 세웠으니 책 속의 印文(인문)인 樹德在滋(수덕재자)와 상통한다고 하겠다. 의종손익은 동의보감의 계승자인 제중신편과 명대의 경악전서를 연구해 만든 조선후기 최고의 의서다. 이것을 편람하기 위해 처방집으로 만든 것이 방약합편인데 워낙 베스트스테디셀러다 보니 여러 가지 판본이 혼재하고 있어서 대다수가 판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우리 삼형제들이 소장한 60여권의 여러 선장본 방약합편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서용 오버헤드 스캐너(한기춘 원장이 골프장 가는 대신 구입한 것)로 각각 이미지를 특별 스캔해 일일이 각 판본마다 실물 이미지를 비교 연구해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번 연구의 결과다. 방약합편 전재의방활투, 美洞新刊(미동신간), 冶洞新刊(야동신간), 里洞新刊(리동신간), 院山新刊(원산신간)의 판본이 존재하고, 그것조차 여러 번 훼손되어 개정과 보충이 된 것 등, 異本(이본)의 존재를 판본학적으로 연구한 것을 발표한 것이다.

 

▶앞으로 몇 편 정도의 원고가 남았으며 어떤 내용인지 소개 해 달라.

현재 방약합편 미동신간에 대한 연구까지 연재했는데 향후 冶洞新刊, 里洞新刊, 院山新刊에 대한 연구와, 근현대 방약합편 판본의 비교연구, 그리고 혜암의 일대기와 주변 자료를 총괄하는 원고로서,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고 연구한 것을 정리한 것을 10편 이상 게재하려한다. 이번 연재가 한의사 회원들이 혜암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권위나 이름이 아니라 고증과 실물을 통한 연구를 지속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기고 글을 읽어 주시길 바란다.


한기춘: 원광대 86학번 MC맥한의원(수원) 원장 ◇서정철: 경희대 89학번 우리경희한의원(구미) 원장 중앙대의원(2013년-현재) ◇최순화: 대구한의대 82학번 보광한의원(대구) 원장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심신의학과 초대 학회장 (전)대구한의사회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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