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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나 류성룡, 다시 한 번 경계하여 글을 남긴다
도서비평 | 징비록
2017년 11월 24일 () 00:00:29 정유옹 mjmedi@mjmedi.com

 

이 땅의 오천만 백성들에게.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도 벌써 400여 년이 지났구나. 아직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지하에서 이 글을 쓴다. 부디 명심하여 다시는 나의 후손들이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류성룡 著
서해문집 刊

첫째,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라. 
임진왜란 전에 일본으로 사신을 보냈었다. 사신 중 하나는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의견 중 누가 옳은지 그른지 따지기보다는 전쟁을 대비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미리 군대를 개혁하고, 조총과 같은 신무기를 받아들이고, 훈련도감을 설치했다면 전쟁에서 그렇게까지 유린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작금의 국제 정세에서는 항상 전쟁과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둘째, 절대 동맹국을 의지하지 마라! 
임란 때 평양성을 수복하고 나서 명나라는 전쟁을 끝내는 조건으로 계속 왜군과 강화를 맺으려고 하였다. 내가 반대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조선 땅은 왜군과 명나라에 의해 갈라질 뻔했었다. 우리가 군주국로 모셨던 명이 이럴 진데, 지금 너희들의 동맹국은 결국 자기의 이익과 입장만 주장할 것이다.

셋째, 왜놈들을 믿지 마라!
왜놈들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인간들이다. 전쟁이 끝나면서 명나라의 중재로 왜놈들을 조선의 신하 나라로 인정하기로 조약을 맺고, 조선에서 모두 철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시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기로 약조하였다. 그렇지만 왜놈들은 철군하는 것도 각종 이유를 들어 꾸무럭거리더니 정유년에는 다시 침략하였다. 천하에 왜놈처럼 거짓말을 잘하는 놈들도 없다. 절대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능력이 좋다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벼슬을 줘라.
내가 이순신의 능력을 예전부터 좋게 봐서 수사에 천거하여, 당시 종6품 현감으로 있던 그를 정3품의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임명하였다. 이순신의 용맹과 지략으로 임란 당시 전라도와 충청도는 피해를 덜 입었다. 100명의 자신을 위하는 관리보다는 한 사람의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관리가 낫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여당 야당, 우리 편 내 편 가르지 말고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전쟁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을 『징비록』을 통해 남겼으니, 이 땅의 국민들과 지도자들은 모두 읽어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온 국민이 전쟁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기를 바란다.

丁酉年 小雪의 추위에도 꿋꿋하게 서애 류성룡 쓰다.

류성룡의 『징비록』을 읽고 현시점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편지 형식으로 적어 보았다. 필자의 필력이 짧은 관계로 닭살이 돋는 독자들이 있다면 소주 한잔하면서 읽어주길 바란다.

지난주 대학원에서 한독의약박물관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류성룡이 1600년에 쓴 『침구요결』을 볼 수 있었다. 류성룡은 낙향 후 하회마을에 기거하면서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징비록』이다. 그리고 『침구요결』,『의학변증지남』과 같은 의서도 집필하였다.

류성룡은 사람을 사랑했다. 전쟁 후 기근과 질병에 고통받는 자신의 이웃을 위해 약재가 없어도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침구학 책을 저술하였다. 『침구요결』에는 경혈에 따라 위치, 주치증, 시술 깊이 등을 표로 만들어 보기 쉽게 구성하였다. 함께 방약(方藥)과 식치(食治)의 내용도 실어 누구든지 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보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언해본의 흔적도 있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침구의서도 구상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한반도 전쟁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류성룡이 말한 이순신과 같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정유옹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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