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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영화 읽기 | 아이 캔 스피크
2017년 11월 24일 () 00:00:48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작년에 이어 지진에 대한 공포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 그로인해 사상초유의 수학능력시험이 연기 되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온 국민이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 역시 너무 과격한 내용보다는 감정적으로 순화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한다면 그나마 작은 위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나문희)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나타난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했던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 : 김현석
출연 : 나문희, 이제훈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담아 연출하는 김현석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채택되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추석연휴에 개봉한 쟁쟁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27만명의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였다.

사실 영화는 옥분 할머니가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그녀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으로 출발하지만 그녀가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것은 이미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이 전반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데 큰 문제를 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기존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영화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더 크게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영화와 달리 <아이 캔 스피크>는 잔혹하거나 감정 과잉 등의 장면들이 없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TV 드라마 같은 영화이지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재 영화제 여우주연상 2관왕에 빛나는 나문희는 유쾌, 상쾌, 통쾌한 연기로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한 번에 전달하고 있으며, 이제훈 역시 나문희와의 케미를 선보이며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과 또 다른 가족애를 선보이고 있다. 주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아이 캔 스피크>를 지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점차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감성을 느끼며, 아직도 일본에게 못들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과를 받는 그날을 기다려보자.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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