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살아남기
상태바
전기 없이 살아남기
  • 승인 2018.01.19 0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서바이벌 패밀리

몇 년 전, 우리는 대규모 정전사태인 ‘블랙 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후 여름과 겨울 뉴스는 전력 사용량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하게 보도하게 되었고,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블랙 아웃’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전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전기가 단순 정전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아예 끊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하나하나씩 짚어가면서 생각해본다면 우리 곁에 늘 있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전기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출연 : 코히나타 후미요, 후카츠 에리, 이즈미사와 유키, 아오이 와카나

도쿄에 사는 스즈키 가족은 평범한 가족처럼 보인다. 그러나 엄마(후카츠 에리)의 대화에도 아빠(코히나타 후미요)는 TV만 쳐다보고, 아들(이즈미사와 유키)은 헤드셋만 끼고 살고, 딸(아오이 와카나)은 스마트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 전역에 모든 전기가 끊기고, 전기와 연결된 시스템과 기차, 자동차, 가스, 전자기기 등이 동시에 멈춘다. 모든 사람들이 처음엔 며칠만 참고 견디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회사와 학교는 갈 수 없고, 식량은 떨어져가며 심지어 물도 마실 수 없게 된다. 결국 스즈키 가족은 도쿄를 탈출하기로 한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우리에게 <스윙 걸즈>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작품인 <서바이벌 패밀리>는 감독 특유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영화는 전기와 물이 사라진 도시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고, 이에 대처하는 가족의 모습을 약간 오버스러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내용으로 전개하며 처절한 생존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나라면?’ ‘우리 가족이라면?’이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감정이입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거대한 재난 속에서 소통 부재의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간다는 뻔한 결말을 피할 수 없는 영화이지만 그것을 감독만의 화법으로 풀어나가면서 마지막에는 꼭 최루성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우리나라의 가족영화와 달리 다이내믹한 에피소드들을 연달아 연결시키며 웃음이 있는 가족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 영화의 재미있는 포인트는 전기와 물이 없어져 불편함을 느낀 도시인들이 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시골이라는 점이다. 마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는 듯한 장면에서 이 영화를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한파로 인해 우리나라 전력사용량 기록을 세웠다는 뉴스를 접한 상태에서 <서바이벌 패밀리>를 보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만약을 대비하면서 전기를 조금이라도 아껴 쓸 수 있도록 실천해 나가야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