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810> - 『無求子活人書』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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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810> - 『無求子活人書』⓷
  • 승인 2018.02.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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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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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상한치법과 역사적 평가

『의방유취』상한문의 총론편에 수록된『無求子活人書』첫머리는 ‘傷寒十勸’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상한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반드시 가려야할 판단기준을 10가지 조문으로 잘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대략 요지만을 다시 압축하여 정리한 것으로 상한병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실어보기로 한다.

 ◇ 『무구자활인서』

1. 상한병에 두통이 있으면서 또한 몸에서 열이 나면 이는 양증이니, 뜨거운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상한의 병증은 三陰三陽, 곧 六經에 따라 전변하는데, 이중 삼음경증일 때는 두통과 身熱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양증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때에 熱性약을 먹인다면 절대 환자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 상한에 걸렸을 때에는 마땅히 곧바로 독기를 공격해야지, 보익해서는 안 된다. 사기가 경락에 침입한 뒤에, 곧바로 공격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치료할 수 있으나, 만약 정기를 중요하게 여겨 보익한다면 도리어 독기를 돕는 셈이 되어 환자를 죽게 만든다.

3. 상한병에 식욕이 없다 하여 온비약(溫脾藥)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상한에 입맛을 잃게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며, 결코 굶어죽는데 이르지는 않으므로 구태여 이중환이나 정향이나 파두 같은 약을 써서 식욕을 돋우려고 하다가 병을 키워서는 안 된다.

4. 상한에 복통이 있을 경우도 역시 열증이므로 따뜻한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난경』에 통증은 실증이라고 하였다.

5. 상한에 설사하는 것은 마땅히 음증과 양증을 분간해야만 하니, 의례 따뜻한 약으로 보하거나 止瀉劑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 삼음경증 이외에 신열과 하리가 있는 것은 모두 양증이다.

6. 상한에 가슴이나 옆구리에 통증이 있거나 복부가 창만할 때에는 약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여 함부로 쑥뜸을 떠서는 안 된다. 뜸은 음증인 경우에만 활용해야 하니, 양증으로 나타나는 흉협통 및 복부 창만에 쓰면 병세가 심각하게 바뀔 수 있다.

7. 상한에 수족궐랭은 마땅히 음증과 양증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으니, 한결같이 음증으로 보고 상투적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

8. 상한이 이미 裏部에 있으면 함부로 발한시켜서는 안 된다.

9. 상한에 갈증이 심한 것은 물로 열기를 삭이려는 것이므로 병이 나으려는 것이지만, 환자가 제멋대로 마시다가 구토나 천식, 해역, 하리, 水結이 생길 수 있으니 부족한 듯하게 주어야한다.

10. 상한에 걸렸다가 갓 나았을 때에는 배불리 먹거나 피곤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양고기나 각종 고깃국, 술을 먹어서는 안 되며, 성생활 또한 피하여야 한다. 상한이 나은 직후에는 비위가 오히려 약하며 기혈이 아직 허약하여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한문에는 『無求子活人書』의 본문에 앞서 ‘傷寒十勸’에 대한 『의방유취』편찬진의 주석이 달려있다. 이미 오래 전에 망실된 것으로 알려진『管見大全良方』(宋 陳自明 撰)이나 『경험양방』(不著撰人)을 인용하여 역대 상한서의 특징을 개괄하면서 상한 의가의 功過를 논한 내용이다.

여기에서 말하기를 “상한병 치료법은 仲景의 책으로부터 시작하는데, 元符間(1098~1100)에 龐安常이 『傷寒總論』을 짓고 政和間(1111~1118)에 朱肱이 『活人書』를 펴내어 方論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고 세심하게 의미를 밝혀놓았으니 매우 지극하다고 평하였다. 아울러 모든 내용이 중경의 책과 여러 의가의 잘된 점에 근본을 두었으며, 영원히 빛날 훌륭한 방법(千古不朽之良法)이라고 극찬하였으니 醫史에 길이 남을 만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고려사』에 의하면 1058년(문종12) 충주목에서 『상한론』을 새로 판각하여 인출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읽혀졌음이 분명하다. 또 『동의수세보원』의원론에서도 “張仲景 이후 남북조와 隋唐을 거쳐 송대 朱肱에 이르러 의학이 갖춰지게 되었고 ‘活人書’를 지어 醫道가 中興하게 되었다.”고 평했으니 한국의학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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