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생들 복수면허자 만나다…“의료는 여러 가지지만 의학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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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들 복수면허자 만나다…“의료는 여러 가지지만 의학은 하나”
  • 승인 2018.03.0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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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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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플래닛, 임채선 원장 초빙…복수면허자가 바라본 한의학의 강점과 미래
◇임채선 원장의 강의를 듣는 한의대생들.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하루가 머다 않고 ‘약인성 간손상’이며 ‘비과학적 치료법’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이 한의학의 최근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의사 뿐 아니라 양의사 면허도 가진, 복수면허자가 바라보는 한의학은 어떤 학문일까?

지난달 20일 한의플래닛은 서울시 강남 소재의 마이크임팩트스튜디오에서 한의사면허와 외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임채선 삼대국민의원한의원 원장을 초빙해 특강을 개최했다. ‘복수면허자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강연에서 임 원장은 본인이 복수면허를 취득하게 된 계기과 임상사례를 소개하며 한의학의 강점을 설명했다.

 

■“한의사-양의사 싸움 국민건강에 도움되지 않아”

 ◇임채선 원장.

현재 대한의사한의사복수면허의사협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임 원장은 “의사와 한의사 두 단체의 소모적인 싸움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의사와 한의사 두 단체의 교량역할을 하고, 교류를 도모하는 것이 이 단체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료는 여러 가지지만 의학은 하나”라며 “의학의 가지에 양의학이 있고 한의학이 있을 뿐이다. 필요한 부분에 따라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들이 배우는 생리학과 마찬가지로 한의생리학도 의학적으로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며 “믿음을 가지고 공부해서 충분한 지식체계와 흔들리지 않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 원장은 이를 위해 본인이 경험한 여러 가지 임상 사례들을 소개했다. 특히, 임 원장이 외과의사 시절 담당한 60세 배 모씨의 사례는 그가 한의대로 입학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배 씨는 췌장암 수술을 받고 2주 뒤부터 원인불명의 구토증상을 보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는데 장 마비 증상을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한의사인 부친께 진단을 부탁드렸더니 ‘하루에 30분씩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셨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홀몸으로 시장에서 일하며 어렵게 키운 아들이 수술 당일에만 병원에 오고 한 번도 안와서 화가 났다’고 말하더라”며 “환자의 아들을 불러 모친과 대화를 하게 했더니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기울(氣鬱)이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이 때 의사의 시각과 한의사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한의대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인 외과 레지던트 4년차 치프(chief) 직을 맡은 이후였다.

그는 또한 간경화 말기 환자가 한약을 통해 호전된 사례를 들며 “단순히 안전성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양의사들이 치료하지 못하는 부분에 나서 공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원장은 “간경화환자도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만약 간 이식 대기환자들에게 한약을 처방해 평균 생존률을 2~3년으로 늘린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이식을 받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환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의대생들과 질의응답

◇강의가 끝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임 원장은 강연을 들은 한의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A학생은 “작년에 한방생리학과 본초학을 배우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었다”며 “원장님도 그런 의심이나 회의감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지, 또 이에 대한 교육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지 묻고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임 원장은 “의학생리학을 배우면 한의학서적에 옛날부터 기록되어 있던 이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장부와 장기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인들이 많은 것을 만들어뒀다”고 답했다. 또한 “한방과 양방을 모두 공부하면 새로운 시야가 생기기 때문에 옛날의 치료법으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며 “타미플루(Tamiflu),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등의 최근 히트상품은 전부 천연물에서 나왔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한의학의 문제는 습득한 지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라며 “한의학 지식은 병렬적이라 이해가 어렵다. 이를 정립할 수 있는 석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B 학생의 “의대를 나온 사람의 입장에서 한의대 내의 교육이 부실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임 원장은 “정보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학생들은 양방을 많이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교수들도 이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며 “그래서 시험 문제의 질적인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지금의 양방교육 부분은 공부했다고 보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말했다.

C학생은 “양진한치(洋診漢治)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임 원장은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한치(漢治)를 한 순간 이미 한방의 진단이 들어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복수면허자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임 원장은 “돈을 좇으면 할 수가 없다”며 “목적이 정확해야 하고 공부를 해서 그 지식을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이 명확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를 예시로 들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어린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본 뒤 20년 후에 그들을 추적한 연구였다. 그 결과, 전체의 5%가 그 때의 꿈을 이뤘는데, 이들 중 70%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밝힌 꿈에 정확성과 디테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편, 이 강의를 주최한 한의플래닛의 전상호 대표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특강을 주최할 예정”이라며 “많은 한의대생들, 한의사들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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