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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 친일부역자는 친일부역자로
도서비평 | 35년
2018년 03월 09일 () 10:15:08 정유옹 mjmedi@mjmedi.com

지난번 처 할아버지 제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인어른에게 처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었다.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으로 일본 탄광에 끌려갔는데 가스폭발 사고로 허리를 다치셨다고 한다. 그 이후 허리가 약해서 일도 할 수 없었는데, 60대 이후로 허리를 아예 쓰지 못해서 10여 년 누워만 계시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고모부도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당해서 유골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놀란 적도 있었다. 참으로 아픈 우리의 역사이다.

   
박시백 著, 비아북 刊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일본과 일본군 성노예 합의로 100억여 원에 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분개했었다. 지금도 일제강점기의 폭력과 잔인함으로 인한 피해로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돈으로 때우고 끝내려는 일본의 태도와 정부의 협상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일제강점기의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를 비롯한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축약하거나, 남북관계에서 미묘한 부분(예를 들면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반쪽의 역사였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을까? 박시백의 새 책이 나왔다. 박시백은 한겨레신문의 만평으로 유명한 만화가이다. 그가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그린 후 다음 작품으로『35년』이란 제목으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저술하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 친일부역자는 친일부역자로 돌려놓기 위해 이 책을 출간하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부모 형제들은 일제에 독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제 병합되기 이전부터 시작된 독립운동은 3·1 운동을 계기로 전국적이고 대중적으로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삼일절 행사에서 언급하였듯이 전국에서 1542회의 시위가 일어났었고, 당시 전 국민의 10분의 1이 넘는 2백1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당시 우리 국민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세계에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생겼고, 세계 각지의 우리 국민들은 성금을 모아 독립운동에 이바지를 하였다. 상해 임시 정부 뿐만 아니라 우후죽순 생긴 독립운동 단체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다. 미국에서, 하와이에서, 간도에서, 러시아에서, 상해에서 그리고 조선 땅에서 계속된 저항으로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광복군은 일본이 망하기 직전까지도 한반도에 낙하산으로 침투해서 광복하려고 훈련했다고 한다. 일명 ‘독수리 작전’으로 알려진 이 훈련은 미국의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추진하였다. 이는 김구의 백범일지와 미국의 기밀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2월 28일 동아일보 참조)

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식에서 3·1 운동이 항일독립투쟁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영토와 정신을 유린한 것에 대해 직시하고, 진심으로 사과하여 미래 발전적인 관계로 함께 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물론 바로 일본 정부는 2015 한일 합의에 근거하여 반발하였지만,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에 가치를 부여하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연설이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패배의 역사를 배웠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패망하였고 그 덕분에 광복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국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각자 우리 민족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었다. 서울역에서 조선에 새로 부임하는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려던 한의사 강우규 열사처럼 우리의 선배 한의사들도 독립운동에 힘썼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중들은 나라 잃은 아픔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일본의 경제개발을 위해 강제 징용되어 일본으로 끌려가야 했고, 우리의 여동생들은 일본 군인의 성노예가 되어 전쟁터로 끌려갔다. 모두 독립이 되는 그날을 기대하고 염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바로 알고 진상을 밝혀, 일본에 정당한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박시백은 일제강점기 35년을 5년씩 7권으로 기획하고 있다. 아직 세 권 밖에 안 나왔지만, 그의 방대한 자료 조사 덕분에 앞으로 나올 4, 5, 6, 7권이 기대된다.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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