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약품용 한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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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약품용 한약재입니다”
  • 승인 2018.03.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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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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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용 약초와 식품용 약초의 차이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나는 의약품용 한약재입니다. 사람들은 나의 약물적 특성과 효능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씁니다. 한약이나 한약제제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나 같은 한약재를 적절히 활용해 조제한 의약품을 말합니다.

한약재인 나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제도에 따라 식약처의 엄격한 인증을 받고 생산됩니다. 의약품인 내가 제조과정에서 오염된다면 질병을 치료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나를 섭취하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GMP제도는 나처럼 우수한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나를 제조하는 한약제조(제약)회사의 설비시설부터 원자재 구입, 입고, 제조, 포장, 출하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식약처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가 됩니다.

즉, 한약재인 나와 농산물인 내 형제들은 이름도 외형도 똑같은 약초지만 그 사용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내 형제들인 ‘농산물’들은 마트나 동네 시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고, 시장에서 국거리용 콩나물 한 봉지를 사듯이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형제들은 의료기관의 한약재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반대로 ‘의약품용 한약재’는 한의사가 아니면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즉, 나를 이용한 한약도 한의사가 있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건강기능식품 역시 ‘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한약이나 한약제제처럼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사먹는 ‘쌍화차’도 건강기능식품이기 때문에 한의원에서 처방받는 ‘쌍화탕’과는 다릅니다. 올해부터는 건강기능식품도 GMP인증을 순차적으로 의무화한다고 하지만 그동안은 농산품과 같이 기본적인 검사만 받았기 때문에 각종 논란이 많았습니다. 내 친구 백수오가 그 대표적인 피해자입니다. 지난 2015년, 백수오를 첨가했다는 건강기능식품이 백수오가 아니라 이엽우피소를 넣었다는 사실이 들통 난 것입니다. 그 덕분에 백수오는 아직도 ‘진짜 백수오가 맞느냐’며 의심을 받고 있는 지경입니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접할 때 마다 사람들은 내가 ‘농약이 잔류해 있는 것은 아니냐’, ‘카드뮴이나 다른 중금속에 오염된 것은 아니냐’며 미심쩍어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 GMP인증을 받았다고 해명해야 합니다.

문제는 나와 내 형제들처럼 의약품과 식품의 명칭이 동일한 ‘식약공용품목’입니다. 사용법과 용도에 따라 유통 및 품질관리기준이 다르지만 이름도 외형도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합니다. 감초, 당귀, 황기 등이 이런 식약공용품목에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마황, 명절에 선물로 애용하는 홍삼도 문제입니다. 이 약재들은 식품으로 이용하기에는 부작용이 크지만 여전히 시중에는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식약공용품목을 대폭 축소하고 명칭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당국에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의약품과 식품이 오인 받는 것은 단순히 혼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를 일으켜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한약을 섭취하고, 한약재인 내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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