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찌꺼기 활용 시스템 구축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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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찌꺼기 활용 시스템 구축 돼야”
  • 승인 2018.04.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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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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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용 퇴비, 가축용 사료 등 친환경적 소재로 활용 가능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원 등지에서 발생하는 한약 찌꺼기의 폐기처리비용과 자원 활용성 등을 고려해 한의계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서울약령시장에서 버려지는 한약 찌꺼기는 월 평균 70톤에 달한다. 이러한 한약 찌꺼기의 대부분이 봉지 째로 폐기처리 되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해볼 방법은 없을까?

한약 찌꺼기를 활용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식물을 기르는 퇴비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유기농업 전문가는 “한약재 찌꺼기는 성질이 독해서 3개월 정도 발효시켰다가 퇴비로 사용하면 식물의 열매를 맺는 데도 좋고 잎이 잘 자란다”며 “또한 몇몇 한약은 물에 희석해서 뿌려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설명했다.

이에 착안해 약령시허브그린협동조합은 지난 2016년 한약 찌꺼기로 만든 퇴비 40톤(2천 포대, 1천만원 상당)를 서울시 소재 2백여 개 복지관련 단체에 기부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약 100톤의 한약 찌꺼기를 18개월 이상 부숙과정을 거쳐 약 40톤의 친환경 퇴비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한약 찌꺼기를 수거해 친환경 퇴비를 만들어 파는 사설업체도 있다.

또 다른 한약 찌꺼기 활용법은 바로 가축들에게 사료로 급여하는 방식이다. 가축에게 한약 찌꺼기를 먹이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997년 진주산업대학교 농업기술연구소에서 발간한 ‘농업기술연구소보’에 실린 ‘한약찌꺼기 급여가 돼지 도체품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김난희 아람한의원 원장은 제주도의 돼지농장에 한약 찌꺼기를 제공했다. 김 원장은 “옛날에는 한약을 재탕해서도 복용했는데 아깝기도 하고, 버리려면 따로 비용이 들고 해서 활용법을 고민해봤다”며 “사람에게도 효과가 좋고 안전한 한약을 동물사료에 응용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이 계기”라고 밝혔다. 이어 “마침 지인 중에 제주대 수의학과를 졸업해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수의사가 있었다”며 “그 분에게 의뢰해 동물실험 등의 검증과정을 거쳐 안전한 사료로 인증 받은 후에 한약 찌꺼기를 넣은 사료를 제조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런 방식은 한약 찌꺼기를 버리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어질 뿐 아니라 자원의 재활용차원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문제도 있다. 개인이 한약 찌꺼기를 활용하기에는 장기간의 보관과 처리과정 자체가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한약 찌꺼기를 퇴비로 활용해봤다는 A 한의원 관계자는 “한약 찌꺼기를 퇴비로 쓰려면 일단 많은 양을 모아서 보관해둬야 한다”며 “잘못 방치하면 악취가 나기 쉽고, 또 이렇게 모아 둔 찌꺼기를 포장해서 운반하고 퇴비로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난희 원장 역시 “한약 찌꺼기를 따로 건조기에 돌려 포장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건조기와 인건비 등의 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선 한의원에서 한약찌꺼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거업체에 용량대비 일정 금액을 지불하거나 약재를 공급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처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원 재활용 등의 측면에서 효율적인 활용방안 등을 연구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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