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한(李要漢)1)은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소속으로 전북 옥구군의 제헌국회의원2)이 되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자유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1952년 9월에 전북도지사에 임명되었다. 1954년에 비공개로 개회된 전북도의회에서, 농민에게 배급할 비료의 처분과 관련한 문제로 도지사 파면건의안이 가결되었고, 1955년 9월에는 잡부금 징수사건으로 일대 파문을 일으킨 ‘순창군사건3)’으로 도지사직을 사임하였다.

장로교의 목사인 배은희(裵恩希)4)는 해방 이후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창당에 참여하였고,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전라북도 지부장을 맡았다. 제2대 국회의원5)을 지내기도 했다.

미군정 시절인 1947년 6월 29일에, 충남지사이던 박종만(朴鍾萬)6)은 전북지사에 임명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박종만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학위를 딴 후에 귀국하여 국학대학(國學大學)의 학장이 된다.

이현재(李賢在)7)는 개성 출신으로 직물업계에서 20여 년간 활동했고 흥일사(興一社)를 운영했다. 그의 사무실은 서울의 ‘중구 다동 85번지8)’에 있는 3층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은 그의 소유였고 이현재가 사상의약(四象醫藥)에 입문한 이후로는 사상회관으로 불렸다. 이현재는 오래 고생하던 질병을 사상처방(四象處方)을 통해서 치료받은 후 사상의학에 심취하여 직접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1945년에 사상의약보급회(四象醫藥普及會)를 창설하였다.9)

노정우(盧正祐)10)는 일본 척식대학(拓植大學) 한방과를 수료11)하였으며, 조헌영(趙憲泳)을 사사하였다. 1950년대 후반에 동양의약대학(東洋醫藥大學)에 출강하면서 혜화동에 성화당한의원을 열고 있었다. 각종 한의약 관련 국가시험의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다.

홍순용(洪淳用)12)이 종로에서 운영하던 덕일한약방은 1958년에 한의사검정시험과정13)을 통과한 후 1959년에 덕일한의원으로 바뀌었다. 홍순용은 1958년 3월 5일에 서울중앙신학교 신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4월 20일에는 대한한의학회 3대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배은성(裵恩成)14)은 서울 출신으로 부친은 목사였다. 조선무선전신학교를 졸업하고 부관(釜關)연락선의 무선통신사로 일하던 중에 니시요법(西式療法)을 접했다. 이것이 동양의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1959년 2월에 동양의대를 졸업15)하고 을지로에 은성한의원을 개원한다. 1970년에 이명복(李明馥)16)과 함께 한국자연건강회를 창립했다.

해방 후에 간도(間島)17)에서 귀국하여 서울에 있던 청년(24세) 권도원(權度源)18)은, 일본인들이 건설한 불이농촌(不二農村)19)을 불하해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을 이끌고 옥구(沃溝)로 내려간다. 그리고 정치활동에 참여하여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옥구군 위원장으로 활동한다.

1945년에 사상의약보급회를 창설한 이현재는 전쟁 전에는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20)의 탄신일이 되면 함흥(咸興)을 방문하여 동무 공의 묘소에 참배하고 제자들과 교류하였다. 이러면서 제자들로부터 동무 공의 초상(肖像)을 받아 가지고 왔다.21) 이 당시 제자들은,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인 병증을 한증(寒證)과 열증(熱證)으로 구분한 것이 사상인 각각에 고정된다는 개념을 이미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사상의약보급회는 거의 해산되었다. 그러다가 휴전 후에 다시 서울에서 재건되었는데 그 중심은 사상회관(四象會館)이었다. 이현재는 한약종상 자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후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그는 사상회관에 사상한의원이라고 간판을 걸고 있었다. 간혹 보건 당국으로부터 단속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 사상의약보급회에 합류하여 이현재의 제자가 된 배은성은 선생님의 그런 행동이 늘 걱정스러웠다.22)

1952년 9월에 전북도지사가 된 이요한은 전쟁 중에 부산에 가 있던 권도원을 수소문해서 도지사 비서실장에 임명한다. 권도원이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옥구군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제헌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전북도지사 비서실장으로 있던 권도원은 1954년에 돌연히 상경(上京)한다. 그의 상경 배경은 아마도 이 시기에 이요한과 관련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서울 거리를 걷던 권도원은 우연히 ‘사상의약보급회’ 간판을 발견하고 운명처럼 그 곳의 문을 두드린다. 사상의학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사람 사이의 다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현재는 먼저 입회한 배은성을 ‘서로 동갑’이라면서 권도원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리고 권도원에게 ‘간이 약한 태양인이며 오가피가 들어간 처방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사상의약보급회에서 권도원은 이현재의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했고, 곧 외부 강의를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

사상의약보급회는 1955년 8월에 등사본으로 『동의수세보원』을 발간했다. 1956년 4월 28일에는 명동성당에 있는 카톨릭문화관23)에서 동무 공 탄신 120회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1957년 4월 30일에는 ‘사상의학회(四象醫學會)’를 출범시켰다. 이날 임원으로는 회장 이현재, 부회장 권일봉(權一峰), 감찰부장 성낙소(成樂紹) 등이 선임되었다.24)

25)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권일봉이 바로 권도원이다. 그는 1957년 당시에 신문 지상에 자신의 본명을 드러내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권도원은 1957년에 덕성여고 가정과 교사이던 곽현자와, 배은희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1899 ~ 1988. 3. 29.

2) 1948. 5. 31. ~ 1950. 5. 30.

3) 정부양곡과 구호미를 공무원들이 부정 착복하고, 경찰의 각종 인권 유린 행위에 관한 사건이다. 이요한 도지사가 사표를 내고 20여명의 공직자들이 사법 행정처분을 받았다.

4) 1888. 1. 15. ~ 1981. 9.

경상북도 경산에서 태어나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장로교 교단이 신사참배 강요에 따라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목회자들의 창씨개명을 강제했을 때, 전북 지역 목회자 80여명 가운데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단 두 사람 중 한 명이다.

5) 달성군 1952. 2. 6. ~ 1954. 5. 30.

6) 1913 ~ 1957. 1. 28.

7) 1903. 4. 6. ~ ?

8) 일제시대 주소는 ‘京城府 南大門通 1-113’이다. 현재는 이 자리에 대우조선해양 빌딩이 있다.

9) 이 외에도 양모존발촉성회(養毛存髮促成會)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10) 1918 ~ 2008. 1. 28. 노동휘(盧東輝)나 노중휘(盧重輝)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였다.

11) 배원식(裵元植 1914~2006)이 도쿄 올림픽이 열린 1964년에 도일하였을 때, 척식대학을 방문하여 졸업생 명단을 확인하였으나 졸업생 명단에서는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12) 1909. 6. 28. ~ 1992

13) 한의사국가시험응시자격검정시험을 통과하면 한의사국가시험을 다시 치른다.

14) 1922 ~ 2013. 8. 31.

15) 동양의대 9회 졸업

16) 1913 ~ 2004

17) 중국 길림성(吉林省)의 동남부 지역. 두만강 유역의 동간도와 압록강 유역의 서간도를 통틀어 이른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살았다. 『표준국어대사전』

18) 1921. 10. 23. ~

19) 1920년에 전북 군산과 옥구 지역의 호남평야에 320가구의 일본 농민들을 이주시켜서 건설했던 일본인들의 이상향이다.

20) 1837. 4. 23. ~ 1900. 11. 12.

21) 초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자료들을 필사(筆寫)하여 왔을 것이다.

22) 그래서 배은성은 ‘자신이라도 한의사 면허를 받아서 선생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23) 카톨릭문화관은 1939년에 준공되었다.

24) 동아일보 1957. 5. 3.

25) 사진을 보는 방향으로, 왼쪽 두 번째 이현재, 오른쪽 끝 박석언(朴奭彦), 오른쪽 두 번째 권도원. (박석언 선생의 아들 박영성 씨가 사상체질의학회에 제공한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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