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이디 버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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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이디 버드’ 시절
  • 승인 2018.05.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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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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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레이디 버드

어버이날 한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부모님께 거액의 집을 구매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방송했다. 그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해드린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상대적으로 필자는 우리 부모님께 해드린 것이 뭐가 있나 싶어 그리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넌지시 부모님께 여쭤봤더니 꼭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더라도 항상 생각해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신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어버이날이 아니더라도, 큰 선물을 갖고 가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찾아뵈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

출연 :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루카스 헤지스, 티모시 샬라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에 자신이 지은 ‘레이디 버드’로 불리길 바라는 고등학생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현재 살고 있는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엄마(로리 멧칼프)는 아버지의 실직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살림 때문에 그녀의 꿈을 묵살하려하고, 그로인해 크리스틴과 자주 말다툼을 하게 된다. 크리스틴은 학교 연극반에서 대니(루카스 헤지스)를 만나 사귀다가 헤어지고, 밴드를 하는 카일(티모시 샬라메)에게 첫 눈에 반해 사귀게 된다.

<레이디 버드>라는 특이한 제목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여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이 배경이고, 주인공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를 거쳤던 사람들이라면 남녀불문하고 한 번쯤은 거쳤음직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마치 나의 과거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레이디 버드>는 현재 자신의 삶을 부정하며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을 내세우고자 했던 한 소녀의 성장영화이다. 그로인해 특별한 사건에 집중하여 해결하기보다는 주인공의 고등학교 3학년 생활 속에서 엄마와의 갈등을 비롯한 친구와의 사랑, 관계 맺기 등등의 이야기를 주되게 담고 있다.

배우 출신인 그레타 거윅 감독이 자신의 고향인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한 연출 데뷔작이며, 시얼샤 로넌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 합법적으로 성인이 되기 바로 직전에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내용들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1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물론 성장영화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관객에 따라 몰입도의 차이가 있어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레이디 버드>는 어버이날과 성년의 날이 있는 5월에 감상하기 적합한 영화라고 본다. 가족 간의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꽃을 느껴보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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