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21> - 『졔셰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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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21> - 『졔셰문』③
  • 승인 2018.05.1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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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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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제할 치료 방책

한글로 써 내려간 이『濟世文졔셰문』이라는 희한한 책자는 의약의 원리와 병든 세상을 구제할 방책이 원론에 있어서 과히 다르지 않다는 전제를 밑바탕으로 삼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醫國論에서와 같이 비유를 통한 설명이나 개략적인 설명에서 머물지 않고 각각의 병론과 치법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치료처방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히 우회적인 世論과는 궤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졔셰문』

병론에 대해서는 풍병에 대한 해설이 가장 먼저 자리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이렇다. “전에 의학자가 이른 말씀에 풍병을 말씀하였으되, 풍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 72종 풍병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먼저 서두를 꺼내고선 그중 어떤 풍병이든지 병이 나려고 하면 벌써 먼저 움직임[動]이 생긴다며 예조가 되는 단서를 중요하게 여겼다.

아울러 “풍은 곧 별것이 아니라 글자로 말하자면 바람 풍자인데 바람이라 하는 것은 천지만물을 요동(搖動)케 하는 고로 사람도 풍병이 성하고 보면 그 몸이 완전하질 못하고 전신도 떨고 혹은 반신도 떨리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어지는 설명이 더욱 흥미로운데, 바람 풍자[風] 속에 벌레 충[?]자가 있기에 몸 안에 무슨 벌레가 침노하게 되면 그 몸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알기 쉽게 비유하여 해설해 준다. 그 비유와 논법이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여 우매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설로 풀이하고 있을 알 수 있다.

또한 발병의 기전을 설명함에 있어 “그러므로 병이 날려고 하면 흔히 한속(한기, 오한)이 나며 몸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람의 성질은 본래 찬 기운을 갖추었기에 사람이 놀라게 되는 것이다. …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그 기질이 약한 사람이 흔히 풍병이 나는 것이다.”라 하여 외감병의 감촉도 역시 정기의 쇠약에 초래됨을 말한다.

따라서 어린 아이에게 풍병이 직격하면 驚風이 나는 것이요, 경풍이 심하면 아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니 그 기질이 충실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늙은이가 皮骨이 相接하여 몸에 혈기가 없는 까닭에 수시로 몸에서 바람이 나서 으슬으슬 한기가 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 직풍이 몸에 들면 몸을 부지하기 어렵게 되니 풍이 곧 병이 나는 근본이라고 강조하여 말한다.

이어 노인소아가 아닌 대인장부라 할지라도 “눈에 병이 드는 것은 모두 풍에 속한 것이 많이 탈을 일으키니 눈이 붉어지는 것과 함께 … 정부(睛部)에 수화(水火) 기운 두 가지가 비친 것이매 대풍이 불면 견디지 못하여 필경에는 꺼지고 말게 된다. 그러고 보면 풍이라 하는 것이 모두 사람에게는 병 만드는 기계라고 할 수 밖에 없다.”하였다.

또 천지만물의 모든 것이 다 이치 없이 생긴 것이 없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각기 제 성질을 가졌으되 이치는 한 가지이나 一動一靜하는 것이 모두 다 오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지구의 주야와 조석 간만의 문제가 등장하면서 水火沸騰의 이치로 설명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근대 서양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기차와 비행선까지 예로 들며, 천지운행의 이치를 강변하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나아가 인간의 복부에도 수화 2가지 기운이 끓는 이치로 기혈과 음양이 운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수요장단을 논하면서 서양인이나 동양인, 흑인종이나 백인종을 물론하고 그 이치는 한 가지라고 설명하여 서양문물을 수용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음식에 관해서도 음식을 매일 때때로 장만하는 것은 정결치 못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음식이 소화되지 않으면, 식체가 되어 수시로 병이 나게 되는 것이다. 체라하는 것이 모두 여러 가지 병의 근본이라고 단언하면서 무슨 병이든지 병이 나려고 하면 체가 생기게 된다고 말하여 외감과 내상의 원인병리를 말하듯이 풀어 설명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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