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26> - 『幼幼集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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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26> - 『幼幼集成』①
  • 승인 2018.06.2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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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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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 소아과 영역의 새로운 융합


청나라때 陳復正(1622~1673)이 1750년(乾隆15)에 지은 소아과 전문서로 모두 6권으로 되어있다. 저자는 중국 남부의 광동 출신으로 자가 飛霞이기 때문에 陳飛霞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서문에 의하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하고 잔병치레가 많아 일찍부터 察色按脈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고심하였으며, 가르침을 얻기 위해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신분귀천을 가리지 않고 방편을 구하였다고 밝혔다.

◇ 『유유집성』

특히 驚風에 대한 논설이 가는 곳마다 잘못 알려져 수많은 아이들이 뜻하지 않은 재앙을 입게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가지 학설들을 모아 틀린 곳을 깍아 내고 바로잡은 다음 자신이 얻은 한 가닥 지견을 덧붙여 놓았다고 하였다. 말미에는 ‘羅浮 陳復正 飛霞氏가 種杏草堂에 적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말로 보아서 이 책에서 경풍 치법에 대해 가장 역점을 두어 펴낸 사실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전서의 개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1에는 소아 전반에 걸친 개론부분으로 소아의 선천적 품부에 대한 논의로부터 指紋의 진찰법(삼관맥법), 소아맥법, 면색과 망진(面部形色圖), 초생아와 영유아의 구료 및 조리와 간호, 五臟所屬의 질병증상과 變蒸의 구별 및 保産, 태아보호(安胎)에 대한 이론과 처치방법 등에 대해 논술하고 있다.

권2에는 태독, 태한, 태열, 胎搐, 盤腸氣, 臍突, 不乳, 胎黃, 胎肥, 胎怯 등 다양한 태아의 질환, 그리고 경풍, 간증, 상한, 상서, 상습, 상풍, 곽란 등의 병증에 대한 치법과 방약에 대해 기술하였다. 특히 그의 경풍에 관한 논설은 매우 독창적인 면모를 띠고 있으며, 이 책의 다른 여러 가지 특징에 비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3~권4에는 소아과의 잡병 및 오관과, 창양질환 등 40여종의 병증에 대해 기술하였는데, 해수, 哮喘, 疳症, 구토 및 안이비인후과 질환, 그리고 외과 질병에 대한 치법을 논하였다. 특히 각 병증 마다 기본방(正方)과 경험방(驗方), 簡便方, 外治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권5~권6에서는 萬全이 지은 『痘疹心法』(1549)에서 두창과 마진 치법에 대한 논의를 인용하고 歌賦를 增刪하고 潤色하여 실어 놓았는데, 모두 245수에 달한다고 한다. 또 책의 말미에는 239개의 처방이 부록으로 붙어 있는데, 전서를 통틀어 520여조의 처방이 수재되어 있어 가히 소아병 치료에 대한 처방을 개괄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일반 소아의 상습질환과 두창과 마진이 한 책 안에서 함께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 당시까진 두창과 마진이 대표적인 소아과질환으로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분리해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이러한 기술방식상의 특이점은 결국 질병 중심의 시각에서 치료 대상인 소아에 대한 관점으로 무게중심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시각에서 탈피하여 소아과학에 대한 진일보된 성과임을 뜻한다.

이 책은 청대 소아과학을 대표하는 문헌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의학에 언제 입수되어 활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조정준의 『及幼方』(1749)은 동시기에 집필되었으니 당연하다 하겠지만, 정다산의 『麻科會通』(1798) 뿐만 아니라 강명길의『濟衆新編』(1799)이나 황도연의 『醫宗損益』(1868)에서 조차 인용서목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야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식포털 서비스에 이 책의 이름이 1781년(정조 5) 李廷楫이 편찬한 『幼幼一心』과 같은 책인 것처럼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幼幼一心』이 ‘유유집성’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데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니 혼돈하지 않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정집이 지은 한국본 『유유일심』은 십여 책에 달했다고 하나 대부분 산일되었고 겨우 살아남은 3권마저 일본에 건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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