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논문」의 정체
상태바
「62 논문」의 정체
  • 승인 2018.06.22 0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재

이강재

mjmedi@http://


[1] 장부방과 신경방

체질침 치료처방은, 장부(臟腑)의 강약(强弱)을 조절(補/瀉)하는 장부방(臟腑方)과 자율신경(自律神經)을 조절하는 신경방(神經方)으로 크게 나뉜다. 장부방과 신경방이 구분되어 있다는 의미는, 『빛과 소금』 113호1)에 나오는 8체질의 정의에 잘 표현되어 있다.

“8체질이란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 그리고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배열의 8개 구조를 말한다.”

이 정의에서 ‘그리고’를 경계로 심장부터 방광까지 10장부의 강약배열과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강약배열이 별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부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장부방이여, 자율신경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신경방이다.

현재2) 사용되고 있는 처방체계에서 토양체질(Pan.)과 수양체질(Ren.)의 치료처방을 예로 들면 [표 1]과 같다.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은 장부의 강약배열이 정반대라서 치료에 사용되는 장부혈의 구성은 동일하다. 다만 자침을 할 때 각 장부혈에 행해지는 영법(迎法/-)과 수법(隨法/+)이 정반대가 된다.

각 체질에서 장부의 강약서열은 10장부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만, 중간장기가 되는 두 장부는 치료에 활용하지 않는다. 즉 중간장기 두 장부에 해당하는 경락은 자극하지 않고, 두 경락에 속한 장부혈은 치료처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표 1]에 보이듯이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의 내장구조를 오행 속성으로 표현하면 [水 金 木 / 火 土]이다. 이 때 중간장기는 목(木)에 속한 간(肝/Ⅰ)과 담(膽/Ⅱ)이다. 그래서 이 두 체질에서 사용 가능한 장방(臟方)은 신방(Ⅸ), 폐방(Ⅶ), 심방(Ⅲ), 췌방(Ⅴ)이고, 부방(腑方)은 방광방(Ⅹ), 대장방(Ⅷ), 소장방(Ⅳ), 위방(Ⅵ)으로 장부방은 모두 8개 처방이다.

그리고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신경방은 장방인 심방(Ⅲ')과 부방인 소장방(Ⅳ')이 운용된다.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장부를 조절하는 장부방은 네 개의 장부혈(臟腑穴)로 구성되고, 신경방은 두 개의 혈로 구성되어 있다. 장부방을 구성하는 네 혈은 송혈(送穴)과 수혈(受穴), 송혈과 수혈의 구조인데, 신경방은 송혈이 사용되지 않고 단지 수혈과 수혈, 두 혈로 이루어져 있다.

8체질의 내장구조에서 중간장기에 강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간장기의 강약은 병근(病根)이 되는 장부의 강약에 치우치게 된다. 위의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은 병근이 되는 장기가 신장(腎臟/Ⅸ)인데, 토양체질의 경우는 약한 신장이 더 약해지려는 경향을 가지는 것이 병근이고, 수양체질의 경우는 강한 신장이 더 강해지려는 경향을 지니는 것이 병근이다. 그래서 토양체질의 내장구조에서 중간장기인 간과 담은 약한 쪽으로 치우쳐 있고, 수양체질에서 간과 담은 강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런데 8체질의 내장구조에서 중간장기는 균형추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그 장기를 직접 자극하지 않는다.

또한 금양체질(Pul.)과 목양체질(Hep.), 그리고 토음체질(Gas.)과 수음체질(Ves.)의 경우처럼 심(心/Ⅲ)과 소장(小腸/Ⅳ)이 중간장기인 네 체질의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심장과 소장을 직접 조절할 수가 없다. 나아가 신경방으로 심방(Ⅲ')과 소장방(Ⅳ')을 활용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 네 체질의 경우에는 심/소장과 심포(心包)/삼초(三焦)의 길항구조를 이용하여 심방과 소장방 대신에 심포방(Ⅲ")과 삼초방(Ⅳ")을 신경방으로 운용한다.

이상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체질침 처방체계의 장부방과 신경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각 8체질에 장부방은 8개 처방이 있고, 신경방은 두 개 처방이 있다. 3단방 이상의 체질침 고단방(高段方)에서 선두(1단)에 장방(臟方)이 오면 장방인 신경방을 쓰고, 선두방이 부방(腑方)이 되면 부방인 신경방을 운용한다.

나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체질침 처방체계가 1992년 말(末) 쯤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이 체계는 그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변화된 적이 없이 현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는 현재의 이 치료체계를 지지한다.

체질침 처방체계는 탄생3) 이후로 계속 변화해 왔다. 체질침 처방체계가 변화해 온 역사는 가장 효율적인 자극(치료 效能)의 순서를 찾아내려는 연속적인 실험과 노력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체질침의 출발 당시에는 어떤 상태였을까?

 

[2] 「62 논문」의 치료처방 체계

1962년 9월 7일에 완성된 「62 논문」4)은, 1962년 10월 6일부터 3일간 중화민국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2차 국제침술학회에 참가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학술대회 참가는 여권수속 문제에 얽혀서 좌절되었다. 그런 결과 때문인지 다른 문제나 이유가 있었던지 이 논문은 잊히고 또 감춰졌다. 체질침의 「1차 논문」5)이라는 영예는 1965년 10월 20일에 도쿄 동경문화회관에서 발표한 체질침 논문6)이 차지했다.

8체질의학 입문자들은 당연한 듯이 「1차 논문」을 ‘1차’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한다. 1968년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체질의학 전공으로 권도원 교수의 지도를 받고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염태환(廉泰煥) 선생은, 체질침에 관한 내용으로 논문7)을 작성했지만 참고문헌에 「62 논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논문의 존재를 진심으로 몰랐던지, 아니면 고의로 누락했던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만약 고의였다면 그건 지도교수의 의중을 반영했을 것이다.

누구의 권유에 의하거나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입문하거나, 대다수의 체질침 입문자들이 일차로 처음 접하는 논문은 그야말로 「1차 논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체질침은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막연하게 혼자서 궁리해야만 했을 것이다.8) 왜냐하면 「1차 논문」과 「2차 논문」9)의 그 어디에도 체질침의 원리에 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건 또 왜냐하면 체질침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미 「62 논문」에 모두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논문 이후에 작성된 논문에 중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62 논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이 체질침을 공부하게 되면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좀 더 심각하다. 「62 논문」이 「1차 논문」에 앞서서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1차 논문」보다 앞선 「62 논문」의 존재를 모르는 것과는 체질침 처방체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안목에 현저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62 논문」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에, 보통은 「1차 논문」은 체질침 기본방(1단방)을 보고한 것이고, 「2차 논문」은 체질침 2단방 체계를 보고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인식한다. 체질침 처방단계의 변화가, 마치 연대순으로 1단방에서 2단방으로 진행된 것처럼 오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1차는 1965년이고 1단방이고, 2차는 2단방이고 1973년이니, 그런 후에 권도원 선생이 논문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얼마간 세월이 흐른 후에 3단방이 나왔겠거니 하고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신경방을 이용한 2단방인 정신방10)은 「2차 논문」에 와서 등장하므로, 체질침의 자율신경조절법은 그때 비로소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믿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체질침의 처방체계는 그렇게 단순하게 발전하지 않았다. 체질침은 출발에서부터 장부방과 자율신경조절방으로 구분된 처방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숨겨졌던 논문인 「62 논문」에 그 증거가 있다. 논문의 말미(末尾)에 나오는 표 7.이다. 표의 제목은 [No.7 The Table of Constitutional Management]이다, 번역하면 ‘체질관리표’로, 「62 논문」이 제시하는 치료체계를 총정리해 놓은 표이다. 아래 그림은 체질관리표의 소음인 부분을 편집한 것이다. 논문의 원본과 번역이다.

사상인(四象人)을 1증과 2증으로 나누고, 주증(主證)과 부증(副證)의 증상(특징)과 치료처방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다. 부증 치료처방은 심경과 소장경, 그리고 심포경과 삼초경을 이용하는 자율신경조절방이다. 주증 치료처방과 부증 치료처방이 차례로 함께 시술되는 경우라면 이것은 2단방인 정신방(精神方)의 원초적(原初的)인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 <113호> 두란노서원 1994. 8.

2) 2018년 6월

3) 1958년 末에서 1959년 初 사이라고 추정한다.

4)「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5) The 1st Paper

6)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

7) 염태환, 「土象人 제2병태의 임상학적 관찰」

8) 2000년 이전에 입문했던 사람들은 거의 이런 상황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9) The 2nd Paper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1973. 9.

10) 기본방 + 정신부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