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도 안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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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도 안 될 때
  • 승인 2018.07.2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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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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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이사

열심히 하는데 결과는 그저 그럴 때가 있다. 매일 사력(死力)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반면, 노력은 많이 하지 않는데 성적은 탁월한 사람들도 있다. 연습은 적게 해도 쳤다하면 홈런인 야구선수, 조금만 공부해도 항상 1등인 학생, 친절하지도 않고 맛도 별로인데 손님이 바글바글 거리는 식당도 있다. 왜 이런 불일치 현상이 일어날까? 타고난 재주나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개운치 않다. 피나는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 그들의 노력을 위로하기엔 역부족이다.

적성을 잘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적성을 찾아 천직을 가졌다면 모두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돌려받겠지만 우리사회의 대다수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 ‘타고난 능력이나 운(運)’ 외에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실력 있고 친절한데 손님이 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무엇이 문제일까? 손에 물집이 수백 번 잡히고 굳은살로 바뀌어도 타율과 성적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살던 어느 날 갑자기 <성장과 성숙>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가 아닐까? 우리의 인생에도 성장과 성숙의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성장이 결과라면 성숙은 과정이다. 성장이라는 결과를 위해 성숙의 과정은 필수다. 그런데 이 과정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김치가 숙성되듯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 느껴진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형태나 크기와 같은 물리적 변화는 없지만 내부에서는 엄청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성격을 바꾸는 일이듯, 물리적 변화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과정이 화학적 변화다. 성숙과정 없이 급하게 이룬 성장은 금방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긴 성숙과정을 인내한 성장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

야구계에서 자주 통용되는 <야구는 평균에 수렴하는 스포츠>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즌 초에 반짝 잘하던 선수들도 시즌이 끝날 때면 어느 새 자신의 과거성적에 도달해 있다. 반대로 항상 3할을 치던 선수는 시즌 중에 부진하다가도 어느새 3할을 치고 있다. 투수들의 방어율과 팀의 성적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그래서 일단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고액FA선수를 영입하지만 팀 성적이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위권은 늘 하위권이다. 뛰어난 선수 한두 명을 영입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팀의 체질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외부적으로 보이는 성적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팀 내부의 고통스러운 성숙이 우선되어야 떨어지지 않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높은 역량을 가진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팀의 물리적 성장에 해당한다. 우수한 선수들이 모여 한 팀으로 위대한 성과를 내려면 성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팀워크나 조직문화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성숙의 과정>이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 모인다 할지라도 팀의 위대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2할 5푼을 치는 타자가 3할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의식 속에 ‘나는 3할 타자’ 라는 강력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인내하는 시기, 노력이 결과로 이어진 후에도 겸손하고 차분하게 유지하는 성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을 때 경거망동하거나 교만해지면 금방 성장세가 꺾인다. 그 결과가 연속되고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야 쉽게 꺾이지 않는 안정적 성장을 만난다.

물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성숙의 과정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성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위로가 필요하다. ‘그래 나는 성숙의 시간을 걷고 있어. 성숙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성장할거야. 모든 음식이 각기 다른 숙성의 과정을 거쳐 환상적인 맛을 내듯 나의 인생도 숙성되고 있는 거야. 그래 사람마다 숙성의 시간이 다를 뿐이다. 포기하지 말자. 기다려보자.’

적금도 만기가 되는 시점이 모두 다른 것처럼 우리의 성숙과 성장의 기간도 모두 다르다.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빠지지 않고 불입하는 것이다. 오래 불입할수록 이자도 커진다. 긴 인생, 늦은 성공도 나쁘지 않다. 더 오래 성숙된 인생, 더 큰 성장과 만나리라. 기다려보자. 나도 여러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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