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금박물관(砂中金博物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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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중금박물관(砂中金博物館)
  • 승인 2018.07.2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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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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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명소기행

이제 전국에 흩어져있는 한의학박물관이 적지 않은 수를 헤아리게 되었지만 부산에 새로운 박물관이 들어서고 동의보감을 주제로 개관기념전을 열었다는 소식에 열일을 제쳐두고 부산행 열차에 올라탔다. 특별히 박물관 설립자이자 한국한의원 윤경석 원장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다.

전시 관람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원장님으로부터 그간 설립준비과정도 들어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양약은 병을 고치고 한약은 사람을 고친다.”는 신념으로 진료에 임한다는 그는 아들 윤태관 과장이 남일리노이 주립대를 졸업하고 부산대의전을 졸업해 의사면허를 획득한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의계에 봉사할 수 있도록 다시 부산대한의전을 졸업 한데서 더욱 굳은 일념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한의원에서는 윤원장님 자신이 독자 개발한 멀티진료시스템을 활용하여 접수, 예진으로부터 각종 기기검사와 병리소견, 방사선 촬영사진, 처방과 조제, 투약까지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전 과정을 모니터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도록 고안하여 운용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통해 업그레이드중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언젠가 완성도를 높여 한의계를 위해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젊은 시절부터 고미술에 심취하여 고려청자, 조선백자, 중국 원명대 자기 등 도자기를 주로 수집하였고 명품을 찾아 일본, 중국까지 원정하기도 하였다 한다. 이런 계기로 이번 개관전엔 다완(茶碗)과 중국 명품도자기 일부를 가려 뽑아 함께 전시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이름난 한의원 부설로 출발하는지라 수백 년 된 동의보감 전질을 주 전시 품목으로 내세웠지만 워낙 오래된 귀중서인지라 장마철 습기의 침습이 우려되어 개막일 잠깐 출현했다가 다시 수장고로 모셨다며 양해를 부탁한다. 부산까지 부랴부랴 애써 찾아간 이유 중에 새로 개설한 박물관 탐방도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동의보감 고판본을 확인해 볼 의도가 앞섰던지라 다소 실망감이 들었으나 차기 전시에 다시 선보일 것이라고 하니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원장님과의 대담을 통해 듣자하니 초간본은 아니지만 완질본에 아주 고판본임으로 보여 다시 방문 기일을 정해 실견할 수 있도록 약조를 하고 돌아섰다.

대학시절부터 이어진 골동과 민속품 수집 취미는 박물관입구로부터 복도나 수장고, 그리고 사무실 여기저기에 민속품이 쌓여있을 정도여서 오랜 기간에 걸쳐 다져진 내공이 깊은 컬렉션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고 전시디자인이나 수장고설비, 방범대책 등도 보완할 곳이 많아 보였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니 차츰 보완해 나갈 것이라 기대해 본다. 개관식과 기념전을 열었으나 아직 소장품도록은 물론 박물관 브로셔조차 갖추지 못했고 관람을 위한 안내나 설명문도 필요한 것으로 보여 채워나갈 일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에서 이와 같이 개인이 수집한 컬렉션을 대외공개하기로 마음먹은 것부터 시작하여 사재를 들여 박물관전시를 시작한 것 또한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사중금박물관의 주요 전시품은 우선 찻사발과 동의보감을 비롯한 몇 종의 의서로 시작하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집품은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회화, 나아가 한-중 수교 전의 중국도자기로 폭 넓게 이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이어지 정기 전시회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하게 된다.

박물관 옆에는 지역부설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굵직한 지역 사업을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오랜 기간 성실납세와 지역봉사활동을 거쳐 지역의 인망을 얻었기에 진료와 병원경영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여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부설연구소에 감사로 계신분은 윤원장님의 수십 년 지기 동반자로 원장님의 넉넉한 인품과 한의학 사랑은 물론이요 지역봉사 활동, 그리고 우리 문화 재사랑,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이 가히 존경스러운 경지라고 서슴없이 답변하는 것으로 보아 동료애를 떠나 확고한 신뢰로 다져진 느낌이다.

선약도 없이 불쑥 찾아가 빡빡한 진료스케쥴과 늘어선 대기환자를 미루고선 장시간 이어진 대담에도 불구하구 성가신 기색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걸로 보아 주변의 평가가 허언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번 개막전시는 6월 30일까지로 일단락되었지만 기본전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휴가길에 한번쯤 방문해 보길 바란다. 또 한국한의원에서는 한의대생을 위해 단기 견학프로그램도 운영하여 진단이나 검사, 조제나 탕전, 환약제조 등의 과정도 참여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하니 방학기간을 맞이하여 관심 있는 재학생들의 호응을 기대한다.

 

2018년 6월 29일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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