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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인랑’의 실패
영화읽기┃인랑
2018년 08월 24일 () 06:50:33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역대 기록을 다 갈아치우며 밤낮 할 것 없이 우리를 괴롭혔던, 심지어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서서히 끝을 보이고 있다. 말복이 지난 후 불어온 선선한 바람에 오랜만에 자연의 느낌을 받으며 잠을 청했고, 그 다음날 모든 사람들의 이슈는 날씨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매미와 자리바꿈하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느끼고 있다. 올해 영화계는 이러한 폭염 덕을 톡톡히 보면서 <신과 함께>는 1편과 2편 모두 천만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인랑>은 같은 폭염의 시기였음에도 무참한 결과를 얻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감독 : 김지운

출연 :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2024년,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자 민생이 악화된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9년, 통일을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고,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미고 섹트 요원이었다가 붙잡힌 이윤희(한효주)를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에게 접근시킨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에 개봉된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랑>은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이라는 배우 라인업과 <반칙왕>, <놈놈놈>, <밀정> 등의 완성도와 흥행성을 모두 갖춘 작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큰 이슈를 낳았다. 그러나 개봉직전 불거진 배우들을 둘러싼 논란과 상대작인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6>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뚜껑을 연 <인랑>은 그간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이던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또한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진 상황에서 영화 속 내용과 딱 떨어지는 사회적 배경은 충분히 이슈를 이끌어 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원작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주변 이야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물론 미래 도시의 음울한 모습을 나름대로 표현한 미장센과 엄청난 무게의 강화복을 입고 벌이는 총격씬은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이지만 화려한 이미지가 스토리를 이기는 경우가 별로 없기에 관객들의 기대감을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또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도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를 제공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흥행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제작비와 관객 흥행이 무조건적으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영화가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 중에 한 명인 김지운 감독이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SF 영화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며 향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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