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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클리닉 <27> 눈물과 인연
2018년 08월 24일 () 06:49:33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형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지독히 더운 여름이었다. 더위를 피해 찾은 영화관에서 뜻밖의 눈물을 만났다. 그 눈물은 이렇게 묻는다. “슬퍼서 우는 것이냐, 억울해서 우는 것이냐!”-(‘신과 함께-인과 연’(2018)중 염라대왕의 목소리)

눈물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반응이라 재단하기 어렵다. 영화를 보며 많은 이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들에게 즉시, 왜 눈물이 나왔냐고 물어봤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까? 그들의 경험만큼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제임스 엘킨스는 『그림과 눈물, 2007』 이라는 책을 내놓으며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가 매우 사적이지만 일련의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양상은 대략 이런 것이다. 첫 번째 경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고, 복잡하고, 압도적이거나, 정면으로 응시하기가 어려워 울었고, 두 번째의 경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있고, 어둡고, 고통스러울 만큼 광대하고, 차갑고,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기 어렵고 멀게 느껴져서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작가는 그림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터뷰하며 눈물의 핵심에 접근해간다.

그림 앞에서든, 영화를 관람하면서든 관객의 관심만큼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감동일 것이다. 이 마음의 감화는 웃음이라는, 더 깊어지면 눈물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온다. 이미지를 통해 말하는 그림의 경우 상상의 폭이 더 깊고 넓기 마련이다. 영화의 경우는 사뭇 감정의 흐름이 명료하다고 할 수 있다. 대사와 배경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쟁쟁한 물음은 눈물에도 종류가 있음을 알게 한다. 나는 이 눈물에 적잖은 놀라움을 경험하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의로운 죽음으로 생을 마친 소방관 김자홍이 사후 여러 관문을 통과하며 그의 의로움을 재판받게 된다. 환생을 위한 관문인 것이다. 매 관문마다 숨막히는 심문이 이어지며 마지막 관문 앞에 서게 된다. ‘천륜지옥’이라는 관문 앞에 드러나는 자홍의 내밀한 실체는 관중과 자홍 자신까지도 충격에 빠지게 한다. 귀인인줄 알았던 자홍이 집을 가출하기 직전 병상에 있는 어머니를 해하려한 장면이 그것이다. 자홍의 통곡 같았던 눈물은 알고 보니 어머니께 돌이킬 수 없는 불효를 저지른, 사죄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이 때 의식이 없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자홍의 어리석은 의도를 모두 알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던 장면은 우리들도, 자홍도 놀라 울게 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자홍의 자리(불효자)에 앉히는 경험을 하게 했다. 자홍의 눈물과 어머니의 눈물은 차이가 있었다. 자홍의 것은 자책과 회한의 눈물이라면, 어머니가 흘렸던 눈물은 용서와 용납, 즉 진정한 사랑의 눈물이었다.

 

김자홍의 이야기 끝은 또 다른 눈물을 예고하며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이어진다. 자홍의 변론을 재판 과정 중에 맡은 삼차사들의 관계가 이미 천년 전의 눈물로 이어졌음이 드러난다.차사 강림은 입양동생 해원맥(차사2)을 찌르고, 해원맥은 덕춘(차사3)의 부모를, 덕춘은 강림을, 강림은 해원맥을 감싼 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한 지독한 인연에 놓인 관계들이다. 강림의 아버지인 염라대왕은 해원맥과 덕춘에게 기억을 사라지게하고 차사역을 수행하게 하지만 강림차사에게는 기억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천년의 기간 동안 묻고 있다. 네가 죽음 직전에 흘린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슬퍼서 우는 것이냐, 억울해서 우는 것이냐!”.

 

모든 눈물은 의미가 있다.

갈등과 번민의 눈물의 있고 연민과 사랑의 눈물이 있다. 좌절과 분노의 눈물이 있고 용서와 화해의 눈물이 있다. 눈물이 말라버린 시대라고 하지만,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여전히 눈물이 많다. 나는 이들의 눈물과 대화를 한다. 오늘도 눈물을 통해 배운다. 이 눈물들은 때가 되면 스스로 길을 터 바다로 흐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눈물은 괜찮다.

인생은 울음과 연을 맺고 있다.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아가의 출생은 울음으로 시작한다. 생의 한가운데는 눈물의 사연과 함께하고, 마지막은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배웅을 받게 되니 말이다. 어떤 눈물은 평생의 기간을 통해 질문을 한다. 한 사람의 눈물에 사회 전체가 답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눈물에는 생명력이 있다.

눈물 그 자체만으로도 자정의 힘이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슬픔에 압도된 사람들의 눈물은 상처를 만든다. 이때 곁에서 함께 울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부드럽게 어깨를 만지거나, 안아주는 행위들은 그와 함께 울어주는 표현들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도치 않은 깊은 슬픔을 경험할 때 대부분 혼자였으며 스스로에게 울음조차 허락해 주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고독해했다. 눈물은 눈물로 치유되는 것이다. 치유의 최고의 언어가 공감적 눈물인 이유이다.

 

눈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묻고 있다. “슬퍼서 우는 것이냐, 억울해서 우는 것이냐!”

눈물은 가장 낮은 자리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연약한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 자책의 자리에서도 흐르고 흘러 바닥을 딛고 일어나게 한다. 자신을 가장 겸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이다. 나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악한 인연의 고리를 용서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곳이다.

 

너는 어떤 눈물을 흘리고 있느냐!

너는 우는 자와 함께 있느냐!

 

올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게 질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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