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한약을 먹지 말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상태바
여름에 한약을 먹지 말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 승인 2018.08.31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희

김나희

mjmedi@http://


여름에 한약을 복용하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서 효과가 없다고 하는 잘못된 속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름에 더위를 타고 탈진되어 한약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고, 환자도 한약을 복용하고 싶은데도 저 속설 때문에 찬바람 나올 때까지 버티는 안타까운 사례도 보았다. 여름에 먹는 밥, 여름 보양식이나 원래 복용하던 혈압약, 당뇨약 등은 잘 흡수되고, 오직 한약만 땀으로 빠져나갈 리는 없다고, 임금들과 양반들은 여름에 생맥산이라는 한약을 매일 복용했다고 설명해 드렸다. 그럼에도 궁금함과 답답함이 남는다. 대체 이 말은 어디서 기원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여름의 불볕 더위에 불 옆에 붙어 앉아 한약을 달이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여름에는 한약을 달여놓으면 한나절만에 쉬어버릴 수 있어서 생겨났을 수 있다. 세 번째, 추수철인 가을이 되어야 한약을 복용할 여윳돈이 생기니, 여름에는 보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전되었다. 네 번째, 과거에 매우 고가였던 한약, 특히 보약을 복용하고 설사로 약 기운이 빠져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땀으로 전이되었다.

이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봄, 가을 보약일까? 이 말의 기원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구충제 마케팅이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다.

1959년, 리리제약에서는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대형 광고를 냈다. 광범위 구충제 광고였다.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그림1 참조>

사상초유의 광범위구충제텔미드정

 

기생충이 많은 사람은 보약을 아무리 써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인체내에 2종 이상 5-6종의 기생충을 대부분이 보유하고 잇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인하는 사실이다.

과거의 구충제는 단일기생충에만 유효하여 의계에서 많은 애로가 있었다.

1957년 12월에 미국 리리제약회사에서 본제를 발명하여 세계적으로 일대 쎈세이숀을 일으키고 본사는 물론 세계각국보건기구에서 (670개소) 임상시험 (한국에서는 연세의대병원)하여 기 결과 우수성이 높이 평가되였다.

 

기생충이 보약을 다 빨아들여 사람에게 효과가 나지 않으니, 구충제로 장을 깨끗이 한 뒤에 보약이나 영양제를 복용하라는 그럴 듯한 설명이다.

1965년, 이번에는 민테졸이라는 구충제가 출시된다. 그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그림2 참조>

그림 2. 누구를 위하여 밥을 먹는가. 전국민의 95%가 기생충 환자장내 모든 기생충을 동시에 구충하는 신 발명효과가 강력하고 광범위한 새로운 구충제

 

누구를 위하여 밥을 먹는가

한국인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인분을 사용한 야채를 먹기 때문에 기생충감염율이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통계에 의하면 전국민의 95%가 기생충 환자이며 대부분 이종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복합성입니다.

따라서 구충제도 광범위하여야 한다는 것이 의가의 중론입니다.

한 두가지 충에만 효력이 한정되어 있던가, 충을 마비시키기만 하던 종래 구충제의 단점에서 탈피한 것이 민테졸.

민테졸은 미국 멜크회사의 연구진이 장구한 시일을 두고 연구하여 발명한 유일한 광범위구충제입니다.

 

즉, 구충제를 먹어 기생충을 박멸해야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으며, 구충제는 주로 봄, 가을에 복용하기 때문에, 이 때 한약을 복용해야 한약의 약효도 기생충에게 빼앗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봄, 가을에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일까?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구충제 봄, 가을 복용은 배추와 회충 때문에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채소가 배추다. 기생충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이 회충이었는데, 회충은 인분을 통해 전파된다. 인분 속에 회충알이 있어 인분 비료를 통해 회충알이 배추에 붙는다. 이 배추를 먹으면 회충알이 사람 장 속에 자리를 잡고, 2-3달 후에 회충으로 자라나서 알을 깐다. 이 알이 다시 대변에 섞여 나오게 된다.

배추를 새로이 많이 먹게 되는 겨울 김장 때 회충알이 뱃속에 들어간다. 알에게는 구충제가 듣지 않으므로, 구충제로 죽일 수 있는 성충이 되는 2~3달 후에 구충제를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여름에 겉절이를 많이 먹으므로 그 때 들어간 회충알이 성충이 되는 가을이 되면 때맞추어 구충제를 먹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봄, 가을 구충제 복용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봄, 가을 구충제 복용 후 한약을 복용하자는 밈(meme)은 꽤 빠르게 퍼져나갔을 수 있다. 그러나 왜 하필 여름에 땀으로 한약 약효가 빠져나간다는 말이 강력하게 퍼졌는지는 더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기원의 증거를 알고 계신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린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