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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칼럼] 한약 정책을 이야기하다 I
2018년 08월 31일 () 07:18:43 김영우 mjmedi@mjmedi.com
   
김 영 우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 과장

반갑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 과장 김영우입니다. 지면을 통해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의대에서 한약의 과학적 기전 및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약이 국민건강을 위해 많은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픈 생각에 2016년부터 식약처 한약정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식약처 한약정책과에서 무슨일을 하는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많은 동료 한의사분들이 물으십니다. “한약정책과는 뭐하는 곳이야?” 업무분장에는 수십가지 일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한약정책과에서 하는 일들을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약정책과는 과이름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한약에 대한 정책을 펴는 곳입니다. 단어를 살펴보면, 한약은 한약, 생약, 한약제제, 생약제제를 통칭하여 한약 등이라고 지칭합니다. 정책은 한약분야에 관련된 단체, 업계,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고, 이러한 제도는 법, 고시, 규정 등의 제·개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식약처에서 소관하는 물품(원료한약재, 한약(생약)제제 등)들은 허가부서인 생약제제과의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한약정책과 소관 법령에 따라 허가를 진행합니다. 어느 정도의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제출하여 국가의 허가를 받고 제품을 제조, 유통, 판매할 수 있는지를 법과 고시로 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의약품의 허가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허가 시점에서의 국민적 요구, 과학 수준, 업계의 수용성, 산업의 발전 등 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규제과학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임상·비임상 시험 등 많은 자료 제출가 필요할수록 허가받기는 힘들어지지만, 허가받은 의약품은 evidence를 바탕으로 급여·재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자료 제출 범위가 적으면 허가받기는 쉽지만, 근거자료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국회 및 관련 부처, 관련 단체 및 소비자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년 11월 20~21일 경주에서 “한약정책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였는데, 여기에는 한의사, 의사, 약사, 한약사 등 각 직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1박 2일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제발표 시간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에서도 고성과 비난이 오고 갔지만, 20여년간 대화의 단절과 꼬인 직역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 만들어 지는데, 이러한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제시, 충분한 의견수렴 등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기준·규격 관련 분야입니다. 한약(생약)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이하, 약전)과 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이하, 생규집)에 수록하는 업무를 합니다. 공정서에는 약 600 여종의 한약(생약)의 중금속, 잔류농약과 같은 유해물질부터 지표성분 및 시험검사법 등 방대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공정서에 기재된 내용은 원료 한약(생약) 시험·검사의 기준이 되는 것이므로 원료 한약(생약)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원료 한약재는 기준 규격에 따라, 수입·통관검사, 입고검사, 출고검사 등 3번의 검사를 거쳐서 출고되는데, 중금속, 잔류농약 등이 기준·규격보다 많이 함유된 한약재는 즉시 회수·폐기시킵니다. 한의원, 약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한약(생약)은 이러한 엄격한 검사를 모두 통과한 한약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해물질 (중금속, 잔류농약 등) 기준을 조금 높이면, 국민건강에는 좋을 수 있으나 원가상승, 유통량 저하 등 부작용으로 업계가 위축될 수 있고, 기준을 조금 낮추면 반대로 원료 한약(생약)의 가격이 낮아져 생산량이 증가 등 산업계를 활성화할 수 있으나, 자칫 국민의 건강의 위협을 줄 수 있으므로 중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달에 1~2번은 기준 규격을 현실화해 달라는 요청을 관련 협회 및 산업계로부터 받는데, 신중한 검토를 통해 공정서 개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약(생약)의 유해물질 기준은 전세계 어디를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한약정책과의 세 번째 임무는 (가장 어려운) 사후관리 업무입니다. 허가받고 난 후(사후)의 물품들이 허가대로 유통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역할합니다. 한의원·약국에서 사용하는 원료 한약(생약)은 매년 4번의 정기 약사(藥事)감시와 수시 약사감시를 통하여 수백건의 유통품을 수거·검사하여, 기준·규격에 부적합한 원료는 회수·폐기하여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약(생약)제제도 같은 프로세스를 통하여, 허가사항대로 유통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습니다. 부적합 한약은 국민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이러한 물품의 (잠정)사용중지·회수·폐기는 촌각을 다툴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퇴근 무렵 모 회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그날 밤부터 시작해서 며칠을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한약정책과와 지방청 조사원들이 원료 약재상, 제조 공장, 판매처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황파악을 완료하고, 그 다음 날 즉시 사용중지 및 의약품 회수를 결정하였는데, 그만큼 위해우려 의약품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한약정책과에서는 이 외에도 허가받은 한약(생약)제제의 재평가·갱신 업무, 한약(생약)을 사용하는 외국과의 국제협력 업무, 멸종위기종 협약에 따른 CITES 품종(사향 등이 해당)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각 현안과 이슈가 있고, 개별 사안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하는가에 따라 작게는 개인, 회사, 단체의 이익, 크게는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신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약은 수백년동안 사용한 것이니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입장과 과학적 진보가 있는 만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은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등 기성한약서 처방을 근거로 한 한약제제의 경우, 안전성 우려가 없다면 임상·비임상 등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면제되어 허가받을 수 있고, 첩약은 보건복지부의 소관법률에 따라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인의 기술로서 조제하여 쓸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 그대로 한의약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지, 무언가 개선이 필요한지, 이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논의하는 지금의 시점이 한의약의 미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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