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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나는 별거 아닌 사람입니다
2018년 09월 14일 () 07:00:07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영호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지금 TV에 나오는 사람들, 나름 유명하다는 정치인들 중에 100년 뒤에도 기억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반세기전인 60~70년대 유명인을 잘 모르는 것처럼 우리 시대 대부분의 유명인도 50년 뒤엔 대부분 잊혀질 것이다. 하물며 평범한 우리는 더 완벽하게 잊혀질 존재다. 이렇게 대부분의 우리는 보통 사람이다. 나 역시 그렇다. ‘별거 아닌 사람’이라는 제목도 이런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위인전에라도 나올 존재인 마냥 모든 일을 잘 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었던 사람 중에 더 많은 경향이 있다. 일은 물론이고 취미도 잘해야 한다. 무엇이든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애를 쓴다. 쉬엄쉬엄 하는 법이 없다. 돈도 잘 벌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인생 위에 펼쳐진 여러 과목에서 하나라도 쳐지지 않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학창 시절 <수>가 가득한 성적표를 받기 위한 것처럼.

‘잘 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적어도 평균 이상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을수록 실수나 실패를 매우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우리를 과도하게 긴장시킨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어깨를 축 떨어트려보라. 아마 상당히 내려갈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긴장을 가지고 산다.

평균 이상의 소득수준과 예상치 못한 불행까지 대비하며 살 수 있는 인생은 흔치 않다. 그런데 이런 인생을 위해 애쓰다보니 과도한 긴장이 계속 주어진다.

요즘 나는 ‘별거 아닌 사람’ 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문장을 읊조리다보면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나도 모르게 ‘뭐든 잘 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긴장이 이완되는 느낌이다. 우주 속의 작디작은 존재로서 힘 빼고 살자는 다짐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을 낮춰야 힘이 빠진다. 뭐든지 ‘잘 해야 한다.’ 는 생각도 조금씩 줄어든다. 불필요한 긴장과 힘이 빠지면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절약된다. ‘내게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떠나지 않던 고민과 상념이 많이 사라진다. 꼭 한 번에 성공하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실수해도 되고, 기대하는 평균보다 그 이하의 삶을 살수도 있다. 내가 뭐든지 잘해야 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 나는 언제든 잘못할 수 있다. 내가 뱉은 말을 내가 지키지 못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남들이 나를 비난하고 욕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별거 아닌 사람이니까.’ 다만 잘못 했을 때 사죄하면 되고 남들이 욕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 된다. 때로는 잘못이 없더라도 비난받을 수 있다. 그렇게 욕먹는 연예인과 정치인들도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노력한 만큼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장담한 일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남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안 좋은 일이 연속해서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건 없으니까. 좋은 일만 일어나거나, 나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그런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까.

물론 자존감이 과도하게 낮아진 사람에게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 자체의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만큼 ‘뭐든 잘 해야 한다. 항상 옳은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완벽을 향한 긴장>에 늘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오히려 ‘나는 별거 아닌 사람입니다. 나는 때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와 같은 자기 내면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지금 성공하지 못해도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만 한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된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제외하고 보통 사람들의 세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나 실패는 없다. 우리는 100년 뒤에 대부분 잊혀 질 존재이기에,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 그 긴장을 내려놓고 ‘나는 별거 아닌 사람입니다’를 읊조려 보자. 우주라는 공간과 역사라는 시간, 두 개의 큰 축 속에서 ‘나는 별거 아닌 존재’ 임을 진심으로 깨닫는 순간부터 특별함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

 

김영호 /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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