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살인자백에 얽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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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살인자백에 얽힌 진실
  • 승인 2018.10.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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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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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암수살인

영화를 좀 봤다는 관객들이라면 대체로 영화의 제목과 장르, 등장인물 등만으로도 영화 한 편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난해한 제목으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영화들도 있는데 이번에 개봉하는 <암수살인>은 스릴러 장르임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는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또한 영화 개봉 전부터 영화 속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때문에 많은 뉴스에 오르내리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독 : 김태균출연 :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형사의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형민은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태오의 추가 살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사건으로 형민은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된다.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사건을 ‘암수범죄’라고 하는데 <암수살인>은 2012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를 각색한 영화로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때 과연 진짜 실화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영화는 모두가 믿기지 않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범인을 잡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암수살인>은 범인이 아닌 피해자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체로 비열하거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 이미지의 형사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부유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형사가 등장하여 질척이는 장면 없이 범인과 밀당을 하면서 피해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스릴러 장르의 법칙을 비트는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동안 많은 형사 역할을 했던 김윤석이 <추격자> 때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이전과 달리 힘을 많이 빼고, 끝까지 피해자를 찾아내겠다는 집요한 캐릭터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고, 천만배우인 주지훈 역시 연쇄살인범의 이상심리를 제대로 연기하면서 <암수살인>이라는 작품을 빛내고 있다. 단,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실제 있었던 사건을 지나치게 다루어 사건을 추적하는 다큐 같은 느낌이 들어 영화로서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영화로라도 제작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덧 찾아온 가을 속에서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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