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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미쓰백, 내가 지켜줄게
영화읽기┃미쓰백
2018년 11월 23일 () 06:00:07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2015년 12월, 11살 된 여자아이가 친부와 계모의 학대를 피해 한 겨울에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맨 발로 탈출했던 사건이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 듯한 사건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그 후 부모들의 학대 속에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떠난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뉴스에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됐지만 아이들을 학대한 금수보다 못한 사람들이 받는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도 또다시 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상황에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상영되면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공분을 드높이고 있다.

   

감독 : 이지원

출연 :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권소현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는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던 어느 날 나이에 비해 작고 깡마른 몸, 홑겹 옷을 입은 채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된다. 어릴 적 엄마로부터 버림을 받고 지냈던 상아는 왠지 자신과 닮은 듯한 아이 지은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상아는 지은을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하지만 전과자라는 것 때문에 아동 유괴범으로 몰리게 된다.

그간의 유사한 사건들을 총망라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미쓰백>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마치 사건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듯이 강한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학대 소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인 것처럼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끌어 올리며 영화에 대한 몰입을 높이고 있다. 또한 그동안 예쁜 이미지의 역할만을 하던 한지민이 욕을 입에 달고 밑바닥 인생을 사는 거친 역할을 별 무리 없이 해내고 있고, 아이로서는 매우 힘들 수밖에 없는 역할을 무난히 해낸 김시아의 연기들이 잘 어우러지며 <미쓰백>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학대하는 여자로 출연한 권소현은 이중적인 미소를 띠는 악역을 제대로 표현하며 각종 영화제에서 조연상을 수상하고 있다.

물론 아동학대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보니 보기 불편한 관객들도 있을 수 있고,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영화적 재미는 대체로 부족하지만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로 충분히 커버하면서 어떤 결말로 끝날지 누구나 다 아는 상황에도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저런 일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과 함께 더 이상 이 땅의 아이들이 학대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결코 일회성이 아닌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 감상 후 개운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강하게 다가오지만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과 함께 주위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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