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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칼럼] 몸맘하나 멘탈클리닉(Mommamhana Mental Clinic) <29>생각(思) 안에 숨은 강박장애
2018년 11월 23일 () 06:00:31 강형원 mjmedi@mjmedi.com
   

강형원

원광대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입니까?

이 감정은 측정가능 할까요? 이런 감정들과 생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현대 심리학에서 감정은 뚜렷한 경계로 분류하기 어렵고, 기본 감정(basic emotion)에 대한 정의와 분류 또한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기본감정으로는 진화론적, 정신분석적, 자율신경계적, 얼굴표정 접근, 경험적 분류 접근, 발달적 접근 등으로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분류가 시도되고 있다. 그 중 기본감정의 공통적인 요소는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 2가지로 크게 분류되지만, 구체적인 기본 정서는 연구자들 마다 달랐다.

감정의 수레바퀴(Wheel of Emotions) 이론으로 유명한 로버트 플러츠(Robert Plutchik)는 8가지 기본정서를 분노(anger)-공포(fear), 기쁨(joy)-슬픔(sadness), 신뢰(trust)-혐오(disgust), 기대(anticipation)-놀람(surprise)이라고 하여 서로 대별된 정서로 도식화하였고, 감정표현의 보편성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폴 에크만(Paul Ekman)은 6가지 기본정서로 분노(Anger), 혐오(Disgust), 공포(Fear), 행복(Happiness), 슬픔(Sadness), 놀람(Surprise)을 언급하였다. 한의학에서 감정은 기쁨(喜)ㆍ분노(怒)ㆍ우울(憂)ㆍ생각(思)ㆍ슬픔(悲)ㆍ공포(恐)ㆍ놀람(驚)의 칠정(七情)이라 하여 감정을 7가지로 명확하게 분류하여 임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들이 많다.

동서양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감정을 이렇게 비교했을 때, 기쁨(joy), 분노(anger), 슬픔(sadness), 공포(fear), 놀람(surprise) 5가지 감정은 이견이 없는 공통적인 기본정서로 간주된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혐오(disgust)는 서양의 모든 연구자들이 기본감정으로 간주한 것이지만, 동양에서는 유교, 불교에서 각각 ‘오(惡)’, ‘증(憎)’의 개념으로 포함한 예가 있고, 임상에서는 그다지 다루지 않았던 감정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 중심의 극혐(極嫌) 발언은 선동적, 극단적 감정 표출 양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기본감정으로서 혐오에 대한 연구는 논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생각 사(思)를 감정에 포함 시킨 것은 서양에서는 언급이 안 된 대목이다. 이견이 없는 감정에 대한 정의를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연상하거나 인지함에 따라 일어나는 반응’이라고는 했지만, 기본 감정의 단위로서 생각, 인지보다 인지심리학에서 따로 다루는 내용으로 본 경향이 있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생각(思)을 감정에 배속시켜 감정이 인지의 과정을 걸쳐 외적 행동으로 표현되는 연결 고리 역할에 있어서 중요한 정서로 보았다. 그래서 사(思)를 오행 중 중앙토(土)에, 인체에는 비위(脾胃)에 배속하였다.

생각(思)을 현대 심리학과 유관한 영역으로 조작적 정의를 내린 결과, 과도한 생각과 고민, 그리고 집착과 강박적 사고를 의미하며, 이로 인한 주의 집중곤란, 우유부단, 예기불안 등의 행동적 양상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다(Go-Eun Lee 등 2014). 이렇게 생각에 매몰되면 병이 된다. DSM-5 진단명에 불안장애(Anxiety disorder)와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가 있고, 신체적 표현 질환 중에는 과민성대장후근(Irritabe bowel syndrome, IBS)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불안장애 중에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는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적어도 6개월 동안 대부분 시간 동안 나타나는 장애를 말하고 불안한 느낌이 과도하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다양한 신체증상을 동반하여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주요 임상양상으로는 부유불안free-floating anxiety),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 자율신경과민증상(운동성긴장, 자율신경계 항진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반복적 생각이나 회피 행동, 안심에 대한 되풀이는 되는 요청은 불안장애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범불안장애’의 반복적인 생각들은 보통 강박장애에서 보이는 비현실적, 비합리적, 마술적 강박사고와는 달리 일상생활에 대한 걱정인 경우가 많다는 게 차이라 할 수 있다.

강박장애는 DSM-Ⅳ에서 불안장애의 한 하위유형으로 분류되었으나, DSM-5로 넘어오면서 강박 및 관련 장애(Obsessive compulsive and related disorders)로 독립된 장애 범주를 제시되었다. 또한 강박 및 관련 장애에는 강박장애를 비롯하여 신체변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 모발 뽑기 장애(Trichotillomania), 피부 벗기기 장애(Skin-picking disorder)가 포함되어 있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특정 지어지는 장애인데, 어떤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이 계속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는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억제할 수 없고, 억제하려고 하면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 강박사고는 개인적 번뇌와 고뇌를 동반하는 원치않은 자동 사고과정을 걸치기 때문에 생각으로 이미 고통을 받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43세 A 부인도 강박증상으로 괴로워한지가 1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날 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늘 맴돌았다. 나중에는 말도 안되는 음란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괴로워하다 급기야는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이것을 취소하기위한 부단한 노력도 허사였다. 그런 생각을 안 할려고 하면 할수록 더 머릿속은 그걸로 가득찼다. 연관된 사건을 접하거나 듣거나 혹은 보기만해도 유발요인이 되어 그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일상의 일을 하는데도 지장을 받기 일쑤였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은 처음에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지만, 수위가 높아지는 아내의 강박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해하고 부부관계까지 서서히 위협하기 시작했다.

71세 과민성대장후군 할머니의 호소는 오늘도 반복된다. 배 아픈 증상은 기본이고 ‘맨날 걱정이다. 사는 게 걱정이다. 생각나는 것은 다 걱정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다 걱정이다.’라고. 칠정과 오장과의 관계에서 사상비(思傷脾), 즉 생각이 비위 소화기관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원치 않은 고통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차단제(SSRI) 계통의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심리치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일상에서의 훈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이 특정 근육만 발달시키듯이 몰두하고 고민하는 생각은 습관이 되어 다른 생각을 못하게 된다. 괜찮은 생각으로 대체 가능한 2가지 훈련방법이 있다.

첫째는 이정변기(以精變氣) 방법이다. 매몰되어있는 생각, 불안, 강박증을 해소하는 중요한 원리이다. 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우리 몸은 움추려있거나 혹은 한 자세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창문만 열어도 새로운 공기는 내 몸 안으로 들어와 환기를 시키고, 바라보는 시선만 달리해도 마음은 새로워진다. 몸을 움직여 자세만 달리해도 생각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정변기는 본지 4번째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되었던 내용이다.

두 번째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따라가는 신체감각 마음챙김 명상훈련이다. 생각은 대뇌피질 영역에서 활성화 되어있어서 원초적인 뇌간의 영역에서 느끼는 감각적 느낌을 감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감각을 느끼는 순간 생각은 멀어지게 된다. 의식에 떠있는 생각을 몸의 신체감각으로 내리는 방법이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호흡만 따라가도, 척추를 따라 근육의 상태만 알아차려도 생각은 멈추게 된다. 마음챙김은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생각주머니들을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생각이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It’s ok. I’m here now)”이구나 하고 알아차릴 때, 내면의 근육은 더 강해진다.

생각이 집착이 되고 매몰 되는 순간, 사유하는 인간의 특권은 구속이 된다. 건강한 감각을 경험하는 것과 명상을 통한 훈련은 기분 좋은 생각과 자유를 찾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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