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인터뷰]대한민국 인재상 수상한 한의대생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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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인터뷰]대한민국 인재상 수상한 한의대생 3인
  • 승인 2019.01.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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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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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실천하면서 사회 치료하고 싶어”

3인의 학생들, 세월호 의료지원 봉사 비롯 의료 사각지대 재가방문 등 다양한 봉사

◇(왼쪽부터)윤영찬 학생(동신대), 이상민 학생(동국대), 이현왕 학생(우석대)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박숙현 기자] 지난 11월 30일 교육부는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상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우수한 청년 인재들을 발굴하여 시상하고 미래 국가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으로,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의대생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상을 수상한 세 명의 한의대생을 만나보았다.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소감을 말해 달라.

윤영찬: 우선 대한민국 인재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한다. 부모님의 응원과 주변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어 수상할 수 있었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 발전에 더욱 기여하라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상민: 이번 수상은 내 인생의 체크포인트이자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반추해보고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써 삼고자 한다. 또한, 더욱 단정한 품행과 사명감을 갖고, 세상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통증 기전 연구를 통해 밝혀지지 않은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통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현왕: 나는 수능을 다섯 번 봤다. 그리고 입학한 학교에서는 그 시간을 만회해 보겠다며 ‘지금부터 남들보다 세 배쯤 열심히 살면 되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누구는 취업도 결혼도 할 나이지만 부모님께서는 그저 저를 믿고 기다려 주셨다. 이런 불효한 제가 부모님께서 보시는 자리에서 장관님께 직접 상을 받을 수 있어 감동이었다. 또 4년 전쯤 민족의학신문에 본과 진입하는 각오로 ‘4년이 유익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다행이다.

 

▶대한민국인재상은 학술적 성과 이외에도 사회기여도를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가.

윤영찬: 2014년 세월호 의료지원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트라우마 환자에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돼 2018년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했다. 자원활동가로서 주로 5.18, 여순항쟁 등 국가폭력 생존자분들을 위한 심리치유지원, 시민캠페인 그리고 트라우마 국제회의 등 연대활동에 참여했다.

이상민: 나는 개인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것 외에도 사회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치료해나가는 것 또한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적 병리 현상 중 하나인 독거노인 문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학생을 비롯해 다양한 전공분야의 청년들이 모인 ‘HYPHO(히포) 보건의료통합봉사단’ 대표로서 의료 사각지대에 재가방문 의료봉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 제1기 혁신 국민 참여단에 위촉되어 보건, 의료, 건강보험, 정신건강, 보건산업 정책, 기초의료 등에 관해 연령, 성별, 학력, 직업 등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장학재단 차세대리더육성멘토링 사회/복지 리더십 부문 장학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현왕: ‘하나금융그룹 홍보대사’ 활동을 하면서 자폐작가들을 후원하는 ‘오티스타’와 협업해 자폐작가들의 전시회 ‘함께 맞추는 세상의 퍼즐’을 기획 및 실행했으며 그 수익금으로 다시 자폐작가들의 물품들을 판매해 모든 수익금을 작가들에게 환원하는 활동을 했다.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 강사, 아름다운가게, 캄보디아 해외봉사 등을 통해 350여 시간의 봉사를 했고, LG드림챌린저 멘토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했던 성과를 소개해 달라.

윤영찬: 2015년 한국한의학연구원 학부생연구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17년 3월 SCI(E)급 저널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1저자로 ‘Laser acupuncture exerts neuroprotective effects via regulation of Creb, Bdnf, Bcl-2, and Bax gene expression in the hippocampus’ 논문을 게재했다. 전통적인 한의학 치료법과 현대적인 레이저기기를 융합한 레이저 침을 이용해 혈관성 치매로 인한 인지기억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했다. 2016년 8월부터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으로 참여해 2017년 8월에 SCI(E)급 저널 Scientific Reports에 2저자로 ‘Upregulation of prefrontal 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 mediates neuropathic pain and negative mood symptoms after spinal nerve injury in rats’ 논문에 기여했다. 임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기분장애가 통증감각의 발생과 정도에 관련된다는 것을 신경회로적 관점으로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상민: 학과 학업은 기초의학 연구의 밑거름이라 생각했기에 학업을 소홀히 하며 연구를 하는 것은 내 신념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학업에 충실하면서 기초의학 연구에 대한 소양과 열정을 쌓아나가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가장 처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에서의 인턴연구원이었다. 한의학연에서 나는 최신 의학의 임상근거확립에 활용되는 실험, Time table 작성법, 실험도구 활용법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혔다. 그 이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진행한 나노입자 활용 연구 및 실험에 참여하여 염증성 통증 모델에서의 통증제어를 검증한 논문초록을 유럽연합 국제통증의학회(EFIC)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부생 인턴연구원으로 선발돼 PET 뇌 영상을 통한 뇌인지 통증기전연구를 이끌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의학부문)에 최종 선정돼 동맥경화의 한약 처방을 통한 단핵구 극성화 조절 연구 논문을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현왕: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상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장애로 짧게 요약할 수 있다. 원인과 치료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5세 이전)부터 인지행동치료, 미술치료 등의 대체의학적인 치료를 꾸준히 한다면 사회성이 많이 개선되어 일반인처럼 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폐환아는 전체 아동의 0.5%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 기준인 2~3%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자폐환아는 2.64%정도로 예측을 했을 정도로 자폐환아들이 발견되지 못하고,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나는 이에 자폐에 대한 인식개선 및 조기발견을 촉구하는 홍보활동을 펼치는 한편 대체의학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미술치료, 최면치료, 심리치료 등을 공부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의학을 통한 자폐장애의 치료법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목표는 대체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홍보까지, 자폐의 통합적인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윤영찬: 지속적으로 한의학 관련 주제들의 논문들이 SCI(E)급 국제학술지에 등재되면서 과학화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두에게 수긍할 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고, 여전히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등과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연구투자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토대로 한의학의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상민: 최근 점차 근거중심의학(EBM)을 중점으로 하여, 의학의 근거를 강조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근거중심의학에 한의학이 전적으로 맞추고 그 틀에 맞게 근거를 확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의학에 맞는 한의학만의 방식으로 의학 근거를 구축해나가는 것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대중화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의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환자에게 도움 되는 지식을 창출하고, 그 창출된 지식을 잘 중개하여 환자의 질병 치료에 알맞게 적용하는 것(bench to bedside)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초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현왕: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을 위해서라면 한의학의 파이가 시장에서 훨씬 더 커져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몇 십 배, 몇 백배 규모로 투자를 하고, 또 세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현재 한국의 한의사들에게도 이득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만 결국에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일원화 등이 한의학 파이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한의학의 과학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6년 동안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나.

윤영찬: 한의학의 가장 큰 매력은 치료의학이라는 점이다. 특히 간단한 침 시술만으로도 즉각적이며 우수한 치료효과가 나타난 점에서 학문 자체에 매료됐고, 또한 단순한 대증적 치료가 아닌 환자의 자각증상을 기반으로 해당 시기의 병태마다 치료법이 달라진 다는 것도 공부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었다.

이현왕: 한의학이 정신과, 특히 감정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의학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양방의학처럼 병의 원인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아닌 개체가 가진 성격과 그 성격에 따른 감정의 표출, 그리고 그로 인한 필연적인 신체증상을 치료하는 학문이라는 점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지인들을 비롯해 일단 스스로부터 한의학으로 치료가 되는 걸 보면서 공부할수록 재밌고 신기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개선을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윤영찬: 6년 동안 한의학 이론학습과 임상실습을 거치면서, 이 둘 사이의 연결성이 조금은 떨어진 다는 것을 느꼈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에서 시작됐다는 것에서 임상과 이론이 분절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배우는 학부생들의 입장에서 그 괴리감이 커서 한의학 공부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론학습 시수를 줄이거나 또는 임상실습과 병행하여 조기에 이론-임상교육을 실시하면 좋을 듯하다.

이현왕: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현재 한국의 한의대 기본 스탠더드인 ‘변증’을 통한 치료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은 내경과 동의보감식 편제를 상한론 위주의 교육으로 바꾸고 내경과 동의보감, 변증들은 선택적으로 공부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꾼다면 일본, 중국의 한의학과도 좀 더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한의대에서 6년간만 제대로 공부해도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한의사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가.

윤영찬: 봉사 활동을 통해 의료혜택이 부족한 사회 소외계층 만나면서 내가 가진 지식으로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 앞으로 단순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를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이상민: 기초의과학자이자 임상의사로서 기초의학과 임상을 연계하여 인류에 위협이 되는 질병을 퇴치하고, 개인적 병리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병리 현상까지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초의학 연구를 통해 밝혀지지 않은 인체생리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위협이 되는 질병들을 퇴치해 인류에 공헌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이현왕: 4년전 진행한 민족의학신문 인터뷰 중 한의대 본과 생활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돌아봤을 때 유익한 4년으로 기억되도록’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년 후 KIOM 글로벌원정대를 통해 민족의학신문에 기고되었고, 또 다시 2년 후 인재상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는 지금 한의대생이 아닌 한의사로서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몇 가지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선 3년, 3년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다. ‘3년 후 돌아봤을 때 지난 3년이 멋있었다’라고 기억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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