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2> - 『救恤國史』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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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2> - 『救恤國史』②
  • 승인 2019.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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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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患難相恤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

『救恤國史』에는 홍수와 가뭄, 전쟁 등으로 재해를 당한 경우, 민관 양면에서 이루어진 救濟 사업과 그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유구한 구휼전통과 患難相恤하는 鄕約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전호에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8.15 광복 다음 해인 1946년에 申鼎言이 서울의 啓蒙俱樂部 출판국에서 발행하였는데, 주로 야담가로 활약했던 저자에게는 유일한 학술저작이다.

신정언(1902~?)은 충남 공주 출생의 소설가로 1930~40년대 『매일신보』에 야담을 연재하는 한편 김동인이 발행했던 월간지 『야담』에 주요 필진으로 참여하여, 당시 널리 유행하였던 야담계의 거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말엽에 징병제를 선전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징병 취지를 보급하는 순회공연에 참여하는 등 일제의 침략에 협력한 사실로 인하여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광복 이후에도 역사소설, 저술가로 활동했지만, 한국전쟁 중인 1950년 서울에서 실종된 후,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저서로 『신정언 명야담집』(1938)과 『상식국사』(1947) 등을 들 수 있다.

전호에 이어 본문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제2장 재앙의 발동에서는 홍수와 극심한 가뭄, 전쟁, 불화 등을 주요 재난으로 분류하여 기술하였다. 제3장 오랜 재앙에서는 첫 주제로 물난리에 관해 신라, 고구려, 백제로 나누어 각각 역사상에 기록된 수해를 정리하였다. 신라의 수난에는 3백 년간에 걸친 홍수 사례와 17왕에 걸친 물난리가 신라의 큰 비극이었으며, 여러 개의 산이 붕괴되었다고 밝혔다.

고구려의 수난 대목에서는 여러 가지 괴변과 초목 없는 산야, 새떼와 쥐떼의 야단법석, 핏빛으로 물든 우물물 등의 사화를 들어 큰 재난이 닥칠 때 괴변이 앞서 일어나 그 예조를 보였다고 한다. 백제의 수난에서도 4월에 갑자기 서리가 내리고 한강연안이 폐허가 되었으며, 유사 이래 3대 큰비가 내려 국가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조에 이르러서도 수난에 앞서 쥐떼가 나타나 소동이 일어났으며, 食人蟲이나 赤雨와 黑雨가 내려 백성들이 크게 놀랐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명종 7월에 서리비가 내려 표류목이 산적했으며, 병자년 여름 엄청난 비로 인해 내우외환에 시달렸던 사실을 지적했다.

제2절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다루었는데, 이 역시 신라, 고구려, 백제의 순서로 가뭄으로 인해 흉년을 당하고 군주는 반찬 없이 식사(滅饌)를 하였으며, 나무뿌리가 뽑히고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참상(人相食)이 벌어졌다고 말하였다. 고려 역시 한발이 혹심하여, 해와 달빛이 가려지게 된 괴변을 임금의 덕성과 연관하여 해석하였고 이에 발맞춰 국왕은 하루 한 끼로 식사를 줄이는 비상조치를 강행하였다. 조선 역시 가뭄으로 곡식에 피해가 막심하였고 수차례 참변을 겪어야 했다.

마지막 장 ‘대비의 문화’에서는 단군 이래 역대 왕조에서 재난에 방비했던 사례를 서술하였다. 여기서는 특히 天文 관측을 통해 기상이변을 예측하여 재앙에 대비하고자 노력했던 흔적을 예로 들었는데, 신라시대 첨성대를 비롯하여 天文圖와 漏刻, 書雲觀, 水標橋, 圭表 등 관련 사적과 유물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또한 이로 인해 窮術 곧,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과 水理가 크게 발달하는데, 수학이나 역학, 서양역법 등도 이러한 대처법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고 기술하였다.

이 책은 1946년에 초판 되었는데, 그해 1월20일자 『중앙신문』1면에 이 책을 선전하는 광고가 실려 있다. 광고문안에는 ‘세계적십자의 선구인 조선의 구휼사적의 聖典 - 찬연히 빛나는 동포애의 위대한 업적, 萬人感泣할 當代의 稀書’라고 표방하여, 당시 꽤 인기 있는 주제로 주목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연말연시 의연금을 모금하는 구세군의 종소리와 적십자정신은 우리에게도 낯선 풍경만은 아니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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