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4> - 『痘疹心法要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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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4> - 『痘疹心法要訣』
  • 승인 2019.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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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열꽃이 피어오르는 紅疫의 逆襲

근래 黃砂에 미세먼지까지 寒波와 번갈아 가며 한반도에 밀려들어 한국 땅에서 겨울나기가 여간 괴롭지 않다. 가뜩이나 환경오염이 심해 어린애들 돌보기가 쉽지 않은 터에 이번엔 2014년 이후 사라진 줄로 알았던 홍역이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시작하여 한 달 새 서울, 경기 일원에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는데, 방심한 틈에 벌써 수십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두진심법요결』

옛 문헌에 홍역은 紅疹, 麻疹, 瘡疹, 痘疹 등 다양한 명칭으로 표기해 왔으며,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의 전변이 빨라 대처하기에 몹시 어려웠다. 한의학에서 마진(홍역)은 六腑에 잠복했던 胎毒이 피부 밖으로 발증하는 것으로 여겨 양증으로 보았으며, 이에 반해 두창(천연두)은 오장에 태독이 잠복한 것이라 하여 음증으로 여겨 치료하였다.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두창과 마진을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瘡疹이라는 명칭으로 함께 논의해 왔는데, 세조~중종 연간에 간행한『창진집』이나 『창진방』같은 방역서가 그러한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허준이 『두창집요』를 집필하고 박진희가 『두창경험방』을 내면서 확실하게 2가지를 구분하여 일컫게 되었다.

위의 두 의서가 두창을 연구한 대표적인 조선의서라면 마진을 탐구한 의서로는 몽수 이헌길의 『乙未新詮』이나 다산 정약용의 『麻科會通』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근세에 이르도록 셀 수 없이 많은 마진치료방이 등장했지만, 일제강점기까지도 홍역을 치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른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속담이 전해질 정도로 우리 주위에서 홍역은 어린아이에게 반드시 겪어야할 통과의례로 여겨져 왔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청대 의학성과의 최고정점이라고 일컬어지는 『醫宗金鑑』에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幼科種痘心法要旨’와 함께 당대 최신의학의 白眉라 할 정도로 중국이나 조선에서 熱讀했던 내용이다. 특히 이 내용은 박제가에 의해 도입되어 이종인이 人痘種法을 시행하고 정약용이 ‘種痘要旨’를 기술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책이다.

『의종금감 ․ 두진심법요결』편에는 크게 보아 痘門과 疹門으로 나뉘고 ‘유과종두심법요지’가 별편으로 이어져 있다. 두창문에는 痘原, 出痘形證, 痘出五臟形證, 痘主部位, 頭形順逆, 痘色順逆, 痘證老嫩, 痘證疏密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병증과 표리한열허실을 감별 진단하는 요령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전의 치법을 잘 정리하여 변증단계별로 順逆險證을 가려낸 것 외에 특별히 새로운 성과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面部吉凶論으로부터 蒙頭, 抱鬢, 鎖眼, 抱鼻, 託腮, 聚背, 攢胸, 斷橋, 纏腰, 無根, 蠶種 등 창종의 발생부위와 형상으로 세분하고 화려한 그림으로 구체화하려고 노력한 점이 겉으로 드러나는 특색이라 하겠다. 또한 挑痘疔法에서는 끝이 뾰쪽하지 않고 둥글 넙적한 침으로 痘疔을 긁어내는 외과적 처치법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어 전통의학에서 사라진 외치술이 아직 잔존해 있었음을 실증해 주고 있다. 疹門에서는 마진의 원인을 논한 疹原으로부터, 麻疹輕重, 主治大法, 未出證治, 見形證治, 收沒證治 등이 이어지고 身熱不退조로부터 번갈, 섬망, 천급, 해수, 후통, 실음, 구토, 설사, 이질, 복통, 뉵혈, 瘙疹, 蓋痘疹, 癮疹까지 각종 수반 증상과 병발증을 구분하여 서술해 놓았다.

마진은 증상에 있어서도 두창과 달리 형태가 뾰족하게 튀어 오르고 점차 빽빽하게 돋아나되 물집이 잡히지 않는 점이 크게 다르다. 시종일관 보호와 조리가 필요하며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두창에 비해 병증은 가벼운 편이나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할 것을 당부하였다. 疹證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마진만이 正疹이라 했으나 그 병증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 다른 유사 증상을 감별하는 기준이 되기에 그렇게 이른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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