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마음 소화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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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마음 소화제는 없을까?
  • 승인 2019.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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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mjmedi.com


홍보이사

소화(消化)는 나의 오래된 화두다. 30대의 어느 순간부터 소화가 잘 안됐다. 여러 처방을 먹어봐도 잠시 뿐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검사를 해봐도 위는 깨끗했다. 소화는 눈에 드러난 불편함일 뿐, 진짜 원인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마음>이다. 소화가 잘 되는 사람들은 대개 마음도 튼튼하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개 소화도 잘 안 된다. 우리가 무형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소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음에도 소화과정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 위가 소화를 시키듯,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자극은 마음의 소화과정을 거친다. 세상의 자극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소화해 낸다. 마음에 오래 남지 않는 대부분의 일상적 경험은 소화가 잘 된 것들이다. 하지만 마음에 남아 계속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어떻게 해결할까?’ ‘잘못 되면 어쩌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돼?’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게 만드는 사건이나 경험은 소화가 안 된 것들이다.

체(滯)하면 명치에 뭔가 걸려 위가 멈춘 듯하면서, 그 음식의 맛과 냄새가 계속 느껴진다. 마음이 체(滯)했을 때도 우리의 마음에는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사람, 그에 대한 나의 해석과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위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한방 소화제 환(丸)처럼 마음에도 소화제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어릴 때보다 생각이 많아진다. 그에 대한 대응 방안도 걱정의 양만큼 늘어난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그 만큼 많이 떠올라서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소화력이 많이 약해진다. 생각이 비장(脾臟)을 상하게 한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소화력이 좋은 사람도 과식하면 체할 때가 있듯이 마음에도 과식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음의 과식은 가끔이 아니라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마음의 과식을 하는 사람은 거의 매일이 과식이다. 예민한 사람들이 그렇다. 예술가, 작가처럼 창조적인 일을 하거나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보다 외부로부터의 정보 수용량이 월등히 많다. 그냥 지나갈 일들도 남들과 다르게 보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민하다는 건 보통 사람보다 감각 수용체가 월등히 많다는 의미다. 보통 사람이 10개를 느낄 때 100개를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다.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일상이 ‘생각의 뷔페’인 셈이다. 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일의 효율도 떨어진다.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일을 해치우지 못한다.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것들에 대한 고민과 염려가 쉴 새 없이 떠오른다. 여러 가지 생각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점, 삶을 더 풍부하게 느끼고 기억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점, 예술이나 창작의 재료인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마음 자체의 건강을 보면 썩 좋은 습관이 아니다.

나의 소화력도 썩 좋은 편이 아닌지라 생각과 걱정이 좀 적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마음의 소화제가 실제로 있다면 참 좋겠다. 머리가 복잡할 때 한 알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약(물론 의존성이 있는 정신과 약은 예외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 걱정은 대부분 인생 전반을 통해 형성된 습관이라 바꾸기가 참 어렵다. ‘내 위장의 건강을 위해서 오늘부터 생각과 걱정을 확 줄여야지!’ 한다고 줄여지는 것이 아니다. 식욕이 넘치는 사람에게 매일 뷔페 식사권을 주면서 ‘적당히 먹어라’고 한 들 소식(小食)이 되겠는가. 예민한 사람은 생각의 욕구가 식욕처럼 넘치는 사람들이다. 이성적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 소총의 총알처럼 생각이 쏟아져 나온다.

생체 에너지가 노화하기 시작하는 40세 이후부터는 단순함이 최고라고 한다. 꼭 필요한 관계나 모임을 제외하고는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가을의 낙엽처럼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몸과 마음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나도 건강을 위해 생각의 방에 3개의 슬로건을 붙여두었는데 생각과 걱정이 많은 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걱정하는 모든 일은 언젠가, 어떻게든 반드시 풀려있을 것이다.

둘째, 걱정과 불안은 전부 적거나 얘기를 해서 마음 밖으로 배출하자.

셋째, 아침에 떠오르는 첫 생각의 자리를 걱정 따위가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단 하나라도 ‘오늘 즐거운 일은 뭐가 있을까?’ 로 시작하자.

별거 아니지만 내가 만든 마음 소화제 처방은 이렇게 3가지다. 여러분의 마음 소화제 처방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좋은 처방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시원하고 맑아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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