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과정 거치지 않은 제도 신설 문제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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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과정 거치지 않은 제도 신설 문제있어”
  • 승인 2019.02.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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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통합한의학전문의 제도 반대 입장

학문적 토대 부족 및 기존 수련환경 위축 지적…정책 참여 가능성에 회의적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본란에서는 통합한의학전문의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리했다.

 

■“제도 신설 위한 논의 및 절차가 잘못됐다”

전문의들은 통합한의학전문의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의 등이 부족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A 한의사는 “전문의제도의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은 시작부터 잘못된 단추를 구멍에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제도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배출 인력의 숫자를 늘릴 대안도 없이 그저 경과조치로 전문의를 다수로 만들려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 개선을 논의하려면 발제한 측에서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협회는 이러한 논의 없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왜 전문의 비율이 늘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이 전문의가 다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은 이상하다. 최혁용 회장의 태도와 전달방식에는 소통이 부족하고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의의 배출이 늘어나야 한다면 경과조치가 아니라 수련 환경 개선, 한방병원 수련의 수용 능력의 증가를 꾀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 뒷받침이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며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분석하고 이 역량을 갖추기 위한 수련과정을 학회, 병원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논의는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대안 없이 오직 경과조치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한의사는 “전문과목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생성(교실 또는 담당 전문가)과 해당 전문가 양성과정(전공의 선발)이 마련된 뒤 그 전문가를 위주로 전문과가 생기고, 그 이후에 경과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협회는 그러한 과정 없이 갑작스레 특정과를 만들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한의사 역시 “현재 최혁용 회장은 전문의 양산을 통해 다수를 배출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펴고자 하지만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며 “전문의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서 사람들이 수련을 감수해서라도 전문의를 따고 싶게 만들게끔 하는 게 우선이고, 그 후 수련기관의 확대 등을 통한 전문의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이상만을 쫓는, 그리고 다수 일반의들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보인다. 억지로 양산된 전문의보다는 올바른 수련환경과 전문의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해 보다 역량 있는 전문 한의사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한의학전문의는 학문적 토대가 부족하다”

‘통합한의학과’는 양방의 가정의학과나 다른 한의 전문과목에 비해 학문적 논의나 토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B한의사는 “가정의학과는 2년 반 동안의 수련기간 동안 내과, 외과, 소아과 등을 돌아다니며 이를 통합하는 전문성을 얻는다. 또한 그것을 지도할 교수진도 있다”며 “그러나 통합한의학 전문의는 누구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가? 한의계의 전문의과정은 기존 제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통합한의학전공의에게 나눠줄 전문성이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가정의학과는 세부 전문의들 사이의 틈을 메꿀 미국식 가정주치의 제도가 모태”라며 “한국 가정의학과의 창시자인 윤방부 교수는 미국의 지원으로 예방의학을 하던 중 유학을 가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의 Family practice를 가정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창시했다. 이는 전공의 선발과 학회 설립 이후 경과조치라는 과정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1950년대부터 과도하게 세분화된 의료현실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가정의학이 탄생했다”며 “그 과정 역시 가정주치의 제도를 연구하는 과목으로서 '가정의학과'라는 과목이 생기고, 이것이 의대의 정규과목이 된 것이 우선이었다. 이후 그에 대한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면서 경과조치가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한의학과라는 과목은 현재 한의과대학 내에 필요한가? 그러한 과목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앞으로 그 과목을 연구할 학자는 양성되고 있는가? 모두 없다”며 “전문의는 양성되었는데 그 전문과목을 뒷받침하는 학문을 할 사람이 없으니 전문의들은 탄생만 할 뿐 추후 교육이 담보되지 않는다. 학문적 발전을 주도할 인력도 없기 때문에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한의사는 “통합한의학전문의라고 하는데 과연 그 과목이 '전문의'라고 불릴 만큼의 학문적 뒷받침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문의는 말 그대로 어느 한 분야에 있어 다른 한의사보다 공부를 많이 하고, 병원수련으로 환자를 많이 보았으며,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한의학 전문의는 다른 한의사보다 어떤 분야를 많이 공부하고 연구 했다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통합한의학전문의는 기존의 전문의 수련환경 위축시켜”

이들은 전문의에 대한 우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합한의학전문의제도가 시행된다면 수련의 지원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보였다. 또한 전문의의 인원이 늘어나면 수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B한의사는 “전문의 취득에 따른 혜택이 없는 것이 현 상황”이라며 “소수의 전문의로도 만들지 못하는 전문의 수가인데, 대다수가 전문의가 된다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애초에 다수 위주 정책이라는 말부터 잘못됐다. 대다수가 전문의면 전문의 위주 정책이고, 소수가 전문의면 일반의 위주의 정책이 된다고 하지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듯 이는 따로 가야 하는 문제다. 그래야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한의학전문의는 병원에서 이뤄질 연구에 한 치의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을 확신한다”며 “대학병원에서 누가 이를 담당할지 마련되지 않았고, 앞으로 찾기도 힘들 것이다. 자연히 연구로 이어지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C한의사는 “(통합한의학전문의제도가 시행된다면)이렇게 전문의 자격을 쉽게 딸 수 있는데 그 누가 힘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전문의를 따려 하겠는가? 학술연구논문은 얼마나 나오겠나?”라며 “전문의들에 대한 우대정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전문 과목을 표방하고 전문의 자격을 따는 것이 쉽게 가능해진다고 하면 병원의 수련의 지원은 거의 없어질 것이고, 이는 수련병원자체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량이 부족한 전문의 양산 정책참여에 도움 되지 않아”

전문의들은 통합한의학전문의가 필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양산된다면 이는 직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의사들이 정책에 참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A한의사는 “만약 전문의가 적기 때문에 (한의계가)정책에서 배제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책별 필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양산된 전문의를 경과조치로 단순 숫자 뻥튀기를 해도 배제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정말 급격하게 다수의 전문의가 필요하다면 현재의 전문의부터 차례대로 해당 정책의 대상자로 하고 지속적으로 배출을 늘려 나가면 된다. 커뮤니티케어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시군구 행정구역별로 배치 가능할 정도 숫자는 된다. 그럼에도 전문의 숫자가 적어서 정책에서 배제된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C한의사는 “나라와 국민이 이렇게 쉽게 양산된 전문의를 인정해주고, (한의계가)정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의사를 떠나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문의가 저렇게 쉽게 나온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한의사 면허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한의사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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