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혼란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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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혼란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법
  • 승인 2019.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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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로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다양성을 포커스로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존 백인 중심의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과감하게 벗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했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남우주연상을 비롯하여 4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히어로 무비로서는 최초로 후보로 오른 흑인 주연의 마블 영화 <블랙 팬서>와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기사의 여정을 다룬 <그린 북>이 작품상을 비롯한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극장 상영용인 아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상영용으로 제작된 <로마> 역시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그 정점을 찍었다.

출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 타비라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의 4명의 아이들 중 어린 페페와 소피를 엄마처럼 돌본다. 어느 날, 그녀는 페르몬을 만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되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페르몬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 후 클레오는 페르몬을 찾아다니다가 그가 민간 시위 진압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연히 아기 침대를 사러 온 매장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페르몬을 만나게 된다.

<로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수도가 아니라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동네 이름이자,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사건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정 내 불화와 사회적인 억압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특히 거의 대다수의 장면이 1씬 1컷이자 롱테이크로 촬영된 사실주의적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과거의 모습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흑백 화면으로 한 가족과 가정부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사실 <로마>는 예술영화로서 일반적인 상업영화를 보는 관점에서 본다면 엄청나게 지루한 영화이다.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빠른 화면 전환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인내심을 갖고 봐야 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한 번 쯤 감독이 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주고 있을 정도로 꽤 매력적인 영화이다.

그리고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라서 우리가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얼마 전 모 재벌 사모님의 갑질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올 법도 하지만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고용인이 가정부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 등등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임신을 했다고 하니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로마>는 사산의 아픔을 안고 있는 클레오와 이혼의 아픔을 안고 있는 소피아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가족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봉합해 나가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얄리차 아파리시오가 클레오의 역할을 담담하게 연기하면서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감독이 직접 촬영한 화면도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구도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으로서는 2014년 <그래비티> 이후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멕시코 감독들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로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할 수 있으니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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