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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명상은 어떻게 우리를 삶의 미망과 고통에서 구하는가
도서비평┃불교는 왜 진실인가
2019년 06월 07일 () 06:00:49 안세영 mjmedi@mjmedi.com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일요일과 겹쳐 좀 아쉬웠습니다. 설·추석·어린이날만 대체공휴일 지정이 가능하다던데, 직장인인지라 휴일 하루를 빼앗긴 기분이었거든요. 해서 한 달여 전 날아든 낭보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중국 선종(禪宗)의 중흥조인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스승이며, 오백나한(五百羅漢) 중 455번째 조사(祖師)로 기록된 신라 무상선사(無相禪師;684∼762)의 사리탑이 1,200년 만에 쓰촨(四川)성 펑저우(彭州) 금화사(金華寺)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쁜 소식!

   
로버트 라이트 著, 이재석‧김철호 譯, 마음친구 刊

아쉬움과 기쁨이 착잡한 상태로 구독한 책은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The Science and Philosophy of Meditation and Enlightenment)」이란 부제가 붙은 『불교는 왜 진실인가(Why Buddhism is True?)』입니다. 지은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라이트 (Robert Wright)인데, 그는 진화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학문, 곧 진화심리학의 기념비적 저작물로 일컬어지는 『도덕적 동물(The Moral Animal)』의 저자이기도 하지요. 전작이 다윈과 프로이드의 만남이라면 이번에는 다윈과 붓다의 만남인데, 영어 부제를 참고하면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에 관한 과학적·철학적 고찰이라 하겠습니다.

책은 1장 「‘빨간 약’을 먹다」로 시작해서 16장 「명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로 끝나는데, 요지는 간단합니다. - 자연선택은 생명 개체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이 맹목적인 과정은 인간에게 환영에 빠진 뇌를 심어놓음으로써 생각·느낌·지각이 실재에 대해 부정확한 그림을 그리도록 만든다. 이와 같은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명료하게 보기 위해서는 붓다가 제시한 명상 수행을 실천해야 한다. 어떤가요? 아주 깔끔하지요?

물론 저자는 이토록 명쾌한 진리(?!)를 누구나 수긍하도록 불경(佛經)과 함께 철학적·진화생물학적·심리학적·인류학적 탐구로 뒷받침합니다. 가령, 『무아경(無我經)』의 “보라. 당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그래서 당신을 괴롭히는 당신의 일부가 존재한다. 만약 괴로움을 줄이려면 그것을 당신의 자아로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자기통제와 시간적 연속성으로 특징되는 자아가 실제로는 따로 존재하지 않음에 적극 동의합니다. 또 이성으로 중무장한 의식적 자아는 흔히 생각의 주체로 여기지만 오히려 일어난 생각을 받아들이는 쪽이라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명언 “인간의 이성은 정념의 노예이다”를 이끌어냅니다. 아울러 기하학적 착시도형 중 제일 유명한 뮐러리어 도형(Müller-Lyer figure; 같은 길이의 두 직선이지만 하나는 양쪽 끝의 화살표시를 안으로 향하게, 다른 하나는 바깥쪽으로 향하게 그린 도형)을 예로 들며, 진화적 관심사에 적합한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 목적인 우리의 지각은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임을 역설합니다. 더불어 어떤 시합에 있어서 시합은 특정 시합 장면이 특정 관중에게 갖는 특정적 의미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고 경험된다며, 관찰대상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물이란 없다고 단언합니다.

부처님 말씀에 한 치 어긋남이 없음을 잘 깨우쳤으니 이제는 무명(無明)에서 깨어나 들숨-날숨 속에 열반적정이 있음을 직접 경험해야 할 텐데….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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