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토론회, 내 의견보다 학생들 판단 위한 객관적 정보 제공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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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토론회, 내 의견보다 학생들 판단 위한 객관적 정보 제공 노력”
  • 승인 2019.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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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경희한의대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강오석 경희우리부부한의원장

학생들 한의학 존속 위한 근원적 질문 많아…“첩약건보 행위정의부터 다시해야”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 3일 경희한의대 학생회는 ‘첩약보험과 의료일원화에 대한 한의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첩약건보 반대측 패널로 나온 강오석 경희우리부부한의원장을 만나 현장 분위기를 비롯해 첩약건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경희대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패널로 참여할 계획은 아니었다. 원래는 이태형 원장이 패널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첩약건보 반대 측의 자료준비를 돕기로 했었다. 당시에는 협회에서 누가 참석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고 패널도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패널로 제안을 받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내가 나서게 됐다. 내 의견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

 

‣이전에 지부나 한의계 정책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나.

이번 토론회에 참여하기 일주일 전에 자료를 준비하고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첩약건보에 반대하는 경희대 동문 SNS에 참여한 것 이외에 정치적인 활동은 없었다. 김정곤 협회장의 임기 말미에 부당함을 느껴 청한에 가입했었지만 43대 협회장선거 당시 청한이 최혁용 협회장을 지지하면서 탈퇴했다. 민중의료를 추구하는 단체가 사상적으로 정반대인 사람을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소감은 어땠나. 학생들이 주최하고 참여한 행사라서 다르게 느껴진 점이 있었나.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는 행사라 내가 학부생이던 당시를 기준으로 준비 했었다. 내가 한의대를 다니던 시절에는 자동차보험도 잘 모를 만큼 한의학 외의 기초상식이 부족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토론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우려했었는데 우려와 달리 중요한 요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존 토론회나 간담회에서는 임상에 있는 한의사들이 많이 참여하다보니 경제적인 면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었다면 학생들은 보다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학생들은 ‘우리가 배우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잘 기능하고 존속해야 하는데 제도가 이를 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한의협이 지난 3일 제제분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질적으로 중앙회가 제제분업을 중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제분업 추진 상태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정부와의 공식적으로 협의는 처음부터 중단되어 있다. 그보다는 연구용역이 중요하다.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정부와 한의협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원래 정책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이 그렇다. 따라서 연구용역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제제분업이 중단됐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회원의 입장에서 중앙회의 회무추진에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중앙회가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다. 첩약건보 관련해서는 지난해에 용역연구가 진행될 때부터 공론화됐어야 했던 문제다. 첩약건보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극단적인 방식의 공론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이러한 기본연구가 진행되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일반한의사들은 잘 모르더라도 최소한 지부단위에서는 세밀한 논의가 진행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첩약이 급여화되면 원내탕전을 제재하고, 이는 결국 원외탕전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에 동의하나.

원내탕전은 어떤 식으로든 제한을 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원외탕전으로 갈지 다른 형태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탕전을 하지 않는다면 약재의 품질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는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내탕전의 위생규범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탕전조제공간과 약재준비공간을 별도로 구분할 것을 요구하는 데 있다. 위생관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공간을 별도로 분리하라는 것은 기존의 한의원들에게는 대체로 어려운 일이다.

 

‣경희대 토론회에서 원래 첩약건보 자체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첩약건보 추진은 독소조항이 많아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첩약급여화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동차보험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혹자는 지난 2012년 무렵에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대체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보고서에 기재된 행위정의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보고서에 있는 행위정의가 조악하다. 시범사업단계에서는 대체로 본사업보다 수가를 후하게 책정할 수 있지만 만약 이 보고서를 토대로 본 사업을 실행할 경우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오히려 한의약이 더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행위정의를 재정의하는데는 적게는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이 걸린다.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누군가를 대표하는 일은 본인의 신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되는 회원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독선적인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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