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의료진들, 근거기반 소통으로 성과 구체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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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방 의료진들, 근거기반 소통으로 성과 구체화 시켰다”
  • 승인 2019.07.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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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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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한방병원 한양방 의료진

“한의학, 유의미한 효과 및 근거 갖췄는지 의문…한의사들과 호흡 맞춰보니 답은 ‘Yes’”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12일 ‘2019년 의-한 협진 시범사업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장려상으로 선정된 청연한방병원의 한양방 의료진에게 협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협진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장려상으로 선정됐다. 자체적으로 협진 임상경로(clinical pathway) 매뉴얼을 개발했는데 협진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지용 병원장(한의사): 한‧양방 협진의 효과는 임상에서는 모두 몸으로 느끼고 있지만 이를 정부와 환자에게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의료진이 투입되더라도 언제든 협진을 수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협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청연중앙연구소와 청연 동서의학 융합 위원회는 함께 수차례의 연구와 협의를 거쳐서 협진 임상경로 매뉴얼을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다. 현재 10종이 구축 돼 있는데 여기에는 청연한방병원에서 진료하는 다빈도 상병으로 뇌졸중과 급만성 요통, 수술 후 재활이 포함되어 있고 향후 협진시에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나 혈관성 치매 등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매뉴얼에 의한 협진 경험의 지속적인 축적은 청연 특유의 협진 모델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작한 매뉴얼을 바탕으로 양측 의료진이 근거에 기반한 소통을 수행하고, 이를 성과로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리 병원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작성한 매뉴얼의 논문형태로의 공개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결국 전국 어디에서나 청연이 아니더라도 모든 병원에서 치료효과가 높고, 재발이 적으며, 합병증을 줄여주는 협진 모델이 구축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청연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의료진 구성은 어떻게 돼 있고 어떤 부분에서 협진이 이뤄지나.

김지용: 현재 크게 센터는 성인소아재활 센터, 척추관절 통증센터, 웰니스 센터로 나뉘어 있으며 각 파트마다 한의과-의과 원장이 속해서 협진 진료를 하고 있다. 뇌졸중에 한방재활의학과-양방재활의학과가 협진을 통해서 진료를 하고 또 피부과에서 한의과 원장님과 피부과 양방 원장님의 처치가 결합되고, 또 통증치료나 근골격계재활에 침구과 원장님과 양방 재활의학과 원장님이 협진 되는 식이다.

 

▶우수사례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어떤 부분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나.

김지용: 진료 영역과 관련해서는 한의학 단독진료로서는 그 역할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성인과 소아의 중추신경계 재활 분야에서 협진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의사–의사 사이의 간극을 근거에 기반한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극복하는 모습이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2단계 시범사업을 마쳤다. 성과가 궁금하다.

김지용: 환자들이 그동안 중복으로 지급하고 있던 진찰료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더욱 활발한 협진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범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에 동서의학 융합에 대한 발전적인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되었다. 매주 원장단의 회의를 통해서 협진의 절차, 협진 치료 프로토콜, 협진에 의한 의학연구,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의학계 최신 동향, 협진시 발생한 직역간의 제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논의하고 있다.

 

▶협진에 있어서의 상호간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지용: 흔히 한의학은 전체를 아우르는 의학이고, 양의학은 국소를 관찰하는 의학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한의사와 의사가 모두 KCD라는 동일한 진단체계를 활용하고 생의학적 지식을 활용하는 현실에서 이런 문장은 오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한의사도 해부학적 관점이 결합된 세부적인 진단을 수행할 수 있고, 의사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매몰된 진단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양측 의학의 보완은 진단과 환자에 대한 파악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 별도의 메커니즘을 갖는 한의학적/양의학적 치료 술기들을 동시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협진을 통해서 총 진료비용이 줄어들고, 진료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정부용역과제의 결과물을 언론을 통해서 최근에 접한적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 보다 낮은 비용과 짧은 기간에 나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양의사는 처음 협진을 접했을 때 솔직히 굉장히 의심이 많았다고 한다. 과연 한의학의 진료 방법이라는 것이 현실 의료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도대체 이런 오래된 의학이 현대적인 의미에서 근거라는 것은 갖추고 있는 것인지 두 가지 의문이 먼저 들었단다. 그런데 상당기간 한의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저 두가지 의문에 대한 답은 모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양의사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협진의 장점은 환자는 주소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오지만 주소증만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오지는 않는다. 두 종류의 의학을 전공한 두 명의 의사가 환자가 호소하는 소견에 대해 각각 다른 각도에서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은 환자의 불편함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살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만으로도 환자는 의료에 대한 신뢰와 만족이 배가될 수 있다고 생각이란다. 의료진 1인에 허용된 상담과 진료 시간이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두 의료진이 별도로 환자를 살피는 것 자체가 보다 환자 호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협진이 어떤 측면에서 한국 의료현실의 근원적인 개선에도 기여하는 점이 있는 셈이다.

 

▶양의사들이 말하는 한의과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건의는 무엇인가.

김지용: 우선 한의과의 의무기록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 의무기록의 내용을 신속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해야 했고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협진이 수행되려면 한의과의 의무기록에 있어서도 좀 더 표준화된 개념이 더 많이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의무기록 작성의 방법이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용어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개념이라는 의견이다.

 

▶반대로 의과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김지용: 우리 병원에서는 활발한 협진과 의사소통을 통해서 거의 해결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한국 의료계 전체에 대한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리겠다. 많은 의사들이 한의과에 양방이 중심이 되고, 한방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협진만을 타당한 모델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은 변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한의사들은 양의학 지식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데, 협진을 염두하는 의사라면 고전이 아닌 현대의 한의학 관련 학술성과에 대해서라도 약간씩 관심을 가져둘 필요가 있다. 과학은 오픈 마인드가 기본이라고 하는데, 과학적인 기반을 갖춘 의료를 지향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면 당연히 한의사 뿐 아니라 양의사도 그런 태도에 입각하여 상호이해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우리 병원에서는 이같은 과제가 아주 잘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도 위 와 같은 화두를 던져본다.

 

▶협진이 활성화되기 위해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협진 활성화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양측 의료체계’의 불균형성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협진은 한쪽 의료의 질적 보완 정도의 목표가 아닌 양측의 대등한 진료협력을 지향하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진료협력을 꼭 해야할 이유가 생기는 형태의 사업 설계도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역시 가장 유의미한 것은 협진 관련 수가를 양적으로나 지원대상 상병으로 확대할 뿐 아니라 수가 모델을 세분화하여 협진이 일상화된 병원이 경영에도 보탬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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