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80> - 『洪家秘傳』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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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80> - 『洪家秘傳』③
  • 승인 2019.08.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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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우리 醫學用語를 한데 모아, 말모이

이 책의 권미에는 아주 특별한 내용이 부록으로 달려있다. 다름 아닌 ‘醫書字典’이란 이름이 붙여진 난해한 의학용어에 대한 간략한 뜻풀이 사전이다. 원서의 목록에는 가장 끄트머리에 의서자전이란 항목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지만, 본문의 권수제에는 ‘洪家定診秘傳 附 醫書字典’이라고 특기하여 비중 있게 다루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부록편에는 ‘醫書字解’라고 표기되어 있고 의약사에서 발행한 개편본(1982)에는 ‘의서사전’이란 제목이 달려 있다.

◇ 『홍가비전』

의서자전에는 별도의 목록도 구비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자전검색용 부수색인 분류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부수의 획수에 따라 2획에 ‘亠, 人, 勹, 冫, 力, ……’로부터 15획 ‘齒’에 이르기까지 142개의 부수가 나열되어 있다. 의서자해목록 아래에 저자가 간략한 주기를 달아놓았는데, “醫書의 보통 알기 疑惑되넌 字만 蒐集하엿고 國文左肩에 小○을 加하야 늦은 發音을 表함”이라고 적어놓아 독자에게 이 의서자전의 표기 방식을 따로 설명하였다.

‘醫書字解’는 여느 방약서 가운데 쉽사리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사항은 역시 自序에 아래와 같은 말로 피력되어 있다. “ …… 동시에 병명과 약명에 한자를 전폐함에도 불가하고 義音에 疑訝함이 있을가 하여 醫書字典을 첨부하여 대중가정용에 조고만 도움이 있기를 바라노라.” 위 글을 다시 새겨보면, 이 의서자전의 용도는 전문가나 임상의를 위함이 아니라 초학자나 일반독자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의방서에 별도의 의서자해가 붙어 있는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미 조선시대 의학교과서로 널리 읽혔던 『의학입문』卷首에 用藥檢方總目, 釋方과 함께 ‘音字’란 항목을 두어 의학학습용 난해자에 대한 音義를 간략하게 풀이한 사례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운서에서 보이는 것처럼 동일한 음가를 표기하는 音字와 뜻을 설명해주는 쉬운 글자로 풀이하는 방식이라 자학공부가 상당 수준에 이른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예컨대, 정강이를 뜻하는 胻자의 경우, ‘音杭, 脛骨也.’로 표기하였다. 따라서 중국음과 우리음이 차이가 나고 뜻풀이도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 맞닥트리게 되어 난해자를 극복하기 미흡하다.

또한 『의학입문』의 음자에는 별도의 분류나 색인이 없으며, 질병이나 증상, 신체부위, 약명에 쓰이는 僻字를 위주로 선별하여 무작위로 혼재된 難字 439자가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것은 검색 참고용이라기보다는 의학을 학습하는데 반드시 극복해야할 학습용 용어목록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에 비해 일단 이 의서자전은 부수색인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독립적으로 구성된 점이 대별된다. 풀이방식에 있어서도, 먼저 ( )안에 한글로 음을 적고 이어 글자의 뜻을 한글로 풀어 쓴 다음, 또 이에 해당하는 쉬운 한자를 동시에 표기하여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대상 글자에 대해 의학용 쓰임뿐만 아니라 일반 자전처럼 여러 가지 뜻풀이를 함께 수록해 놓았기에 한 글자가 여러 가지 음과 뜻으로 쓰임으로써 발생하는 혼선을 방지하고 의서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장점을 갖추었다.

다만 용례나 출전까지 적시하지 못한 점은 애초에 전문적인 자전이 아니라 의서에 부록된 자구해 성격으로 덧붙여진 이 의서자해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수록된 의학난해자수는 대략 3000여자를 상회하며, 『醫書玉篇』(706회, 2015.12.3.일자)이나 『醫學韻考』(681회, 2015.5.28.일자)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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