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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권력자들의 욕망과 허상
영화읽기┃더 킹 : 헨리 5세
2019년 11월 08일 () 08:11:25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에 실존했던 왕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경우는 흔한 편이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영화에서 광해군을 재평가 했듯이 시대에 따라 왕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변하며 똑같은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해도 관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관람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올해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던 <더 킹 : 헨리 5세>의 경우에도 2차 대전 말기, 전시 체제의 영국민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로렌스 올리비에의 <헨리 5세>(1944)와 케네스 브래너의 <헨리 5세>(1992) 등 이미 두 편이나 제작된 적이 있어 21세기에 제작된 영화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감독 : 데이비드 미쇼

출연 :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튼, 숀 해리스

영국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은 왕위 계승자로서의 의무를 거부하고 멘토이자 절친이며 한물간 술주정뱅이 기사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튼)와 함께 가난한 동네인 이스트칩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아버지인 헨리 4세(벤 멘델슨)가 사망하자 제멋대로인 할 왕자는 이스트칩을 뒤로한 채 왕궁으로 돌아와 마지못해 영국 왕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유년시절 대부분을 아버지가 겪은 반목과 계속된 전쟁의 무용함을 목격하며 자란 헨리 5세는 나라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이 그토록 도망치고자 했던 왕실의 정치에 휘말리게 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영국의 가장 유명한 군주 중 하나이자, 아쟁쿠르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헨리 5세는 모두에게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로, 셰익스피어 고전 역사극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런 주인공을 다룬 또 다른 영화를 구상하던 친구 사이인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존 폴스타프 역을 맡았던 조엘 에저튼은 위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예외 없이 대단히 외롭고 고립된 느낌을 받다가 광기 어린 모습이 되는 것이 마치 오늘날의 권력자와 일맥상통하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 헨리 5세의 이야기를 좀 더 현대적이면서 혁신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주제의 측면에서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실제 헨리 5세는 왕으로 즉위할 때 평화의 왕이 되어서 전쟁을 벌이는 분파들을 통합하는 왕이 되길 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춰 <더 킹 : 헨리 5세>는 왕의 심리적 갈등을 중점으로 표현하며 점차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초중반까지 너무 잔잔한 분위기로 전개되기 때문에 중세시대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관객들이라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할이 왕으로 즉위하고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겪으며 프랑스와의 전쟁을 일으키며 영화의 분위기는 반전되지만 최근 각국 정상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로 씁쓸함이 느껴진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기존의 여리여리한 미소년 이미지를 벗고 근엄한 헨리 왕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해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고,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이 프랑스 왕자로 등장하고,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이 프랑스 공주로 출연하는 등 젊은 배우들의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권력자들의 욕망과 허상을 덤덤하게 표현한 <더 킹 : 헨리 5세>는 2시간 2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중세 역사에 관심 있고, 무게감 있는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 현재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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