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한의학의 근대화, 그 속의 혼종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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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한의학의 근대화, 그 속의 혼종과 모순
  • 승인 2019.11.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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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새책┃하이브리드 한의학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사도 아닌 사회학자가 20년 동안 한의학과 한의계를 관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끈질긴 연구의 결과는 무엇일까?

김종영 지음
돌베개 출간

돌베개 출판사에서 지난달 출간한 ‘하이브리드 한의학’은 경희대 사회학과의 김종영 교수가 대학원생 시절부터 시작한 ‘한의학 실험실 관찰’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실과 한의사협회, 진료실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한의학 관계자들을 만난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적 유물론’과 ‘권력지형’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의학의 근대화,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에 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의학은 전통의 지식 체계인 동시에 한국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제도화되었으며, 서양 과학과는 다르다는 인식 아래 ‘과학화’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과학’이 아니라는 편견 속에서도 정식 의료 체계로서 한국 사회제도에 편입되는 등 혼종적이고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저자는 한의학이 지니는 이러한 모순적 속성이 ‘근대(modernity)’의 모순성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근대는 질서를 강조하지만 폭력적이고, 자유를 강조하지만 억압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근대화 과정도 모순적이지만 동시에 한의학이 제도화되고 과학화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러한 모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한방협진에 관해 저자는 “의료기기 지휘권을 가진 양의사가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양의가 한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과는 달리 한의사는 양의학의 지식을 잘 알고 있어 더 유연하고 창조적인 ‘퓨전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불리하게 보이는 권력관계가 꼭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의학의 원리를 이용한 천연물 신약의도 애초 제약업계의 ‘바이오약탈’로 여겨졌으나, 이는 한편 한의학이 바이오경제 시대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근대(현대) 한의학은 ‘갈등’과 ‘창조’의 혼종적 의료 집합체라고 결론 내리고, 한의학의 근대화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 사회의 근대성 논의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제언은 기존의 근대성에 관한 논의에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값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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